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수의 학교폭력(학폭) 논란으로 인하여 그가 주연으로 출연중이던 KBS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이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수의 과거 학폭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배우 지수는 학교폭력 가해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하며 미성년자 시절 흡연을 비롯하여 일진 무리들과 함께 또래 학생들에게 왕따, 폭력, 협박, 모욕, 욕설 등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심지어 해당 글이 공개된 후 게시물 댓글을 통해 추가 폭로가 이어졌고 심지어 성폭력 의혹까지 나왔다.

학창 시절 한때의 비행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내용과 수위가 상당히 심각했다. 많은 누리꾼들은 최근 유명인들을 둘러싼 학폭 논란 중에서도 죄질이 가장 나쁘다며 혀를 내둘렀다.

결국 폭로 2일 만에 지수는 학폭을 인정하고 지난 4일 SNS에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지수는 "저로 인해 고통 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과거에 저지른 비행에 대해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습니다"라며 "연기자로 활동하는 제 모습을 보며 긴 시간동안 고통 받으셨을 분들께 깊이 속죄하고, 평생 씻지못할 저의 과거를 반성하고 뉘우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본인이 출연중인 드라마나 연예활동의 거취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어서 많은 대중들은 사과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지수는 현재 방송가에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지수가 주연으로 출연한 <달이 뜨는 강>이 방송중인 KBS에는 시청자권익센터를 통하여 학폭 가해자 지수의 하차를 요구하는 청원이 게재됐고 많은 이들이 이에 동참하기도 했다. 지수가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나 광고도 다시보기를 중단시키거나 이름을 삭제하는 등 기록 지우기에 돌입했다. 한때 라이징 스타로 꼽혔던 지수는 이 사건으로 연예계에서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문제는 지수가 출연중이던 <달이 뜨는 강>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까하는 것이다. 전작 <암행어사-조선비밀수사단>이 깜짝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 바통을 물려받은 <달이 뜨는 강>역시 시청률에서 선전하던 중이었다. 오랜만에 등장한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과  색다른 역사적 해석을 가미한 '퓨전 사극'으로 젊은 팬들의 인기를 끌며 조금씩 고정 시청층을 늘려가고 있었다.

<달이 뜨는 강>은 20부작 중 현재 초반부인 6부까지밖에 방영되지 않았다. 촬영은 벌써 90% 이상을 이미 완료한 상태로 알려졌다. 지수는 주인공인 온달 역으로 출연 중이기에 편집으로 역할을 지우거나 축소하는 것도 어렵다. 지수의 학폭논란이 갑작스럽게 터진만큼, 최소한 한 주 이상은 방송이 정상적으로 방영되기 어려울 것을 보인다.

앞으로의 대처도 쉽지않다. 하필 <달이 뜨는 강>은 규모가 큰 판타지 전쟁 사극이다. 새로운 주연배우를 영입하여 방대한 분량을 재촬영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각자 스케쥴이 다른 출연 배우들을 다시 섭외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여론을 무시하고 물의를 일으킨 주연배우로 방영을 강행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만일 드라마를 포기한다면 이미 촬영에 참여했던 배우와 스태프들은 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게 되고, 방송국과 제작사도 이미 사전에 해외에 수출한 드라마 판권의 위약금 문제까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제작진으로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깝지만 답은 한 가지 뿐이다. 현실적으로 지수의 하차는 불가피하다.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대체할 배우를 섭외하거나, 아니면 드라마 극본 자체를 큰 폭으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재촬영을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 쪽이든 드라마 완성도의 질적 하락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주인공이 드라마에서 사건사고에 휩쓸리며 하차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2002년 KBS 드라마 <명성황후>는 주연배우 이미연이 드라마 연장에 따른 추가출연을 거부하면서 최명길이 배역을 물려받았다. 2017년 MBC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에 출연중이던 구혜선은 촬영 중 희귀병 진단을 받고 중도 하차하여 장희진이 대체투입된ㅜ바 있다. 2012년 KBS <대왕의 꿈>은 박주미가 교통사고로 연기가 불가능해 홍은희가 바통을 넘겨받았고, 2016년 MBC<불어라 미풍아> 역시 오지은의 발목 부상으로 임수향이 대체 투입된 바 있다.

2018년 SBS <리턴>의 주인공이었던 고현정은 제작진과의 마찰로 드라마에서 하차하며 박진희가 구원투수로 등판하기도 했다. 2006년 MBC <늑대>는 주연배우이던 문정혁과 한지민이 촬영중 스턴트 차량이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면서 단 3회만에 방송이 중단됐고 끝내 재개되지 못했다. 주연배우의 부상때문에 최소한의 완결이라도 짓는 조기종영이 아닌 드라마 자체가 아예 폐지된 것은 초유의 사태였다.

앞선 사례들은 그나마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던 경우지만, 출연배우들 개개인이 심각한 물의를 일으키며 하차한 사례도 적지않다. 2018년 TV조선 <조선생존기>에 주연으로 출연중이던 강지환은 성폭행 혐의에 연루되며 구속되며 드라마에서 불명예스럽게 하차했다. 다행히 촬영이 막바지로 <조선생존기>는 서지석을 대타로 기용하며 간신히 드라마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올해 초 방송된 SBS <날아라 개천용>은 공동주연이었던 배성우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켜 잠시 결방기간을 거친 뒤에 같은 소속사였던 정우성이 깜짝 대타로 등장하며 배역을 물려받기도 했다.

학폭 논란으로 벼랑 끝에 몰린 지수의 사례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간 드라마에서 주연배우 단 한사람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대중의 인기와 명성을 얻는 데는 그만한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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