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지난 5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지금은 재무 설계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배우 여현수, tvN <롤러코스터>에서 정현돈과 함께 출연했던 정하윤 부부가 출연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정형돈은 정하윤과 감격적인(?) 해후를 하고 반가워했다. 두 사람은 현재 두 딸을 키우고 있었는데, 그들은 과연 어떤 육아를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정하윤은 두 딸을 모두 '완모(완전 모유 수유)' 했다며 모유를 먹는 아기들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말은 쉽지만 두 딸을 각각 24개월 간 모유 수유를 하려면 총 48개월이다. 통잠은 아예 포기해야 할 만큼 고된 일이다. tvN <산후조리원>의 사랑이 엄마 조은정(박하선)을 떠올리게 했다. 남다른 각오가 느껴지는 엄마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마저 엄마 찾는 '금쪽이'

금쪽이는 예비 초1, 그러니까 8살 딸이었다. 먹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깜찍발랄한 아이였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덕분인지 성격도 좋았다. 또, 외모에 관심이 많았다. 그 또래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엄마 아빠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부모로서 아이가 학교라는 사회 공동체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되고 초조해지는 건 당연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유치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와 집에서 보냈기 때문에 더욱 우려스러웠으리라. 친구들과 어울려본 경험이 적었을 테니 말이다. 아마도 많은 예비 학부모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금쪽이는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학교에 들고 갈 가방의 내용물을 챙기거나 샤워를 할 때도 엄마의 도움이 필요했다. 

또, 금쪽이는 화장실에서 큰일을 본 후에도 다급하게 엄마를 찾았다. 혹시...? 그렇다. 예상할 수 있는 그 이유였다. 혼자서 뒤처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딸의 부름을 받은 엄마는 금쪽이의 배변 뒤처리를 도왔다. 화장실 뒤처리는 초등학교 입학이 코앞인 시점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엄마는 계속해서 연습을 시켜보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뒤처리하며 손에 닿는 게 싫을 수 있어요. 그래도 분명한 선언, '네 똥은 네가 닦는 거야'라는 분명한 선을 제시해 줘야죠."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먹는 게 중요한 만큼 배변도 너무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시켜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엄마가 지나치게 깔끔하거나 한치의 오점도 용납하지 못하는 타입이면 아이들도 그런 점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깔끔한 엄마를 보며 더러운 것을 불편해하게 된다는 뜻이다. 오은영은 깔끔하고 청결한 것도 좋지만, 상황에 알맞게 문제를 해결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요구된다고 덧붙렸다. 

그렇다면 금쪽이는 혼자 할 줄 아는 게 없는 아이일까. 신애라의 질문에 오은영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확고히 대답했다. 관찰을 통해 확인한 금쪽이는 누구보다 의욕이 많고 열정이 넘치는 아이였다. 그런데 금쪽이가 혼자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에도 엄마가 일거수일투족 참견하고 있었다. 홍현희는 예전 개그 코너 중에서 힘든 일을 대신하는 '대신맨'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렇게 표현하는 건 죄송하지만, 엄마가 좀 방해하죠." (오은영)

오은영은 양육의 궁극적 목표는 자녀의 독립이며, 비록 그 과정은 길지만 스스로 하는 힘을 기르도록 최선의 도움을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가방을 챙길 때나 양치질이나 샤워를 할 때 마무리를 항상 엄마가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금쪽이는 시무룩 해졌다. 분명 스스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오은영은 어설퍼도 마무리를 아이가 하도록 하고, 칭찬으로 마무리하라고 조언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만드는 엄마의 관심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기 신뢰감을 형성하게 되는데, 사랑이 넘쳐 과잉보호하는 엄마 탓에 금쪽이는 그런 경험들이 전무한 상태였다. 이렇게 되면 '잘 되어도 엄마 덕, 잘못되면 엄마 탓'이 되는 악순환을 만들게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했다. 아이의 자율성을 좀 더 존중해 줄 필요가 있었다. 양치질 등 일상의 사소한 부분들부터 조금씩 '독립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었다.

한편, 야심한 밤에 엄마는 잠들어 있는 금쪽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가서 소변을 누였다. 금쪽이는 아직까지 밤 소변을 못뗀 상태였다. 혹시 오줌을 쌀까 불안해 하는 금쪽이를 위해 엄마는 매일 새벽 비몽사몽의 금쪽이를 화장실로 이끌었다. 그 바람에 엄마는 모유 수유 이후 통잠을 잔 적이 한번도 없었다. 숙면이 무엇인지 모른 채 밤잠을 포기하고 8년을 살아온 셈이다. 

오은영은 밤에 소변을 못 가리는 걸 야뇨증이라고 하는데, 습관의 문제라기보다 뇌의 성장 발달이 늦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보통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뇨기적 문제가 없다면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99% 좋아진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이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바소프레신(항이뇨 호르몬)을 처방 받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보다 근본적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오은영은 온 가족이 숙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의 우선순위 면에서 볼 때, 숙면이 훨씬 더 중요하단 얘기였다.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을 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아이가 실수를 겪지 않게 하려는 부모의 지나친 통제가 모두를 힘들게 했다. 차라리 실수에 관대한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금쪽이가 스스로 극복할 수 있게 돕는 편이 나았다. 

"샤워할 때 엄마가 도와주는 건 괜찮아?"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해. 근데, 내가 혼자서 하고 싶은데 엄마가 다 해주니까 너무 화가 나."


실제로 금쪽이는 엄마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했다. 가방을 챙기거나 샤워를 할 때 혼자 하고 싶었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엄마는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며 놀랐다. 분명, 아이는 성장할 내면의 힘을 갖고 있었다. 부모는 그런 아이를 든든히 지지하고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맡아 나가야 한다. 

초등학교 입학 앞둔 금쪽이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금쪽이가 밝고 명랑한 아이라며 그건 평소에 엄마 아빠와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다는 뜻이고, 금쪽이네가 화목한 가정이라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와 같은 전제 후 금쪽 처방을 내렸다. 다만, 나이에 맞게 세상으로 나설 필요가 있었다. 엄마에게 주는 금쪽 처방은 '버팀목 육아'였다. 아이의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 자녀의 한 발짝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법을 배워야 했다. 

완벽주의 엄마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했다. 오은영은 가능하면 모든 일의 마무리는 아이가 하도록 하고 칭찬을 통해 격려하라고 조언했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적은 '엄마 경고문'을 집 안 곳곳에 부착하도록 했다. 금쪽이는 엄마가 개입하려 할 때마다 경고 신호를 보냈다. 처음에는 미숙한 모습을 보였지만, 혼자 하는 경험이 쌓여가자 금쪽이는 점차 능숙해졌다. 

아빠를 위한 솔루션도 있었다. 온 마음을 기울여 금쪽이의 말에 집중하라는 조언이었다. 그동안 TV를 보거나 다른 일을하며 조금은 건성으로 아이를 대했던 부분을 개선해 나가라는 뜻이었다. 또, 엄마 아빠는 금쪽이에게 밤 소변을 실수하는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불안해 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독였고, 심리적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금쪽이는 밤 소변도 가릴 수 있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용돈 벌기 심부름 미션을 통해 경제 교육을 시키는 한편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워 나갔다. 자기 효능감을 경험하게 했다. 샤워도 혼자 할 수 있게 됐고, 배변 뒤처리도 깔끔하게 해냈다. 금쪽이를 통해 부모의 과잉 보호가 오히려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자녀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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