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 영진위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가 3일 과거 공적자금 유용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김정석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사무국장의 임명 재고를 요구했다. 완곡한 표현을 쓴 것이지만 사실상 경질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영진위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김정석 사무국장은 지난 2월 8일 임명됐으나 2005년~2006년 전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을 맡았을 당시 공적자금을 유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관련기사: '공금횡령' 논란 영진위 사무국장에 영화인들 '싸늘').

이와 관련 제협은 '영화진흥위원회 김정석 사무국장 선임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수천만 원의 국고 횡령 혐의가 있는 인물이 연간 1천억 원이 넘는 영화발전기금을 집행하는 영진위의 사무국장을 맡았다"며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한 것인지 심히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김영진 영진위원장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사무국장 임명 건을 논의하던 지난 2월 4일, 김 사무국장의 국고 횡령 혐의 내용이 위원들과 감사에 투서 형태로 전달됐다. 하지만 당시 김 위원장은 "투서 성격이어서 공식화시키는 게 어렵다" "익명의 메일이어서 좀 과장된 면이 있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제협은 "영진위의 회의록에서 알 수 있듯이 위원회는 영화인의 제보를 백안시, 사실관계 파악을 게을리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제협은 "김영진 위원장은 '엄청난 도덕적 흠결이었다고 생각했으면 제가 함께 할 파트너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위원들의 협조를 구했고, 언론 인터뷰에서는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일을 저질렀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김정석씨를 옹호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의 공금횡령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제협이 영화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원친적인 입장을 정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1월 19일 취임한 김영진 영진위원장

지난 1월 19일 취임한 김영진 영진위원장 ⓒ 영진위

 
제협은 "영진위 사무국장은 1천억 원 이상의 연간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의 실무 책임자로 영진위 직원 100여 명의 행정 업무를 감독한다"며 "따라서 절차도 내용도 부실한 금번 사무국장 임명 의결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영화계는 대기업 독과점으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전례 없는 난국을 맞고 있다. 영진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며 영진위를 향해 ▲신임 사무국장이 횡령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횡령은 했지만 반성을 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인가? ▲어떤 기준에서 엄청난 도덕적 흠결이 아니라는 것인가?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일을 저질렀어도 반성하면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인가? 등 4개 항을 공개 질의했다.
 
전북독립영화인들 부정적 견해 강해
 
이번에 제협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영진위 사무국장의 과거 논란에 대한 영화인들의 비판적 시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영화인들은 "공적자금 유용은 심각한 결격사유가 아니냐?"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영화단체 대표의 경우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진위 김정석 사무국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다. 또한 김 사무국장은 정책 아이디어와 열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공적자금 유용 문제를 일으킨 인사가 공공기관의 책임을 맡았다는 점에서 부정적 견해가 더 많이 표출되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 독립영화인들 사이에서는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전북독립영화협회 초창기부터 활동한 지역 영화 관계자는 "당시 문제로 인해 김정석 사무국장은 단순히 해고가 아닌 파면을 당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이사장이 사무국장을 맡게 돼 사실상 강등된 모양새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일은 지역에서 워낙 파장이 컸고 독립영화협회 활동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겼다"며 "여기 사람들만 아는 게 아니고 지금 한국독립영화협회 주요 핵심 인사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영진위 김정석 사무국장

영진위 김정석 사무국장 ⓒ 영진위

 
전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지역 영화인도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당시 지역독협 규모로 3500만 원이나 되는 액수의 부당한 유용이 사무국을 책임지는 국장의 직책으로나 책임으로 볼 때 가볍지 않다"며 "더 큰 국가 공공조직의 사무국장을 맡으려는 사람이라면 '오래전 일, 다 정리된 일'이라 말하기 전에 사안이 던지는 의미에 대해 스스로 다른 사람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진위는 다소 논란은 있지만 김영진 위원장이 파트너로 선택한 만큼 일단 논란을 안고 가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영화산업 침체 등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는 게 힘을 쏟는 게 더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며 "논란이 계속 이어져 각종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영화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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