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의 막판 순위 싸움이 한치 앞을 모르게 치열해지고 있다.

이영택 감독이 이끄는 KGC인삼공사는 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13-25,25-23,28-26,25-16)로 승리했다.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3위 경쟁으로 승점 1점이 급한 도로공사를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낸 인삼공사는 탈꼴찌 경쟁을 하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벌리며 5위 자리를 지켰다(승점32점).

인삼공사는 발렌티나 디우프가 무려 59.60%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2개를 포함해 39득점을 책임졌고 1득점으로 부진했던 최은지 대신 고의정이 11득점, 고민지가 10득점으로 선전했다. 그리고 이날 인삼공사의 짜릿한 역전승 뒤에는 53.33%의 높은 리시브 효율과 함께 27개의 디그를 통해 수비1위 임명옥과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인삼공사의 '캡틴' 오지영이 있었다.

신장의 한계와 쟁쟁한 선배, 그리고 두 번의 임의탈퇴
 
 두 번이나 임의탈퇴되며 방황했던 오지영은 인삼공사 이적 후 선수생활의 전환점을 맞았다.

두 번이나 임의탈퇴되며 방황했던 오지영은 인삼공사 이적 후 선수생활의 전환점을 맞았다. ⓒ 한국배구연맹

 
전주 근영여고 출신의 오지영은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했다. 오지영은 수비와 서브가 뛰어난 레프트 유망주였었지만 프로에서 대성하기엔 170cm에 불과한 신장이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장윤희 같은 단신 선수들이 운동능력과 근성을 앞세워 공격수로 성공할 수 있었지만 180cm가 넘는 세터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요즘 시대에는 170cm의 단신이 공격수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오지영은 수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프로 입단 후 리베로로 변신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당시 도로공사에는 국가대표 주전 리베로 김해란이 있었기 땜ㄴ이다. 결국 오지영은 원포인트 서버와 수비강화를 위한 교체 선수로 간간이 코트에 들어왔을 뿐 입단 초기에는 주전으로 출전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오지영은 2010년 올스타전에서 스파이크 서브퀸 대회에 출전해 시속 95km의 강서브를 날리며 우승을 차지하는 등 한정된 역할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원포인트서버로 대표팀에 선발돼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오직 서브라는 특장점 하나로 태극마크까지 단 것이다. 하지만 오지영은 2011년 팀을 무단으로 이탈하며 임의탈퇴선수로 등록되기도 했다.

2012년 1년 만에 팀에 복귀한 오지영은 2013-2014 시즌까지 백업 리베로와 원포인트 서버를 오가다가 2014-2015시즌 후반기 드디어 주전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2015년 올스타전에 출전한 김해란이 후위공격을 시도하다가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오지영은 후반기 김해란의 공백을 잘 메우며 도로공사의 2번째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했고 리베로로서 오지영의 실력과 가치를 처음으로 배구팬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임명옥 리베로가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오지영은 다시 원포인트 서버로 밀려난 채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오지영은 2015-2016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지만 원 소속팀 도로공사를 포함해 어떤 구단으로부터도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 받지 못했다. 그렇게 오지영은 2016년 또 한 번 원치 않는 이유로 코트를 떠나게 됐다.

유쾌한 카리스마 갖춘 인삼공사 수비 최후의 보루
 
 오지영은 인삼공사 선수단을 이끄는 주장이자 팀 내에서 가장 유쾌한 성격을 가진 '분위기 메이커'다.

오지영은 인삼공사 선수단을 이끄는 주장이자 팀 내에서 가장 유쾌한 성격을 가진 '분위기 메이커'다. ⓒ 한국배구연맹

 
오지영은 한 시즌 동안 쉬다가 2017년 6월 김해란의 이적으로 리베로가 없었던 인삼공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렇게 오지영은 유서연(GS칼텍스)과의 사인앤트레이드를 통해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고 이적 첫 시즌 서남원 전 감독으로부터 인삼공사의 주전 리베로로 낙점 받았다. 물론 오지영의 부족한 주전 경험 때문에 오지영의 활약을 의심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오지영은 코트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17-2018 시즌 수비 부문(리시브+디그) 1위(세트당 8.85개)를 차지하며 쟁쟁한 선·후배들을 제치고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오지영은 2018-2019 시즌에도 56.22%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6.22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리베로 부문 베스트7 2연패를 차지했다.

2019년 인삼공사의 주장에 선임된 오지영은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는 주장이 아닌 유쾌한 성격으로 동료들을 아우르며 인삼공사의 끈끈한 팀워크와 조직력을 이끌었다. 그리고 도로공사 시절 FA 계약 실패로 본의 아니게 유니폼을 벗어야 했던 오지영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다시 FA자격을 얻어 인삼공사와 연봉2억6000만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김해란의 2억 원을 뛰어넘는 역대 리베로 최고연봉 계약이었다.

오지영은 이번 시즌에도 리시브 효율 2위(48.25%), 디그 3위(세트당 5.32개)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오지영은 이번 시즌 리베로 부문 베스트7 선정이 유력한 임명옥 리베로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었던 3일 도로공사전에서 53.33%의 리시브 효율과 27개의 디그로 맹활약했다. 40.91%의 리시브효율과 디그 21개로 평소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임명옥 리베로를 능가하는 활약이었다.

이번 시즌 인삼공사 공격의 50.66%를 책임지고 있는 외국인 선수 디우프는 지난 26일 현대건설전에서 54득점을 퍼부은 후 "꼴찌는 죽어도 하기 싫다"는 의지를 불태운 바 있다. 실제로 득점 1위(859점) 디우프는 공격에서 인삼공사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선수다. 그리고 리그 수비 2위(세트당 7.42개) 오지영은 인삼공사의 캡틴으로서 후위에서 인삼공사 수비 '최후의 보루'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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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KGC인삼공사 오지영 리베로 최고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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