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할리우드 배우가 스물넷 청년일 때(1998년), 자기 이름을 걸고 환경 관련 비영리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지구온난화 경계경보, 생물다양성 보전, 재생에너지 지원'에 중점을 두며,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전지구적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재단 설립자로서 이 할리우드 배우는 자신을 전문가가 아닌 '시민'으로 지칭하며, 현재에도 지구온난화(기후위기)의 홍보와 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그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에 담겨있다. 상영시간은 1시간 35분이며, '다음영화'에서 볼 수 있다.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된 적이 몇 차례 있었고, 해외 환경 관련 사이트에서는 기한을 정해 이 영화를 가끔 게시한다(무료 온라인 스트리밍). 단, 이 경우 한글자막이 없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 포스터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 포스터 ⓒ Ratpac Documentary Film &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라는 작품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그는 내레이터(영화 속 인터뷰어)이자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다큐멘터리의 많은 부분에 그가 기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가 재력도 있고 인기도 있는 할리우드 배우인 까닭에 그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그가 할리우드 배우인 까닭에 이런 방식으로 깎아내려지기도 한다.
 
"그는 지구온난화라는 농간을 순진하게도 믿었습니다."
"가상의 기후변화에 대하여 세계 지도자들을 교육시킬 사람은 과학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할리우드 배우가 적격이죠."
 
 
 기후위기 시위에 참여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

기후위기 시위에 참여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 ⓒ Ratpac Documentary Film &


말하는 내용 자체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을 공격하는 그 같은 발언은 미국의 보수언론 <폭스뉴스>에서 공개된 것으로, 발언 속의 '그=할리우드 배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다. 레오의 학력과 직업을 교묘히 깔보는 사람들은, 레오(메신저)가 내세우는 기후변화 이슈(메시지)를 폄하, 무력화시키고자 한다.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는 레오를 깔보는 사람들의 의견을 영화 초반에 여과없이 드러내며 시작한다. 그들의 의견은 기후위기에 관한 한 레오를 부적격자로 비난하는 내용 일색이다.
 
심지어 영화 초반엔 레오 스스로도 기후위기 활동분야의 부적격자로 자신을 묘사한다. 그런데 그가 자신을 부적격자로 진술하는 이유는 폭스뉴스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 있다. 그가 기후위기에 대하여 때때로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비포 더 플러드>에 따르면, 레오는 앨 고어(Albert Arnold "Al" Gore, Jr./ 재임기간 1993-2001)가 부통령이던 시절, 그와의 인터뷰 중에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레오는 그때 20대 초반이었는데, 지구온난화가 정확히 무슨 뜻이며 얼마나 심각한지 잘 파악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레오는 그것의 의미와 심각성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는 비영리 재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재단)을 세우고 활동을 시작했다.

환경 이슈 홍보 거리시위에 기꺼이 참여한 레오
 
앨 고어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인터뷰 장면

▲ 앨 고어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인터뷰 장면 ⓒ Ratpac Documentary Film &

  
레오는 이름만 걸어놓고 대충 활동하는 게 아니었다. 영화 촬영이 없는 날 환경 이슈를 홍보하는 대규모 거리시위에 기꺼이 참여했고, 유엔 기후위기 평화대사로 활동하며 유엔의 국제회의장에서 기후위기를 주제로 연설을 하기도 했다. 또, <비포 더 플러드>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알리는 데에 유익한 여러 다큐멘터리들의 제작비를 지원했다.
 
한편 레오는 자신이 주연으로 참여하는 작품을 작업진행하는 영화사에 태양열 전기를 사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으며, 수많은 환경운동단체에 억 단위 기부금을 여러 번 후원했고, 지금도 후원하고 있다. 2016년 <레버런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때 수상소감을 기후위기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 전세계 영화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그는 이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2016년)>에 참여했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 필름어워즈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상을 받았고, 한국의 환경영화제(2018년)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비포 더 플러드>에서 레오는 미국, 중국, 인도, 그린란드, 북극 등 전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과학자들, 정치인들, 활동가들을 두루 만나 인터뷰한다. 빙하를 걱정스레 관찰하는 활동가들과 대화하며, 해수면 상승으로 고민에 빠진 태평양 섬나라의 대통령들과 대화한다. 또 환경문제를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로 여기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화하며, 파리 기후협정의 조인 및 준수뿐 아니라 온 인류를 위한 진심어린 기도를 강조한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대화한다. 다큐멘터리는 레오가 그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보이는 반응들을 그대로 기록한다.
 
레오는 잰체하지 않는다. 부유한 나라의 부유한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전연 강조하지 않을 뿐 아니라(물론 다들 알지만), 오히려 잠잠히 입을 다물고 부끄러워한다. 레오는 자기 앞에 있는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관하여 성심성의껏 전해주는 말을 경청한다. 진지하게 질문하며, 골똘히 생각한다. 기후위기 이슈가 정치가들 집단의 주제만이 아니라, 온 지구인이 관심갖고 대책을 마련, 실천하여야 하는 주제라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고나 할까.
 
지구 전체에 위험한 행동

<비포 더 플러드>는 기후위기가 선진국이 아닌 가난한 나라들에서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역설한다. 이른바 개발도상국과 후진국들은 아직 스스로는 충분히 누려본 적도 없는 화석에너지산업(석탄&석유&천연가스 등)의 개발 앞에서 갈등한다. 그들은 이제껏 가져본 적 없는 에너지를 지금부터도 갖지 말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 데다 그들은 열대우림을 훼손함으로써 지구온난화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물론 그들이 지구온난화를 완화시켜줄 열대우림을 밀어내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이 그러는 이유의 많은 부분은 소(cow)를 키우기 위해서다. 소들이 먹어치우는 막대한 양의 곡식들이 자랄 농경지를 만들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게 아니면 팜유의 재료가 되는 기름야자 밭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쇠고기와 팜유는 생산지의 주민들을 배부르게 해주는 음식이 아니다. 그들은 선진국의 국민들에게 갈 물량을 제때에 조달하기 위하여 자기들의 환경, 아니, 지구 전체에 위험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에 놓여있다. 그들인들 그러고 싶겠는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지 않기 위하여 그 사람들이 농사를 접고 열대우림을 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치자. 그러면 (우스갯소리로) "소는 누가 키우나?"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는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을 영화의 초반과 후반에 배치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레오는 어렸을 적 그 그림을 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털어놓는다. 그림은 세 개의 패널로 구성돼있다. 첫 번째 그림은 에덴동산의 인류, 세 번째 그림은 까맣게 불에 타고 있는 세상 속을 살아가는 (죽어가는?) 인류다. 그 두 그림 사이에 끼어있는 가운데 그림은 '홍수 이전(Before the Flood)'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레오는, 세 번째 그림으로 가기 전에 인류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생명의 길로 방향전환을 할 수 있을까, 몹시 걱정한다. 영화라면 결말을 다 알고 연기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레오는 마음이 무겁다. 그는 비관적인 쪽으로 자꾸 흘러가려 한다. 
 
히에로니무스 보쉬 "세속적 쾌락의 정원" <비포 더 플러드>에 소개된 작품
출처: 아트갤러리(wga.hu)

▲ 히에로니무스 보쉬 "세속적 쾌락의 정원" <비포 더 플러드>에 소개된 작품 출처: 아트갤러리(wga.hu) ⓒ 히에로니무스 보쉬

  
그러나 레오는 무거운 비관적 태도를 계속 견지하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한 것 같다. <비포 더 플러드>의 후반부에서 레오는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투표권자들의 의중을 따라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변경했다는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투표권자인 우리 시민들이 지구온난화에 관한 진실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투표를 통해 정치인들에게 따끔하게 알려주자고 제안한다.

정치가들과 행정가들이 의견을 바꿀 수 있도록 시민적 압력을 행사하자는 거다. 나아가 레오는 국민투표뿐 아니라 기회 있을 때마다 연설을 통하여서도 정치-행정가들을 촉구한다. 세계 각국에서 그 나라의 환경정책을 합의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레오는 "당신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라고 연설한다. 그런 다음, 영화는 아래와 같은 호소로 끝을 맺는다. '지구 지킴이=지구인' 모두가 책임을 나누어 갖자는 듯!
 
ㆍ다르게 소비하세요.
ㆍ기후변화를 막을 정치인에 투표하세요.
다큐멘터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비포 더 플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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