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타살을 멈춰라"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 미투운동부산대책위,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반차별폐미연대가  5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사 앞에서 '고 김기홍, 변희수' 추모 행동을 펼치고 있다.

▲ "사회적 타살을 멈춰라"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 미투운동부산대책위,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반차별폐미연대가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사 앞에서 '고 김기홍, 변희수' 추모 행동을 펼치고 있다. ⓒ 김보성

 
지난 6일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는 추모행동'에 함께하며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한바퀴 돌면서 수잔 스트라이커의 <트랜스젠더의 역사>를 읽었다. 이어서 시청 광장에 갔더니 광장을 한바퀴 둘러싸고도 남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최근에 이어진 비극적 소식들에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 비극과 죽음에 대해서 기억하고 추모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디스클로저>는 꼭 추천할 만하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를 트랜스젠더 당사자인 배우, 작가, 예술가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이 세계에서 트랜스젠더가 겪는 차별과 혐오가 어떤 것인지 아주 잘 보여 준다.
 
다양한 성소수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재미있게 봤고, 특히 극 중에서 트랜스젠더를 연기한 소피아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더욱 볼 필요가 있다. 왜냐면 소피아 역을 맡았던 실제 트랜스젠더인 배우 레번 콕스가 이 다큐멘터리의 해설자로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의 역사>의 저자인 학자이자 활동가 수잔 스트라이커도 출연해서 중요한 지점들을 짚어 준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 편견과 혐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디스클로저>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디스클로저> 포스터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는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트랜스젠더를 얼마나 편견과 혐오에 가득찬 시선으로 왜곡해서 다루어 왔는지 깨닫게 해 준다. 우리가 좋은 영화나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하고 있던 많은 작품들이 사실은 얼마나 심각한 문제들을 담고 있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사회적 차별이 왜곡된 시선을 낳고, 왜곡된 시선이 다시 차별적 의식을 강화해 온 것이다.
 
트랜스젠더를 웃기는 변태, 사이코 연쇄살인마, 힘없는 희생자, 사회질서의 적이고 위협이라는 식으로 묘사한 영화나 드라마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이런 영화나 드라마를 같이 보다가 남들이 모두 웃거나, 역겨움의 반응을 나타낼 때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얼마나 소외감과 고립감을 느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넓은 극장 안에서 모두가 웃는데 자신만 홀로 참혹한 심정이라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 주인공이 구토를 하는데, 그것이 나를 향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기분은 얼마나 참담한 것일까. 문제는 젠더이분법적인 사회질서에 있지 트랜스젠더에게 있지 않다.
 
"오늘날 우리 문화는 살 가치가 있는 몸 유형의 넓은 범주를 둘, 오직 둘뿐인 젠더(그 중에 하나는 다른 하나보다 더 큰 사회적 통제에 종속되고, 둘 다 성기의 섹스에 따른다)로 축소하려 한다... 이런 지배양식에 순응하지 않는 삶은 대개 인간쓰레기로 취급된다."(수잔 스트라이커 <트랜스젠더의 역사>)
 

레번 콕스는 자신이 성기수술을 했는지에 대해선 그만 묻고, 자신이 어떤 폭력과 차별을 겪고 있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한다. 정말 그래야 한다. 그래야 트랜스젠더가 스스로 용기있게 나서고 있음에도 어느 때보다 죽음의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모순된 사회의 현실이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의 용기와 투쟁이 세상을 바꿔 온 것도 분명하다. 위키리크스에 미제국주의의 전쟁범죄를 고발하는 문서들을 넘겨줘서 이라크 철군에 결정적 기여를 한 브라이언 매닝 일병도 트랜스젠더였고 지금은 첼시 매닝이 됐다. 이제는 우리 곁을 떠난 변희수 하사님도 그런 용기있는 군인이었다.
 
하나 둘 늘어가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긍정적 묘사, 그러나...
 
 영화 <승리호> 스틸 컷

영화 <승리호> 스틸 컷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부분에서 트랜스젠더인 자녀를 사랑, 존경, 경이의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는 부모들의 대화가 나온다. 한 부모는 '내 아이는 유니콘같다'고 말한다! 또 우리는 근래에 트랜스젠더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더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게 됐다. 다큐는 '더 나은 사회가 되려면 더 나은 사회를 봐야 한다'며 이런 긍정적 묘사를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스크린에서의 긍정적 묘사를 넘어서 실제 정책, 제도, 체제가 바뀌고 그래서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물론 한국사회는 그조차도 멀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승리호>같은 영화에서 트랜스젠더가 주요 배역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아직 조연이거나 시스젠더인 배우가 대신 연기한 것이다.
 
더 많은 트랜스젠더 주인공들이 나와야하고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연출하고 연기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차별과 혐오에서 소수자들을 지켜줄 포괄적 차별금지법부터 당장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가득차서 차별과 혐오를 자행하는 사람들은 그만 입을 닫고, 스스로부터 돌아봐야 한다. 무지는 그 자체로 죄가 아니지만, 성찰을 거부하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
 
"누군가는 트랜스가 이상한 변태라고 말할 수 있다. 몰라서,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아서, 트랜스와 관련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위치여서, 다른 많은 이유로 이상한 말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상처를 주는 말이라는 식의 비판에 직면하고 나서다. 자신의 발언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고 자신의 무지를 반성하고 새롭게 배우겠다는 태도를 취한다면 이것은 새로운 대화의 계기가 되고 더 친해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잘못한 것 없다고, 적반하장 식으로 상대방을 비난할 때 그 발언은 정말로 혐오 폭력, 혐오 발화가 되고 심각한 사건이 된다."(루인)

#힘을_보태어_이_변화에 #변희수_하사를_기억합니다
변희수 트랜스젠더 차별금지법 디스클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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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사람이 목적이 되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행동하길 원하며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실행위원입니다. 더 많은 글들은 여기서 봐 주세요. http://anotherworld.kr/ 페이스북 계정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1746737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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