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잘 지킨 덕분에 2021 K리그 시즌은 지난해보다 일찍 축구의 봄을 열었다. 2월 27일 오후 2시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의 홈 게임(vs. FC 서울)을 시작으로 3.1절 오후 4시 30분 열린 성남 FC의 홈 게임(vs. 제주 유나이티드)까지 K리그1 첫 라운드 여섯 게임 뚜껑이 열리며 꽤 흥미로운 축구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이전과는 달라진 교체 카드 5장이 예상보다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었고, 오랜만에 K리그 현장으로 돌아온 레전드 홍명보(울산 현대) 감독은 K리그 첫 게임에서 기분 좋은 5-0 대승을 거둬 3943명 홈팬들과 함께 활짝 웃었다.

① K리그 대회 규정 33조 3항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교체 카드 2장이 더 늘어서 총 5명의 후보 선수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어린 선수들(U-22)을 의무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지난 시즌까지도 K리그에는 U-22 선수에 대한 스타팅 멤버 포함 규정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총 교체 카드가 5장이 되면서 선수 교체할 때 U-22 선수가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된 K리그 대회 규정 33조 3항은 이렇다.

"후보 명단에 포함된 U-22 선수가 교체 출전하는 경우에 한하여 교체 가능 인원은 최대 5명까지 가능하다. 단, 이 경우 반드시 4번째 교체 명단 내에 U-22 선수가 포함되어야 하며, 만약 선발로 U-22선수가 2명 이상 출전 시에는 교체 출전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 5명의 선수 교체가 가능하다."

간단히 정리하면 U-22 선수 중 1명을 반드시 스타팅 멤버로 내보내야 하며, 교체 카드 5장을 다 쓰기 위해서는 네 번째 교체 명단 이내에 역시 어린 선수를 들여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전주성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FC 서울의 2021 K리그 1 공식 개막 게임에 데뷔한 전북의 김상식 감독은 후반전 교체 카드를 활용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 시즌까지 2년 간 리그 게임에서 교체도 없이 골키퍼 글러브를 끼고 골문을 지킨 송범근을 벤치로 불러 들이고 2001년 4월에 태어난 김정훈 골키퍼를 들여보낸 것이다. 더 어린 나이에 전북 현대 골키퍼 유니폼을 입었지만 기회를 단 한 번도 얻지 못했던 그를 77분에 기용하며 2-0 승리의 기쁨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프로 입문 세 시즌만에, 그것도 부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개막 게임으로 프로 골키퍼 데뷔를 시킨 것이다. 이 덕분에 김정훈이 만 다섯 살 때 전북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베테랑 풀백 최철순이 나란히 교체 멤버로 들어가 기분 좋은 완승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② U-22 유일한 득점 선수는 '송민규'

그렇다고 22세 이하 기준에 해당하는 선수들이 웬만한 K리그 팬들도 잘 모르는 새내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포항 스틸러스의 유능한 공격형 미드필더 송민규(1999년 9월생)다. 이미 지난 시즌 10득점 6도움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영 플레이어상을 받은 송민규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시즌 첫 홈 게임에서 0-1로 끌려가던 게임 흐름을 완벽하게 뒤집어 놓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기막히게 해내며 첫 라운드 유일한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포항 스틸러스 에이스 송민규가 2월 28일(토)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상대로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포항 스틸러스 에이스 송민규가 2월 28일(토)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상대로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0-1로 끌려가던 후반전 포항 스틸러스의 송민규는 유능한 멀티 플레이어 강상우와 함께 인천 유나이티드의 오른쪽 측면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송민규 특유의 유연한 드리블과 공간 침투를 막아내기 위해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은 옐로 카드 받는 것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곤욕을 치렀다. 특히 송민규는 1-1로 후반전 흐름이 뜨거워진 사이에 천금의 역전 결승골을 왼발로 차 넣었다. 

강상우의 왼발 슛이 낮게 깔려 골문으로 향하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의 베테랑 수비수 오반석 뒤에서 빠져나오며 리바운드 볼을 따내는 움직임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들이나 해낼 법한 볼 키핑 동작이었고 그 누구보다 침착하게 골키퍼 이태희까지 따돌리며 왼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마지막 임팩트 순간도 골키퍼의 2차 세이빙 동작까지 감안하여 완벽하게 마무리한 것이 압권이었다. 이렇게 송민규는 이번 첫 라운드 U-22 해당 선수들 중에서 유일한 공격 포인트 기록을 남겼다. 

포항 스틸러스는 송민규 말고도 2001년 7월생 미드필더 고영준을 후반전에 들여보내 멋진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송민규가 측면을 마음껏 휘저었다면 고영준은 가운데 쪽에서 공간 침투 역할을 맡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을 몹시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밖에 울산 미드필더 강윤구는 2002년 4월생으로서 이번 첫 라운드 가장 어린 U-22 선발 멤버로 찍혔으면서 다른 구단 해당 기준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긴 시간인 전반전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듬직하게 소화해내고 하프 타임에 이동경과 교체되어 설레는 프로 데뷔 경험을 했다. 마침 울산의 새 사령탑이 강윤구가 태어나던 그 해에 한국 국가대표팀의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든 홍명보 감독이어서 더 특별한 인연으로 보였다.

③ 아길라르의 골이 31초 빨랐다

2021 K리그 첫 번째 기록들을 모아 보니 특별한 수식어들이 붙게 되었다. FC 서울 수비수 김원균은 안타깝게도 가장 먼저 열린 공식 개막 게임에서 2021 K리그 1 첫 골을 넣었지만 양한빈이 지키고 있는 자기 팀 FC 서울의 골문이었다. 전북의 왼발잡이 미드필더 김보경이 올린 측면 프리킥을 걷어내기 위해 상대 팀 골잡이 일류첸코와 높은 공을 다투다가 벌어진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첫 라운드 여섯 게임이 모두 다른 날 혹은 다른 시간에 열린 것이어서 실제로 가장 이른 시간 골을 집계해보니 31초 차로 첫 라운드 가장 이른 득점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주인공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유능한 미드필더 아길라르였다. 21분 39초 인천 유나이티드의 U-22 자원인 박창환이 나오고 대신 들어간 아길라르는 단 5분 35초만에 멋진 왼발 슛을 골로 연결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 주장 김도혁이 왼쪽에서 밀어준 공을 잡지 않고 왼발로 기막히게 깔아서 넣은 아길라르의 득점 순간은 27분 14초였다. 하루 뒤 울산 문수 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강원 FC 게임 첫 골도 아길라르의 득점 시간과 비슷한 시간에 첫 골이 들어갔다. 울산 현대의 윤빛가람이 강원 FC 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밖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직접 프리킥이 놀라운 속도로 골문 오른쪽 톱 코너에 꽂혔다. 그런데 윤빛가람의 오른발을 떠난 공이 골 라인을 통과하는 시간이 27분 45초였다. 아길라르의 득점 시간 27분 14초보다 정확하게 31초 뒤에 찍힌 것이다.

27일(토) 오후 4시 30분에 DGB 대구은행 파크에서 열린 대구 FC와 수원 FC의 게임에서도 그 비슷한 시간대에 첫 골이 나왔는데, 성남 FC에서 수원 FC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골잡이 양동현의 페널티킥 선취골이 28분 49초에 대구 FC 골 라인을 통과했다. 반면에 가장 늦게 터진 극장 골은 후반전 추가 시간 2분 44초에 FC 서울의 골 라인을 통과한 전북 현대 바로우의 감각적인 쐐기골이었다. 

첫 라운드였지만 불명예스러운 퇴장 기록도 두 개나 나왔다. 3월 첫 날 오후 2시 울산 문수 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강원 FC 게임 후반전 초반 어웨이 팀 강원 FC 센터백 임채민이 고의적인 밀고 잡기 반칙을 저질러 울산의 빠른 날개 공격수 이동준을 넘어뜨렸다. 박병진 주심은 최초에 노란 딱지를 임채민에게 내밀었지만 VAR(비디오 판독 심판) 온 필드 뷰 절차를 거쳐 명백한 득점 기회를 저지했다는 이유로 퇴장 명령을 내렸다. 이 여파로 강원 FC는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0-5 점수판을 받아들어야 했다. 이것이 K리그 1 개막 게임 한 팀 최다골, 최다 점수 차 기록으로 찍혔다.

핵심 수비수보다 공격수가 퇴장당하면 상대적으로 그 충격파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바로 다음 게임인 성남 FC와 제주 유나이티드 게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후반전 교체 선수 진성욱이 주민규 대신 들어간 시간이 64분 8초였는데, 정확하게 8분 45초만에 김대용 주심으로부터 레드 카드를 받고 쫓겨났다. 중앙선 부근에서 높은 공을 다투기 위해 진성욱이 솟구치면서 왼쪽 팔꿈치로 성남 FC 수비수 마상훈의 얼굴을 때린 것이 역시 VAR 온 필드 뷰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상훈은 그 충격으로 오른쪽 눈 아래 부위가 멍이 든 채로 20분 가량 남은 시간을 실점 없이 버텨주었다. 

이렇게 10명으로 줄어 아찔한 패배 위기를 맞은 제주 유나이티드의 남기일 감독은 당연히 밀집 수비 전술을 지시했지만 남아있는 20분가량의 시간 내내 수비만 한 것이 아니라 새로 데려온 폴란드 출신 공격수 자와다를 77분에 공민현 대신 들여보내는 과감한 선택까지 선보이며 실점 없이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낼 수 있었다. 먼저 열린 울산 게임보다 퇴장 이후 남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이유도 있지만 퇴장 선수의 포지션이 어디냐에 따라 그 영향력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첫 라운드에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강원 FC의 김병수 감독은 수비의 핵심 임채민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멀티 플레이어 신세계를 급하게 들여보내는 바람에 U-22 자원으로 대기시켜 둔 박경배(20살)를 들여보내지 못하는 바람에 교체 카드를 3장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이렇게 특별한 이야기들이 새롭게 이어지기 시작한 2021 K리그 1 두 번째 라운드는 3월 6일(토) 네 게임, 3월 7일(일) 두 게임으로 열린다.

2021 K리그 1 첫 라운드 결과 (왼쪽이 홈 팀)

전북 현대 2-0 FC 서울 [득점 : 김원균(자책골), 바로우(도움-김보경)] 
    2월 27일 오후 2시 전주성(관중 6199명)
대구 FC 1-1 수원 FC [득점 : 김진혁(도움-황순민) / 양동현PK] 
    2월 27일 오후 4시 30분 DGB 대구은행파크(관중 3025명)
포항 스틸러스 2-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신광훈, 송민규 / 아길라르(도움-김도혁)] 
    2월 28일 오후 2시 포항 스틸야드(관중 2899명)
수원 블루윙즈 1-0 광주 FC [득점 : 김건희(도움-고승범)] 
    2월 28일 오후 4시 30분 수원 빅 버드(관중 3258명)
울산 현대 5-0 강원 FC [득점 : 윤빛가람, 김기희, 이동준(도움-이동경), 김인성, 김인성(도움-김지현)] 
    3월 1일 오후 2시 울산 문수경기장(관중 3943명) / 퇴장 강원 FC 임채민(50분)
성남 FC 0-0 제주 유나이티드
    3월 1일 오후 4시 30분 탄천종합운동장(관중 1218명) / 퇴장 제주 유나이티드 진성욱(73분)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3점 1승 5득점 0실점 +5
2 전북 현대 3점 1승 2득점 0실점 +2
3 포항 스틸러스 3점 1승 2득점 1실점 +1
4 수원 블루윙즈 3점 1승 1득점 0실점 +1
5 대구 FC 1점 1무 1득점 1실점 0
5 수원 FC 1점 1무 1득점 1실점 0
7 성남 FC 1점 1무 0득점 0실점 0
7 제주 유나이티드 1점 1무 0득점 0실점 0
9 인천 유나이티드 FC 0점 1패 1득점 2실점 -1
10 광주 FC 0점 1패 0득점 1실점 -1
11 FC 서울 0점 1패 0득점 2실점 -2
12 강원 FC 0점 1패 0득점 5실점 -5

2021 K리그 원 2라운드 일정
3월 6일(토) 오후 2시 ☆ 제주 유나이티드 - 전북 현대 (제주 월드컵경기장)
3월 6일(토) 오후 4시 30분 ☆ 인천 유나이티드 FC - 대구 FC (인천축구전용경기장)
3월 6일(토) 오후 4시 30분 ☆ 광주 FC - 울산 현대 (광주 전용구장)
3월 6일(토) 오후 7시 ☆ 강원 FC - 포항 스틸러스 (강릉종합운동장)

3월 7일(일) 오후 2시 ☆ 수원 블루윙즈 - 성남 FC (수원 빅 버드)
3월 7일(일) 오후 4시 30분 ☆ FC 서울 - 수원 FC (서울 월드컵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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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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