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 포스터. ⓒ 넷플릭스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톰 행크스, 두 대가는 지난 2013년 <캡틴 필립스>에서 처음 조우했다.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역시 폴 그린그래스', '역시 톰 행크스'라는 말을 들으며 성공했다. 이후 폴 그린그래스는 '제이슨 본' 시리즈를 알차게 부활시켰고 넷플릭스와 일을 시작했다. 톰 행크스는 이전에도 그랬듯 이후에도 거의 매년 쉬지 않고 일하며 작품들을 쏟아냈다.

그들은 8년 만에 다시 만나 함께 영화 한 편을 찍었다. 이번엔 서부극, 액션 장인 폴에겐 어울리지만 톰에겐 생소하다. 둘 다 필모그래프 최초의 서부극인 건 매 한가지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서부극이긴 하지만 액션이나 모험이 주가 아니다. '로드 무비'가 중심인 드라마 장르에 가깝다. 이러니, 톰에겐 어울리지만 폴에겐 생소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북미에서 극장 개봉하여 소소한 흥행 성적을 거뒀고, 올해 2월에 이르러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전 세계에 소개되었다. 큰 반향은 없었지만, 골든 글로브와 미국 배우 조합상과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등에서 후보에 오르는 등 비평 면에서 두각을 보였고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소소한 화제를 뿌렸다. 특히, 대배우 톰 행크스와 함께 영화 전체를 온전히 책임진 2008년생 독일 여배우 '헬레나 쳉겔'이 큰 주목을 받았다. 위의 시상식 후보에 빠짐 없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뭐 하나 통하는 게 없는 둘의 여정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지 5년이 지난 1870년, 중년으로 보이는 백인 남자 제퍼슨 카슨 키드 대위는 텍사스주 곳곳을 돌며 신문을 읽어 준다. 대신 약간의 돈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 같다. 밤낮 없이 일하며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 겨를도 없는 이들의 수요가 왠만큼 있어서 나쁘지 않은 듯, 또 그는 단순히 소식을 알리는 수준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날도 어김없이 다음 목적지로 길을 가다가 우연히 파괴된 마차를 마주한다. 근처에 숨어 있던 어린 백인 소녀 조해나와 만나고는 함께 여정을 떠난다. 조해나의 큰아버지 댁에 데려다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인디언에게 납치 당해 길러졌으며 다시 양부모를 잃고 키드 대위와 조우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키드 대위는 남북전쟁 참전 용사로 본래 신문 인쇄업을 하다가 4년 동안 전장에서 죽음과 함께했으며 전쟁 중에 아이가 없는 상황에서 아내를 잃고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방황 중이었다. 

키드 대위와 조해나는 할아버지와 손녀 정도로 나이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서로 죽이지 않고는 못 견딜 정도로 적대하는 민족이다. 그만큼 문화 차이도 크다. 무엇보다 단 한 마디조차 통하지 않는 언어를 쓰고 있지만 함께 길을 간다. 둘의 차이만이 여정의 방해 요소일 수 없다. 그들을 죽이려는 이들이 한둘 정도가 아니다. 자연도 그들의 편이 아니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조해나의 큰아버지 댁에 당도할 수 있을까? 그곳은 조해나의 집으로 충분할까? 키드 대위는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가 차마 마주하기 힘든 진실을 목도할 수 있을까?

캐릭터로 미국의 현재를 신랄하게 비판하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주지했듯 키드 대위와 조해나가 집으로 돌아가는 로드 무비 형식을 띄고 그 여정이 중심에 있지만,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로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폴 그린그래스가 액션 장인인 한편 사회파 영화를 찍어왔던 필모가 최소한으로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전하고 싶은 분명한 메시지가 있으니, 어떤 형식이든 어떤 장르든 어떤 이야기이든 크게 상관 없는 게 아닐까. 

먼저 키드 대위와 조해나라는 캐릭터가 주요하다. 키드 대위는 밥벌이로서 세상의 일을 전해 주고자 하지만 할 말이 필요할 땐 한다. 최대한 사실만을 전하고자 하지만 진실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는 것이다, 그게 올바르다고 생각하면 말이다. 하여, 길 잃은 조해나를 지나치지 않고 지켰으며 악덕 자본가 일당에게 잠식당한 마을에서 죽음을 불사하고 사람들에게 올바른 진실을 전하고자 했다. 황폐화된 언론에 대한 비판이다.

조해나는 존재 자체가 '미국'과 같다. 그녀는 변방의 독일 이민자 공동체에서 태어나 자랐다가 인디언 일족에게 납치 당해 키워졌지만 다시 백인에게 양부모를 잃고 키드 대위와 함께 큰아버지 댁을 찾아가게 되었다. 인종과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막론하고 한데 모여 나라를 이루고 성공을 이룩한 미국이라는 나라와 그 역사를 보는 것 같다. 이민자들이 모여 세운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민자를 향한 혐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아닐 수 없다.

톰 행크스 표 영화에 가깝다

이 영화는 주지했듯 '폴 그린그래스 표' 영화라기보다 '톰 행크스 표' 영화에 가깝다. 톰의 필모를 관통하는 외유내강의 휴머니즘이 <뉴스 오브 더 월드>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기 때문이다. 형식적이고 생각 없는 평화가 아닌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며,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게 한다. 더불어 사연 많고 상처 입은 영혼의 섬세한 감정을 내보이는 데 톰 행크스만 한 배우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혜성 같이 등장한 조해나 역의 헬레나 쳉겔의 연기 또한 깊다. 그녀가 더 눈에 띌 때도 많았다. 

서부극답게 최소한의 액션, 즉 느리고 투박하지만 긴장감 넘치는 총격신도 빠지지 않는다. 폴 그린그래스 특유의 현장감 투철한 리얼리티 순도 100%의 액션이 유감 없이 발휘되는데, 기대해도 좋다. 짧지만 강렬한 서부 황무지에서의 총격 액션신 말이다. 하지만, 화려하고 긴박한 액션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이 영화에서 액션은 로드무비의 여정을 완성시켜 가는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영화적으로 재밌다고는 못하겠다. 그렇다고 볼 만할 정도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아깝다. 기억에 남을 명작이랄 순 없겠지만, 정갈한 수작이라고 말하는 데엔 주저함이 없다. 이 정도 작품을 그야말로 밥 먹듯이 찍어 내는 톰 행크스가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그리고 나날이 빠르게 작품성을 높여 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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