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에서 어떤 역경에도 주인공이 죽지 않는 건 이른 바 '국민 룰'이다. 장르 불문, 그 불문율에 대적할 시청자들은 없다. 다시 말해 저항감이 없다. 다만, 불가피하게 닥칠 위기를 좀 더 긴박감 있게 다뤄주길 바랄 뿐이다. 주인공이 위기를 타개하는 아슬아슬한 과정을 지켜보며 손에 땀이 나길 원하는 것이다. 그 정도는 이미 오랜 기간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약속된 무언의 합의가 아니던가. 

장면1. 
 
 JTBC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의 한 장면

JTBC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의 한 장면 ⓒ JTBC

 
JTBC 드라마 < 시지프스: the myth > 3회에서 정체불명의 범인은 부산에서 열린 '퀀텀앤타임' 컨퍼런스에 참석한 한태술(조승우 분)를 저격하기 위해 잠복 중이었다.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조준하고 있었지만, 한태술의 귀 끝만 겨우 맞췄다.

그는 수없이 많은 총알을 낭비했다. 강서해(박신혜 분)의 방해가 있었으나 한심한 수준이다. 정부 당국인 외국인청 7과장 황현승(최정우 분)조차 "저렇게 가까운 거리인데도 못 맞추는 거야?"라며 자조했다. 

장면2.
 
 JTBC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의 한 장면

JTBC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의 한 장면 ⓒ JTBC

 
이어서 계속된 추격전. 이번에는 경찰의 엉성함이 빛났다. 십여 명 이상의 경찰은 우르르 몰려다녔고, 우왕좌왕하며 한심한 작태를 보였다. 한태술과 강서해는 와이어를 이용해 건물 외부로 도망쳤는데, 그 과정을 연출한 와이어 액션은 도저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손이 오그라들 만큼 창피했다. CG도 어설프긴 마찬가지였다. 합성이라는 게 너무 티가 났다. 

장면3. 
 
 JTBC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의 한 장면

JTBC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의 한 장면 ⓒ JTBC

 
드라마 <시지프스> 4회에서는 단속국의 무능함이 돋보였다. 한태술의 위치 정보를 파악한 단속국은 드론을 띄워 추격을 개시했다. 직접 조종이 가능하고, 사격 능력까지 갖춘 첨단 장비였다. 한태술과 강서해는 고작 경차를 타고 도망치고 있었지만, 단속국은 속수무책이었다. 한태술은 뜬금없이 수준급 운전 실력을 발휘했고, 고개를 숙이거나 방향을 급전환해 공격을 피했다. 또 차문을 갑자기 열어 드론을 부서뜨렸다. 

사실 첫 회에서부터 우리는 짐작했어야 했다. 한태술이 비행기 추락 사고를 막는 장면은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고, 한태술에게 형 한태산(허준석 분)이 살아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중요한 신이었다. 문제는 연출이었다. 조승우의 연기로 커버하기에 상황은 지나치게 엉성했고, 위기 상황인데도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특수효과도 어색하기만 했다. 편집과 음악 역시 장르적 특성과 전혀 매치되지 않았다. 

무차별 총격에도 아무런 상처 없이 무사히 도망치는 장면들은 아무리 드라마의 주요 인물들이라고 해도 과할 정도였다. 단속국은 국가 기관인 만큼 압도적인 조직을 갖추고 인원과 장비 면에서 월등한데도 한태술과 강서해 두 사람에게 쩔쩔맨다. 추격전이 매 회 등장하고 있지만, 짜릿한 액션신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단속국은 < 시지프스: the myth >의 허술함의 절정이다. 

무려 조승우와 박신혜의 조합에 200억 원대 제작비로 주목 받았던 <시지프스>는 방영 전만 해도 '올해 무조건 봐야 할 드라마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기대감은 점차 실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첫 회 시청률 5.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 이후 6%대를 유지하다가 5회부터는 5.2%로 뚝 떨어졌다. 그나마 흥미로웠던 설정들도 허술한 연출 때문에 맥이 빠져버렸다.

한편, 미래에서 온 강서해의 행동에도 설득력이 없었다. 첫 등장부터 바나나를 껍질째 먹더니 찜질방에선 목욕탕 물을 마셨다. 물론 강서해는 핵 전쟁으로 폐허가 된 미래에서 왔으므로 문명과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9살 생일에 부모님과 파티를 하고 놀이공원에 갔던 일을 기억하고 있는 점을 미뤄보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웃음을 만들려는 과한 설정으로 보인다. 

<시지프스>는 천재 공학자 한태술과 그를 구하고 전쟁을 막기 위해 미래에서 온 강서해의 공조를 그린 판타지 미스터리 드라마다. 하지만 극을 이끌어 나가는 방식이 고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잡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해도 회상신이 많아 흐름이 끊기고, 대사들이 전반적으로 너무 직설적이고 유치하다. 

과연 <시지프스>가 초반의 비판들을 극복하고 대작으로 우뚝설 수 있을까. 현재까진 회의적이다. 조승우의 연기를 보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엉성한 극본과 허술한 연출은 곤혹스럽기만 하다. 6회 말미에 한태산을 인질로 잡고 있는 새로운 인물(김병철)이 등장하며 시청자들을 의문 속으로 빠뜨렸지만, 정작 극의 활력이 되살아날지 의문이다. 

산 정상에 이르기 전 매번 떨어져 버린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시청자들도 헛된 기대감이라는 끝없는 형벌에 시달리진 않을지 우려스럽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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