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포스터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판타지에 기반을 둔 디즈니 애니메이션 세계관은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그 활로를 모색해 왔다. 추리극과의 결합을 보여준 <주토피아>, 스파이물을 선보인 <스파이 지니어스> 등 다양한 시도로 사랑받아 왔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로 선보이는 액션 활극이라 할 수 있다. 쿠만드라라는 가상의 왕국을 배경으로 전설 속 마지막 드래곤을 찾는 라야의 모험을 담았다.

500년 전, 인간과 드래곤이 평화롭게 공존했던 쿠만드라는 모든 것을 돌로 만드는 괴물 드룬의 습격으로 몰락의 위기에 몰린다. 이때 마지막 드래곤인 시수는 인간을 구하고 모습을 감춘다. 500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드룬이 나타나자 공주 라야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시수를 찾아 나선다. 모험에서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과 화려한 액션 속 디즈니가 추구하는 다양성의 가치를 담아내며 다시 한 번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의 힘을 선보인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컷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글로벌 선두주자 디즈니, 동남아시아를 향하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유럽 동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를 배경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왔다. <뮬란>(중국), <포카혼타스>(미국 원주민), <코코>(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문화나 풍습을 바탕으로 색다른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이번 작품은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동남아시아 물의 신 나가의 전설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은 용을 동양적인 소재로 풀어내며, 배경에 있어서도 동남아시아를 떠올리게 만든다.

용의 생김새가 동양적인 것은 물론, 라야가 쓰고 다니는 논라나 수상가옥, 동남아풍의 의상과 건물의 모습은 이국적이다. 세계 문화 시장을 주도하는 디즈니답게 단순히 동남아시아 느낌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전역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조사하며 5개로 분열된 쿠만드라 왕국 각 국가에 개성을 부여한다.

때문에 라야의 모험은 다채로운 배경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인다. 돌로 변한 아버지와 드룬으로 인해 몰락한 왕국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떠나는 모험은 다소 무거움을 지닌다. 이 무거움을 풀어주는 건 시수를 비롯한 조연들의 활약이다. 특유의 감초연기를 선보이는 가수 출신 배우 아콰피나는 랩까지 하는 용 목소리를 연기하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어 간다. 여기에 무술을 하는 아기와 원숭이들, 꼬마 선장, 거대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애교를 지닌 아르마딜로 툭툭 등 다양한 캐릭터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컷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판 액션 활극의 쾌감

디즈니는 자신들의 애니메이션 최초의 액션 활극에 질감을 더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무예를 적극 활용했다. 공동 각본가인 퀴 응우옌과 영화나 게임 등의 격투 안무가인 매기 맥도널드는 라야에게 딱 맞는 액션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전통 무술인 펜칵 실랏과 필린 무술 칼리, 아르니스 등 다양한 무술을 접목시키며 액션 활극의 쾌감을 만들어 냈다. 라야가 숙명의 라이벌인 나마리와 격투를 펼치는 장면에서는 태국의 무에타이 킥복싱과 크라비 크라봉 무기술을 참고해 재미를 더했다. 어드벤처를 통한 재미가 주를 이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순수 타격 액션을 선보이며 색다른 존재감을 선보인다.

액션까지 동양적인 느낌을 살린 이 작품은 판타지에 있어서도 동양적 색채를 통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서양의 용이 불을 내뿜는 반면 시수는 물과 안개로 상대를 공격한다는 점, 숲과 바다, 강 등이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영상미를 자아낸다. 동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오리엔탈리즘으로 빠지기 쉬운 반면, 철저한 정보조사와 동양계 배우와 스태프들을 대거 기용한 이 작품은 부드러운 전개로 막힘 없이 나아가는 추진력을 보여준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컷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판게아 이론을 통해 말하는 믿음과 소통

판게아는 본래 지구는 하나의 땅으로 이뤄져 있었고, 이 땅들이 분리되면서 6대륙이 형성됐다 주장하는 이론이다. 한 번 갈라진 6대륙은 다시 하나로 이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영원한 단절과 고독을 의미한다. 이는 본래 하나의 민족이었던 인류 역시 갈라진 건 물론 서로를 완벽하게 신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모래 정원은 떨어진 바위들을 통해 이런 판게아를 표현하며 고독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슬픔을 말한다.

쿠만드라 왕국에 드룬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인간들이 서로를 불신하기 시작하면서다. 인간은 드래곤들의 희생으로 평화가 시작된 후에도 자신들끼리 싸움을 하며 왕국을 5개로 쪼개기에 이른다. 서로를 속이고 공격하며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인간세계에 염증을 품은 라야는 상대를 불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수는 이런 라야에게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내가 상대를 믿어야 상대도 나를 믿는다는 용의 말은 이상적으로 들린다. 때문에 영원한 평화를 추구하는 여정의 목표에 잘 어울린다.

인간은 기술과 문명의 발전을 통해 지구를 하나로 묶는 지구촌 사회를 이뤄냈다. 허나 계급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에게 고통을 주며 불신과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은 디즈니가 추구하는 다양성의 가치로 모든 인간은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어린이들을 위한 꿈과 용기를 어른들도 감명받을 수 있는 철학적인 메시지로 풀어내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디즈니 패밀리 애니메이션의 품격을 선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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