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현재, 가요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은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유정, 민영, 유나, 은지)다. 이들이 2017년에 발표한 노래 '롤린'은 현재 국내 주요 음원 차트의 상위권에 올라 있다. '멜론'에서는 아이유의 'Celebrity'에 이어 2위에 올랐고, '벅스'와 '지니'에서는 일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브레이브걸스는 작곡가 '용감한형제'가 프로듀싱한 걸그룹이다. 2011년 데뷔 이후 활동을 이어 왔다. 데뷔 이후 이렇다 할 히트곡을 배출하지 못했고, 멤버 교체 역시 몇 차례 겪었으며, 공백기도 길었다. 4년 전에 발표되었던 '롤린' 역시 발매 당시 음원 차트에 진입하지 못했다.
 
주목을 받지 못 했던 걸그룹이 유튜브의 수혜를 입어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는 스토리는 6년 전 EXID를 떠올리게 한다. EXID가 2014년 8월에 발표한 '위아래'는 발표 당시 대중의 반응을 얻지 못 했으나, 한 네티즌의 '직캠' 영상 이후 스타덤에 올랐다. EXID가 과거로부터 소환되는 데에는 수개월이 걸렸다면, 브레이브걸스에게는 무려 4년이 걸렸다.
 
"전쟁 때 이거 틀어주면 전쟁 이김."
(한 누리꾼의 댓글 중)


군 위문공연에서 '롤린'을 공연하는 영상과 글을 함께 편집한 유튜브 영상이 역주행의 시발점이었다. 이 영상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이후, 음원 차트 역시 수직 상승했다. 병사들의 전투적인 열광 가운데 웃으면서 공연하는 그룹의 모습, '가오리춤'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안무, 그리고 그 춤을 따라 하는 병사들의 모습은 유쾌한 시너지를 만들었다. '전쟁 때 이거 틀어주면 전쟁 이김'이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은 이 영상 속의 분위기를 잘 축약한다. 누군가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가며, 그 시절 군 생활을 한 이들에게는 추억을 자극하는 장면이었다.
 
꾸준함과 우연이 만든 동화
 
 
 브레이브걸스

브레이브걸스 ⓒ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롤린'은 군대는 물론, 일부 리스너들 사이에서 '숨은 명곡' 취급을 받던 곡이기도 했다. 그러나 곡의 매력에 비해, 소속사 브레이브 컴퍼니의 기획은 허점이 많았다. 곡은 청량한 트로피컬 하우스 스타일의 댄스곡인데, 뮤직비디오에서는 어두운 뱀파이어의 이미지, 안무에서는 선정적인 동작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기획의 결함이 이들을 '군통령'으로 만드는 데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2017년 '롤린'을 발표한 이후, '운전만 해(We Ride)'를 발표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브레이브 걸스는 긴 공백기 동안 앨범을 내는 대신 국방 TV의 '위문열차' 등 위문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마저도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로는 이어갈 수 없었다.) 물론 위문 공연을 접하는 이들은 한정적인만큼, 이 과정은 대중들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간 결과, 그들은 군대에서는 특별한 위상을 갖게 된다. '롤린'은 16년 군번이 18년 군번에게, 18년 군번이 20년 군번에게 인수인계해주는 노래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군 문화 속 한 부분에 자리 잡았다.
 
지금의 호응에 힘입어, 브레이브 걸스는 '롤린'의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몇 주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그룹의 존폐 자체를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이들이 누리고 있는 인기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팬들 역시 이 동화 같은 서사에 열광하고 있다.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걸그룹이 조명을 받게 되자, 팬들은 이 열풍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멤버들에게 '꼬부기 언니(유정)', '단발좌(유나)' 같은 별명을 붙이는 것은 물론,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며 활동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팀을 1위에 올려 놓기 위해 조직적인 행동을 주문하는 팬도 있었다. 특히 곡 분위기에 맞지 않게 선정적인 앨범 재킷을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소속사 브레이브 컴퍼니 측에서는 팬이 만든 이미지로 앨범 재킷을  수정하며 화답했다. 이처럼 브레이브 걸스의 도약은 팬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아티스트와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더 큰 동력을 얻었다.
 
발매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브레이브 걸스는 새로운 스타가 되었다. 우리는 이미 비의 '깡', 제국의 아이들의 '후유증' 등이 망각의 늪 속에서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았지만, 이처럼 아티스트가 진심 어린 '응원'을 받았던 경우는 없다. '롤린'의 역주행은 뉴미디어 시대의 컨텐츠 소비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꾸준함과 우연함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낸 '동화'다. 누가 새로운 스타가 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