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웨이 다운>의 한 장면.

영화 <웨이 다운>의 한 장면. ⓒ 누리픽쳐스


여러 장르 영화 중 케이퍼 무비(범죄 오락영화)만큼 두뇌 싸움이 치열한 장르는 없을 것이다. 범죄를 막으려는 자가 아닌 범죄를 일으키는 이들이 주인공인 만큼 관객마저 매료시킬 기상천외한 설정과 범죄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캐릭터의 매력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영화 <웨이 다운>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일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양 사업가인 월터(리암 커닝햄)는 스페인령 바다에서 보물 좌표가 새겨진 동전 등 여러 유물을 건져 올리지만 이내 소송에서 패해 스페인 정부에게 뺏기고 만다. 해당 유물은 19세기 뛰어난 공학자들이 설계한 스페인 은행 금고에 보관되고 월터는 팀을 구성해 해당 동전을 되찾으려 한다는 게 중심 이야기다.
 
분명한 동기
 
수년간 절치부심하던 월터가 엔지니어 지망생이자 공대생 톰(프레디 하이모어)를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미 월터와 함께 오래 호흡을 맞춘 팀원에 새로운 브레인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스페인 은행 금고의 비밀을 푸는 역할을 바로 톰이 담당하게 되는데 단순히 범죄에 관심 있는 청년이 아닌 자신이 풀지 못할 수도 있는 난제에 호기심을 보인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영화는 이런 범죄 그룹의 동기를 단순히 뺏긴 것을 되찾는다는 데에만 두지 않는다. 모종의 반전이 있는데 영국 정보기관의 개입과 스페인 정부와의 관계를 설정해 월터 팀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동기를 강조한다. 이 때문에 단순 범죄 오락물임에도 캐릭터의 행동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영화 <웨이 다운>의 한 장면.

영화 <웨이 다운>의 한 장면. ⓒ 누리픽쳐스

 
118분의 다소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다가올 수 있는 이유는 마치 게임 관문을 하나씩 통과하는 것처럼 설정해놓은 은행 잠입 과정 묘사와 함께 캐릭터들의 입체감이다. 월터의 오랜 동료이자 전직 영국 요원이던 제임스(샘 라일리)는 다소 폐쇄적이면서도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팀의 기둥 역할을 한다. 동시에 어린 톰을 탐탁지 않게 여기며 갈등 요소가 된다.
 
여성 동료인 로레인(아스트리드 베흐제 프리스베)은 소매치기 및 변장에 능한 캐릭터인데 톰의 심리적 지지자로 그 역할을 다한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톰에겐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영화 내에선 유일한 멜로 요소로 기능하기도 한다. 가장 어려운 관문인 금고의 작동 원리 파악 과정에서 로레인의 말 한마디로 톰은 용기를 얻어 큰 힌트를 알아내게 된다.
 
이처럼 캐릭터와 사건, 그리고 해결 과정 자체가 잘 조합돼 있기에 <웨이 다운>은 답답한 현실을 잠깐 잊게 할 오락영화로 충분히 선택할 만하다. <알.이.씨> 시리즈와 <다크니스> 등으로 이미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소재로 한 영화를 연출해 온 자움 발라구에로 감독에겐 익숙한 소재였을 것이다.
 
한줄평: 단순함에서 오는 장르적 쾌감
평점: ★★★☆(3.5/5)

 
영화 <웨이 다운> 관련 정보

감독: 자움 발라구에로
출연: 프레디 하이모어, 리암 커닝햄, 샘 라일리, 아스트리드 베흐제 프리스베, 팜케 얀센 등
수입 및 배급: 누리픽쳐스
러닝타임: 118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1년 3월 11일
 

 
웨이 다운 케이퍼 무비 스페인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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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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