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베테랑의 품격은 역시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수원 블루윙즈의 멀티 플레이어 김민우와 FC 서울의 미드필더 기성용이 또 한 번 입증했다.

한 선수는 골로 다른 한 선수는 명품 어시스트로 입이 떡 벌어지는 작품들을 일요일 축구팬들에게 선물해 준 것이다. 이 두 장면으로 2021 K리그 원 2라운드 종합 보고서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다.

① 김민우의 슈퍼 골과 기성용의 택배 크로스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블루윙즈와 성남FC 경기에서 수원 선수들이 김민우의 득점 후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블루윙즈와 성남FC 경기에서 수원 선수들이 김민우의 득점 후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블루윙즈는 시즌 초반 두 게임 모두 1-0 승리를 거두며 박건하 감독이 준비한 짜임새 있는 축구가 매우 효율적으로 가동되고 있음을 말해줬다. 두 게임 모두 자신들의 안방인 빅 버드에서 열린 것을 감안하면 여러 골이 터지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지만 이번 2라운드 성남 FC와의 홈 게임 유일한 결승골은 여러 차례 다시 봐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명장면으로 찍혔다. 

37분에 어웨이 팀 성남 FC 수비수 박정수가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며 퇴장당하는 어수선한 상황이 벌어지고 3분 뒤에 결승골이 터졌다. 오른쪽 옆줄 밖 던지기를 한 수원 블루윙즈의 김태환이 흘러나온 세컨드 볼을 잡아서 날카로운 오른발 크로스를 날렸고, 이 공은 정확하게 반대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민우에게 전달됐다.

이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몸 중심을 낮춘 김민우가 몸을 날리며 기막힌 왼발 발리슛을 꽂아넣은 것이다. 성남 FC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도 막아내지 못할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가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힌 골이어서 일요일 낮 빅 버드를 찾아온 3087명의 수원 팬들 모두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축구 선물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김민우는 홈팬들과 이 슈퍼 골 순간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유니폼 상의를 180도 돌려 입고는 자신의 이름과 등번호 10번을 신나게 자랑했다. K리그 1 올해의 골은 물론 지난 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받은 푸스카스 상의 후보로 추천하기에 모자람 없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민우가 골 순간을 아름답게 장식했다면 FC 서울의 유능한 플레이 메이커 기성용은 기막힌 어시스트 패스로 일요일 상암벌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그의 전성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택배 크로스 선물이었다. 
 
 7일 오후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수원FC 경기에 나선 기성용 선수.

7일 오후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수원FC 경기에 나선 기성용 선수. ⓒ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FC와의 시즌 첫 홈 게임 선발 멤버로 나온 FC 서울 미드필더 기성용은 팀이 1-0으로 앞선 51분에 아무리 봐도 놀라운 궤적의 직선 크로스로 나상호의 골을 도왔다. 중앙원 아래 동료 센터백과 나란히 후방 빌드 업을 시작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 있던 기성용이 공을 축구화 바닥으로 세워 놓으며 앞을 내다보다가 나상호와 눈빛이 맞았다. 그 순간 기성용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오른발 장거리 패스가 뻗어나갔다. 

그런데 기성용의 크로스 궤적이 완만한 포물선을 그린 것이 아니라 야구 게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였다. 측면이나 대각선 크로스가 아니라 자신의 머리 뒤에서 날아오는 이 공을 받는 나상호도 몹시 까다로운 상황이었지만 거짓말처럼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이번 시즌 특별히 주목해야 할 이적생답게 나상호는 수원 FC 수비수 조유민 뒤로 돌아들어가 가슴 트래핑 후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정확하게 깔아넣었다.

축구의 골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어시스트도 아름다운 작품의 일부라는 것을 너무도 분명하게 입증한 두 개의 명장면이 2021 K리그 원 2라운드를 대표하여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김민우(수원 블루윙즈)와 기성용(FC 서울) 두 달인이 만나는 이번 시즌 첫 번째 슈퍼 매치는 오는 21일 6라운드로 수원 빅 버드에서 열린다.

② U-22 어린 선수들 3명 더 반짝반짝 빛나

지난 주 첫 라운드 가장 큰 이슈는 22세 이하 선수들에 대한 의무 선발 규정 및 개정된 선수 교체 규칙이었다. 두 번째 라운드가 끝난 시점이기 때문에 새 제도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 라운드에는 많은 축구 전문가들이 더 주목하라는 듯 22세 이하 어린 선수들의 팀 기여도와 공격 포인트 실적이 훨씬 더 눈에 띄었다. 

첫 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의 에이스로 떠오른 송민규가 U-22 기준 선수 유일하게 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라운드 3골 기록은 특별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의 3골이 모두 팀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이다.

광주 전용구장에서 벌어진 광주 FC와 울산 현대의 3월 6일(토) 게임에 왼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온 울산의 아기 호랑이 김민준(2001년 7월생)은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38분)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침착하게 잡아놓고 이 게임 유일한 결승골을 왼발로 멋지게 차 넣었다. 순발력이 뛰어난 광주 FC 골키퍼 윤보상이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랐지만 김민준의 왼발을 떠난 프로 데뷔 골은 글러브에 맞고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이 대구 FC와의 2라운드 킥 오프 직전 결의를 다지며 자기 위치로 달려나가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이 대구 FC와의 2라운드 킥 오프 직전 결의를 다지며 자기 위치로 달려나가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의 공격형 미드필더 구본철(1999년 10월생)도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의 시즌 첫 승리를 이끌어냈다. 대구 FC와의 홈 게임 시작 후 13분만에 뛰어난 위치 선정과 집중력을 자랑하며 팀의 귀중한 선취골이자 자신의 프로 데뷔 골을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원 톱 김현의 논스톱 발리슛이 대구 FC 골키퍼 최영은의 선방에 걸려 떨어지는 것을 예측하고 대구 FC 수비수 김진혁과 황순민 사이로 달려들어가 성공시킨 것이다.

지난 시즌부터 포항 스틸러스의 될성부른 인재로 주목받기 시작한 고영준(2001년 7월생)은 강릉에서 열린 강원 FC와의 어웨이 게임 슈퍼 서브로서 번뜩이는 감각을 맘껏 자랑했다. 특히 고영준은 후반전 교체로 들어가 단 112초 만에 시원한 왼발 슛으로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려 포항의 두 게임 연속 역전승 발판을 놓은 것이다. 지난 해 프로 데뷔 첫 시즌 8게임 중 2골 1도움 기록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활약이었다.

③ 함께 들어간 교체 선수 셋이 만든 벼락골

이번 2라운드 총 골 수(14골, 게임 당 2.33골)는 지난 주 첫 라운드(총 13골, 게임 당 2.16골)에 비해 1골이 더 많았다. 가장 빨리 들어간 골도 1라운드보다 약 15분 빨라졌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U-22 자원 구본철이 터뜨린 골이 게임 시작 후 12분 15초만에 골 라인을 통과한 것이어서 지난 라운드 포항 스틸야드에서 팀 동료 엘리아스 아길라르가 터뜨린 첫 라운드 가장 빠른 골 기록(27분 14초)을 뛰어넘었다. 이제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만년 하위권 팀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정말로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매 라운드마다 가장 먼저 터뜨리는 선취골 시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시즌에 늘어난 교체 카드 규정 덕분에 바꿔 들어온 선수들의 움직임과 전술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골이 두 개나 나왔다. 그 중 포항 스틸러스의 후반전 U-22 교체 선수 고영준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눈 치운 강릉 종합운동장 그라운드로 들어온 뒤 딱 112초(1분 52초)만에 강상우의 전진 패스를 받아 왼발로 '강원 FC 1-1 포항 스틸러스' 상황을 만드는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보다 앞서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게임에서도 후반전 교체 선수들 셋이 믿기 힘든 합작품 골을 만들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를 이끄는 김상식 신임 감독은 52분 19초에 이승기와 일류첸코, 김승대 세 선수를 한꺼번에 들여보내며 공격 라인을 완전히 새 인물들로 바꿨다. 

포항 스틸러스의 고영준만큼 빠른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승기가 왼발로 터뜨린 골도 교체 후 단 3분 20초만에 이어진 것이었으니 상대 팀 수비수들 입장에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전북 현대 오른쪽 윙백 이유현의 옆줄 밖 던지기를 일류첸코가 받아서 살짝 방향을 돌려놓고 김승대가 짧게 밀어준 공을 이승기가 왼발로 감아차 성공시켰기 때문에 이들 셋을 한꺼번에 들어가라고 지시한 김상식 감독도 크게 놀랐을 것이다. 

이미 뛰고 있던 스타팅 멤버 개입 없이 나중에 한꺼번에 들여보낸 세 선수가 차례로 터치한 공이 거짓말처럼 골로 들어간 사례는 아마도 오래된 해외 리그에서조차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시즌에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선수 교체 추가 규정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믿기 힘든 놀라운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처럼 라운드가 거듭할 때마다 놀랍고도 흥미로운 스토리가 쌓이고 있는 2021 K리그1 세 번째 라운드는 오는 9일(화)과 10일(수) 각각 세 게임씩 열린다. 시즌 첫 주중 저녁 게임 일정이 벌써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이 중 가장 나중에 시작하는 게임은 놓치지 말아야 할 카드다. 2016년 이후 오랜만에 다시 보는 수원 더비 매치(수원 FC - 수원 블루윙즈, 3월 10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수원 종합운동장)이기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몰려들고 있다.

2021 K리그 원 2라운드 결과 종합(왼쪽이 홈 팀)

★ 제주 유나이티드 1-1 전북 현대 [득점 : 안현범(68분) / 이승기(56분,도움-김승대)] 
    3월 6일 제주 월드컵(관중 2648명)
★ 광주 FC 0-1 울산 현대 [득점 : 김민준(38분)] 
    3월 6일 광주 전용(관중 1953명)
인천 유나이티드 FC 2-1 대구 FC [득점 : 구본철(13분), 아길라르(38분) / 김진혁(15분)] 
    3월 6일 인천 전용(관중 1930명)
★ 강원 FC 1-3 포항 스틸러스 [득점 : 김대원(21분) / 고영준(52분,도움-강상우), 하창래(70분,도움-신진호), 권완규(78분,도움-강상우)] 
    3월 6일 강릉 종합(관중 1207명)
수원 블루윙즈 1-0 성남 FC [득점 : 김민우(40분,도움-김태환)] 
    3월 7일 수원 빅 버드(관중 3087명) / 퇴장 성남 FC 박정수(37분)
FC 서울 3-0 수원 FC [득점 : 정동호(28분,자책골), 나상호(51분,도움-기성용), 나상호(80분)]
    3월 7일 서울 월드컵(관중 4100명)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6점 2승 6득점 0실점 +6
2 포항 스틸러스 6점 2승 5득점 2실점 +3
3 수원 블루윙즈 6점 2승 2득점 0실점 +2
4 전북 현대 4점 1승 1무 3득점 1실점 +2
5 FC 서울 3점 1승 1패 3득점 2실점 +1
6 인천 유나이티드 FC 3점 1승 1패 3득점 3실점 0
7 제주 유나이티드 2점 2무 1득점 1실점 0
8 대구 FC 1점 1무 1패 2득점 3실점 -1
9 수원 FC 1점 1무 1패 1득점 4실점 -3
10 성남 FC 1점 1무 1패 0득점 1실점 -1
11 강원 FC 0점 2패 1득점 8실점 -7
12 광주 FC 0점 2패 0득점 2실점 -2

2021 K리그 원 3라운드 일정
3월 9일(화) 오후 7시 ☆ 전북 현대 - 강원 FC (전주성)
3월 9일(화) 오후 7시 ☆ 울산 현대 - 인천 유나이티드 FC (울산 문수경기장)
3월 9일(화) 오후 7시 30분 ☆ 제주 유나이티드 - 포항 스틸러스 (제주 월드컵경기장)

3월 10일(수) 오후 7시 ☆ 대구 FC - 광주 FC (DGB 대구은행파크)
3월 10일(수) 오후 7시 ☆ 성남 FC - FC 서울 (탄천종합운동장)
3월 10일(수) 오후 7시 30분 ☆ 수원 FC - 수원 블루윙즈 (수원 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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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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