지난 1월 15일 9세 여아가 사망했다며 구급차를 보내달라는 전화가 119로 걸려왔다. 아이는 이미 일주일 전 즈음 사망한 것으로 보였다. 아이를 죽인 건 친엄마였다. 당시는 정인이 사건 등으로 아동 학대가 최대 이슈였고 또 하나의 아동 학대 사건으로만 인식되었다.

그러나 단순 아동학대 사건이 아니었다. 숨진 여아 사체 검안서 이름란에 적힌 '무명녀'라는 세 글자가 가지고 있는 사연은 이렇다. 아이가 생전 불리던 이름은 하민이. 하민이가 숨지기 몇 달 전 엄마와 아빠는 하민이의 출생신고 문제로 다툼이 잦았고 결국 아빠는 집을 나갔다. 떨어져 생활하던 중에도 아빠는 하민이와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며 지냈다. 그러다 연락이 끊겼고 불안한 마음에 집으로 찾아왔지만 아빠는 딸의 주검을 마주해야 했다. 아이의 엄마는 자해한 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리고 그날, 아빠도 목숨을 끊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하민이가 8년 동안 이 세상에 살았고 부모도 있었는데 왜 출생신고가 안 돼 있던 것일까? 하민이 엄마는 하민이 아빠를 만나기 전 결혼했던 남편이 있었다. 이혼이 안 된 상태에서 남자를 만났고 하민이를 낳은 것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는 엄마만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하민이 엄마가 출생신고를 하게 되면 전 남편 호적에 오르게 되니 못하고 있었던 것. 그 일로 인한 불화가 하민이 살인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9일 MBC <PD수첩> '#살아있었다 – 미혼부의 출생신고'편에서는 이 문제를 를 심도있게 다뤘다. 하민이처럼 아이가 태어났지만 출생신고를 못 하는 미혼부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취재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0일 이 방송을 연출한 소형준 PD를 전화로 만났다.
 
 <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다음은 소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9일 방송된 <PD수첩> '#살아있었다 – 미혼부의 출생신고'편을 취재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나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사건이었어요. 그래서 사회와 국가가 좀 더 열심히 일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여운이 많이 남는 취재였어요."

- 방송 후 시청자의 반응은 어땠나요?
"많이들 안타깝다고 말씀해 주셨고요. 그리고 또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고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근데 저도 이렇게 취재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는 잘 몰랐거든요. 당사자가 되지 않으면 생각해보지 않게 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저희가 여러 사례자를 만나봤는데 사례자분들도 '내가 당사자가 되어보니 안 되는 걸 알았다'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 PD님은 취재 전에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알고 계셨어요?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어렵다는 거는 알고 있었는데요. 이렇게 자세한 내용까진 몰랐죠. 그리고 관계된 법 하나만 바꾸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취재해 보니까 가족관계등록법이 문제고 또 그것에 물려 있는 민법이 문제더라고요. 여러 법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요."

- '#살아있었다 – 미혼부의 출생신고'편은 출생신고 안 된 아이들 문제를 다룬 거잖아요. 이걸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1월 15일 딸을 출산했거든요. 그날은 공교롭게도 하민이 사건이 일어난 날이에요. 그날 저녁 뉴스로 제가 봤던 기억이 나요. 근데 그때만 해도 그냥 '친모가 딸을 살해했다'는 정도로만 인식했어요. 정인이 사건으로 공분을 사고 있을 때라 또 아동학대 이야기구나 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출생신고에서 비롯된 비극이었죠. 저도 딸을 낳고 출생 신고를 하려고 동사무소에 갔어요. 출생신고 하면서 어려움이 없었거든요. 이 간단한 걸 못해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 취재는 어디부터 시작하셨나요?
"일단, 하민이 사건이 되게 명확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많이 모르시더라고요. 그래서 하민이 관련된 일들을 좀 찾아봤어요. 하민이 유가족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죠. 하민이가 살던 동네에 가 봤는데, 하민이가 법적으로 등록돼 있지는 않았지만 동네 사람들은 하민이를 기억하더라고요. 그리고 하민이 아빠 핸드폰에 남아 있는 기록들을 토대로 하민이 아빠가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지자체, 교육청, 경찰서 등을 방문했던 노력을 쭉 따라가 봤습니다."

- 하민이는 엄마에게 살해당한 거잖아요. 하지만 출생신고가 안 돼 있으니 하민이 엄마에게 살인죄 적용이 불가능할 것 같은데.
"법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은 있었으니 살인죄로 기소된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민이가 지금은 죽었지만 이후 출생신고를 했고 바로 사망신고까지 되어 있어서 결론적으로 서류상으로는 존재하는 사람으로 되어 있습니다."

- 하민이가 살던 지역에 가서 동네분들 만나셨잖아요. 다들 하민이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하민이는 되게 밝고 심성이 착한 아이였대요. 근데 학교에 안 가다 보니 놀이터에서 만나는 친구들이 유일한 사회생활이었던 것 같아요. 자기 물건도 잘 나눠 주고 장난감도 같이 공유하는 아이였대요."

- 하민이는 학대로 사망한 건가요?
"학대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주변 동네 엄마들 말에 의하면 굉장히 잘 입히고 잘 먹이고 애에 관해서는 오히려 유난 떠는 엄마였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오히려 정성으로 키웠던 것 같아요."

- 방송에 보면 하민이 엄마는 하민이가 죽은 뒤 일주일만에 신고를 했죠. 왜 그랬을까요. 
"그 부분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건이 밝혀지게 된 1월 15일이데 그날 (아빠와 하민이가) 만나기로 되어 있었대요. 그러나 아빠가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가 안 나타나더라는 겁니다. 이상해서 계속 전화를 했는데 전화도 안 받고요. 아빠가 하민이와 원래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곤 했는데 1월 8일 이후로는 연락이 안 닿았었대요. 그래서 무슨 일 있는 것 같아서 사는 집을 아니까 가서 문도 두들겨 보았죠. 안에 엄마의 인기척은 있는 것 같은데 문을 안 열어주니까 안 좋은 일이 있다고 직감하셨던 것 같아요."

- 하민이는 출생신고를 못 했잖아요. 그것으로 인한 불화가 있던거고요. 아이 엄마가 전 남편과 이혼상태가 아니라 호적에 못 올렸다고 하는데, 이런 사례까 많은가요?
"미혼부 사례를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어요. 왜냐면 통계적으로 잡으려면 미혼부가 신청을 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이 사람들이 소송을 걸거나 지자체에 신청하러 오지 않기 때문이에요."

-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또 있나요?
"엄마가 불법 체류 외국인인 경우나 엄마가 가정을 유지하고 있는데 바람을 피워서 혼외출산하는 경우는 못 하는 거로 알고 있고요."

- 방송에서 보면 하민이 아빠도 하민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방법을 찾았는데요. 학교 입학의 문제 이전에 병원도 가야하고 그러려면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미혼부 입장에서는 (병원 가는 일이) 상당이 부담되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자체의 사회복지전산관리번호라는 게 있답니다. 꼭 주민번호가 아니어도 전산관리번호만 받아 병원을 갈 수 있어요. 다행히 조금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 그럼 학교도 전산관리번호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학교는 좀 더 어려운가 봐요. 학교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제도권의 가장 기초교육에 해당되는 거라서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야죠."

- 현행법으로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잖아요. 어떻게든 학교에는 갈 수 있도록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출생신고를 해주면 되는 일이죠. 그럼 학교가는 일도 문제가 아니고요. 학교 입장에서 주민번호가 없으면 학교에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이니 행정적인 이유로 사람의 생명을 방치하는 건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 유전자 검사를 하더라도 출생신고를 못 하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 실제로 유전자 검사로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제안했어요. 그런데 국회 법사위에서 여러 가지 논의 끝에 채택하지 않았고요. 사실 가장 정확하고 간단한 방법이긴 하죠."

- 현행법에 따르면 여성이 이혼한 후 아이가 태어났더라도 이혼 후 300일까진 전 남편 자녀로 추정하고 있잖아요. 
"맞습니다. 300일의 임신 기간이 있기 때문에 그 아기가 태어난 시점으로 역계산 하는 거죠. 그러면 '300일 전에 이 여자는 남자랑 혼인 관계였구나. 그러면 성관계를 통해서 애기가 수정되었을 당시에 남편인 이 사람의 자녀로 추정을 한다'라는 거죠. 이것이 문제가 되기도 하죠. 방송에도 소개된 케이스인데 아이가 180만에 미숙아로 태어나요. 그런데 아이의 엄마는 전 남편과 이혼한 지 300일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였고요. 이런 경우도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게 될 경우 전 남편의 호적으로 올라가게 되는 거죠."

- 출산하면 출생확인서를 병원에서 발급하잖아요. 그건 법적 효력이 없나요?
"그래서 실제로 논의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출생통보제라는 법인데요.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출생을 했다고 지자체에 통보하는 제도예요. 이건 아직 논의만 되고 있는 상태고요. 산부인과 의사들이 법적·행정적 부담을 질 수 있기 때문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나봐요. 실제 지금까지는 출생확인서의 법적 효력은 없습니다."

- '사랑이법'(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로 미혼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예외조항)은 실제로 무용지물 아닌가요?
"사랑이법 자체가 사랑이 아빠의 케이스를 토대로 만들어진 법이잖아요(기자주- 사랑이 아빠는 7년 전 아이의 출생신고를 위해 거리로 나가 싸웠고 네 차례의 재판 끝에 미혼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사랑이법'이 만들어졌다). 실제 이 법은 굉장히 협소하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엄마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몰라야 아빠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데 사실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죠. 통계에 따르면 '사랑이법'으로 출생신고를 신청한 사람이 500명인데 이 중 70명 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430명은 못 하는 거죠. 지난 2월 26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죠. 이 법은 친모의 협조가 있지 않을 경우 친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좀 더 많은 아이들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법이 너무 복잡해요. 저도 비전문가기 때문에 어려운 법을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쉽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이 컸습니다."

- 취재하며 느끼신 점은 없나요?
"제가 아까 서두에 딸을 낳았다고 그랬잖아요. 딸이 이제 50일 되었어요. 볼 때마다 너무 행복해요. 출생신고를 못 하고 있던 미혼부들도 아이를 볼 때마다 예쁘고 너무 행복하겠죠. 그렇지만 또 한 켠에는 무거운 마음과 스트레스가 있었겠죠. 출생신고에 대한 고민과 학교를 어떻게 보내나 걱정이 될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좀 계속 아쉽고 여운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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