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어쩌다 사장'의 주요 장면.  촬영 장소로 활용되는 가게의 터줏대감 강아지 검둥이는 매회 마다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담당해준다.

tvN '어쩌다 사장'의 주요 장면. 촬영 장소로 활용되는 가게의 터줏대감 강아지 검둥이는 매회 마다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담당해준다. ⓒ CJ ENM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연천상회 경비팀장 검둥이 인사드립니다. 못보던 삼촌(차태현, 조인성)들이 얼마전 우리 가게에 왔어요. 유명 배우라고 하던데 제가 언제 극장에 가봤어야죠. 암튼 주인 할머니 대신 며칠 가게를 본다길래  장사 잘하는지 제 친구 흰둥이랑 함께 살펴보는 중이에요.  

​아니나 다를까. 이 삼촌 사장님들, 서툰 건 어쩔 수 없나봐요. 하루 매상이 3억 원이라뇨? 계산도 어설프게 하고 연탄불도 잘 못 피우고. 우리 할머니는 이러지 않았는데 걱정이에요. 그래도 하나 다행인 건 두분 모두 사람은 좋아 보인다는거?

주인 할머니가 남긴 편지 읽어보셨나요?
 
 tvN '어쩌다 사장'의 주요 장면.  지난 1~2화에 걸친 내용을 통해 이 프로그램은 원래 주인 어르신에 대한 묘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tvN '어쩌다 사장'의 주요 장면. 지난 1~2화에 걸친 내용을 통해 이 프로그램은 원래 주인 어르신에 대한 묘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 CJ ENM

 
"내가 기분이 좋아야 오는 분들도 마음이 편하리라 믿으시니까요. 필요한 물건을 줄 수 있으면 기분이 좋습니다."(연천상회 사장님 편지 중에서.)

​잠시 촬영을 위해 자리를 비우신 우리 할머니가 두분 임시 사장님에게 남긴 편지 한통, 그리고 가격표를 남겼답니다. 비록 서투른 문장으로 적어뒀지만 여기엔 그동안 할머니가 가게를 꾸리면서 터득한 나름의 지혜,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는거 눈치채셨나요? 우리 가게엔 도시의 대형 마트 또는 편의점처럼 넉넉하게 상품이 진열되어 있진 않아요. 가격표도 적혀 있지 않고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모든 걸 다루는.   

동틀 무렵부터 저녁까지 문 열면서 동네 손님들을 상대하는 울 할머니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오셨어요. 찾는 물건 없을 때 제일 미안해 하시는 주인 어르신이지만 늘 열려 있는 작은 위로의 공간인 우리 상회 오시는 손님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아요. 늦은 시간 방문하는 이들에게 찌개 안주 차려드리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어찌보면 마음 좋은 그분들 덕분일거에요.

자판기 위에 동전 올려 놓고 지나가는 분들 공짜로 커피 마시게끔 운영하는 거 처음 보셨죠? 이건 요령 안 피우고 묵묵히 이 곳을 지켜온 우리 할머니가 오랜 시간 동네 주민들과 격의없는 대화 나누면서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었던 주인 어르신 만의 경영 철학(?)이에요. 이 곳에선 정을 곁들여 상품과 함께 판다는.

 두서 없어 보이지만 체계적인 가격표 정리
 
 지난 4일 방영된 tvN '어쩌다 사장'의 한 장면.

지난 4일 방영된 tvN '어쩌다 사장'의 한 장면. ⓒ CJ ENM

 
막걸리집 아저씨가 오전에 납품한 물건을 밤에 본인이 직접 사 마시는 진기한 장면도 여기선 일상 같은 풍경이에요. 물론 사모님에게 혼나는 것까지도. 그래서 이곳 상회는 좀 특이한 가게이기도 해요. 나이 많은 어르신들만 찾는게 아니라 젊은 공무원, 외국인 노동자 등 강원도 산골 치곤 다양한 손님들이 이곳을 들르곤 한답니다.

​촬영 때문에 잠시 가게 공간을 개조해 테이블도 더 들여놔 손이 크게 필요해졌지만 주인 할머니는 혼자서 물건도 팔고 술안주도 만들고 말벗 되어 드리는 일인삼역 이상 역할을 거뜬히 해오셨어요. 영업 첫날 술 손님, 식사 손님 몰려와 당황하셨겠지만 그 덕분에 장사가 만만찮다는 거 느끼셨겠죠?

​종이 상자에 빼곡히 적어둔 가격표도 얼핏 그냥 쓴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물건 진열에 맞춰 품목별로 구분해 기재한거에요. 차태현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박보영) 오기 전까진 그걸 미처 몰랐지만 말이죠. 두서 없어 보인 것 같은 종이가 사실은 우리 할머님만의 운영 노하우가 담긴 비법서 같은 것이랍니다.

연예인 장사 도전기가 아닌, 어르신의 인생 철학 배우기​
 
 tvN '어쩌다 사장'의 주요 장면.  실제 사장님은 오고가는 이들을 위해 자판기 위에 동전을 여려개 미리 올러 놓고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tvN '어쩌다 사장'의 주요 장면. 실제 사장님은 오고가는 이들을 위해 자판기 위에 동전을 여려개 미리 올러 놓고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 CJ ENM

 
이쯤되면 우리 할머님 어떤 분인지 무척 궁금하시죠? 임시 사장님인 삼촌들뿐만 아니라 TV로 시청하시는 분들도 지난 4일 소개된 2화를 접하셨다면 공통적으로 느끼셨을거에요. 늦은 저녁 가게를 찾아온 보건소 의사 선생님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따뜻함을 지닌 분이란 걸 눈치채셨을 겁니다. 원래 주인님은 첫회 잠깐 먼 발치로 화면에 나온 것 외엔 얼굴 조차 크게 드러내지 않았죠.

이를 통해 어떤 품성의, 어떤 삶을 살아온 분인지 조금이나마 감지하셨다면 두번째 방송 속 숨겨진 의미를 제대로 간파하신 거랍니다. 예전엔 도시 저편에도 이 곳 같은 장소들이 제법 많았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죠? <어쩌다 사장>은 연예인 임시 사장들의 서투른 장사 도전기 같지만 사실은 따뜻한 마음을 지닌 주인 할머님과 손님들이 그려왔던 지난 일상을 모든 시청자들이 함께 경험했으면 하는 PD 아저씨(류호진)의 작은 바람이 담겨진게 아닐까요?

조금은 각박해진 시청자 여러분을 둘러싼 일상과는 전혀 다른 여기 강원도 한적한 동네를 통해 작은 위안을 느꼈다면 먼 곳에서 찾아온 tvN이라는 방송국 사람들의 의도는 제대로 통한 겁니다. 참, 인성이 삼촌이 사준 겨울 이불 무척 따뜻했어요. 그럼 저 검둥이는 친구 따라 잠시 동네 마실 좀 다녀올게요. 안녕~
 
 지난 4일 방영된 tvN '어쩌다 사장'의 주요 장면

지난 4일 방영된 tvN '어쩌다 사장'의 주요 장면 ⓒ CJ ENM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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