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톰과 제리> 영화 포스터

▲ <톰과 제리> 영화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인스타 셀럽인 벤(콜린 조스트 분)과 프리타(팔라비 샤드라 분)의 성대한 결혼식이 열릴 예정인 뉴욕의 로열 게이트 호텔에 살 집을 찾던 생쥐 제리가 나타난다. 다른 이의 이력서를 도용해 호텔에 취업한 매니저 카일라(클로이 모레츠 분)는 동료 테렌스(마이클 페나 분)의 견제 속에 생쥐를 잡으라는 지시를 받고 천적 관계인 고양이 톰을 고용한다. 그러나 톰과 제리는 역대급 대소동을 일으키며 호텔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다.

21세기로 넘어오며 할리우드는 발전된 기술력을 활용하여 고전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를 재가공하여 스크린으로 불러오는 중이다. 실사와 CG 캐릭터를 합한 <스쿠비 두>(2002), <가필드>(2004), <앨빈과 슈퍼밴드>(2007), <요기 베어>(2010), <개구쟁이 스머프>(2011), <수퍼 소닉>(2019) 등이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영화'다.

애니메이션 시리즈 '톰과 제리'는 1940년 처음 공개된 이래 아카데미 단편 영화상을 7차례나 수상하고 극장용 단편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TV 애니메이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등 8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영화 <톰과 제리>는 실사와 카툰 그림체로 섞어서 제작한 하이브리드 작품이다. 

실사의 즐거움, 그리고 오마주
 
<톰과 제리> 영화의 한 장면

▲ <톰과 제리>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최근 선보인 하이브리드 영화들이 대부분 3D 캐릭터를 사용한 것과 달리 <톰과 제리>는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1988), <쿨 월드>(1992), <스페이스 잼>(1996), <루니 툰-백 인 액션>(2003)처럼 실사와 2D를 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시리즈의 고유한 그림체를 유지하였기에 과거 '톰과 제리'를 접한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메가폰은 <택시: 더 맥시멈>(2004), <판타스틱 4>(2005), <씽크 라이크 어 맨>(2012), <라이드 어 롱>(2014), <샤프트>(2019)를 연출한 바 있는 팀 스토리 감독이 잡았다. 그는 "톰과 제리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세월을 뛰어넘어 사랑받는다"며 "오늘날의 관객들도 연령에 상관없이 향수를 느끼면서도 우리가 현세대에 맞게 바꾼 새롭고 쿨하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캐릭터들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다.

<톰과 제리>는 하이브리드 영화답게 기술적인 측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톰과 제리>를 담당한 애니메이션 부서는 촬영 전에 약 1만5천 장, 촬영 이후 26주간 매주 900장 정도로 총 2만 5천 장 정도를 추가로 그려 제작 기간 동안 4만 장 이상의 작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동물들은 현실 세계와 조화를 이뤄 어색함이 느껴지질 않는다. 

톰, 제리, 불독 스파이크가 뒤엉킨 싸움이 토네이도로 변하는 애니메이션 연출을 만화실사 속에서 만나는 느낌은 무척 신선하다. 한편으론 톰이 제리를 잡기 위해 만드는 초대형 덫은 실사로 꾸며 색다른 즐거움을 전한다. 톰의 비명, 피아노 연주, 제리의 웃음소리 등 원작의 오마주도 곳곳에 삽입되어 재미를 더한다.
 
<톰과 제리> 영화의 한 장면

▲ <톰과 제리>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애니메이션 시리즈 '톰과 제리'는 7~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별다른 내용 없이 톰과 제리가 티격태격하는 광경을 그린 슬랩스틱 코미디다. 톰과 제리가 선보인 슬랩스틱 코미디는 이후 대중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톰의 몸이 찌그러지고 조각이 나는 식의 과장된 만화적 묘사를 일삼은 탓에 과도한 폭력성을 지적받기도 했다. 이런 지적을 반영한 듯 영화는 폭력 수위를 다소 낮추었다.

단편 모음집이 아닌 바에 플롯도 없이 톰과 제리가 벌이는 소동극만으로 100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을 채울 순 없는 노릇이다. 영화 <톰과 제리>는 뉴욕을 무대 삼아 호텔 매니저인 카일라는 중심으로 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톰과 제리의 소동극을 덧붙이는 구조를 취한다. 카일라를 톰과 제리가 돕는 구조이다 보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톰과 제리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토닥거리는 분열 양상을 보여준다.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뉴욕을 배경으로 백인 여성인 카일라가 이민자를 속여 일자리를 빼앗고 호텔에서 히스패닉계인 테렌스와 대립하는 구도는 현재 미국 사회의 백인과 이민자/유색인종 간의 갈등을 반영한 설정이다. 반이민 정책을 폈던 트럼프를 향해 줄곧 반대 입장의 정치적 목소리를 냈던 배우 클로이 모레츠가 나온다는 점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미국 사회를 향한 메시지
 
<톰과 제리> 영화의 한 장면

▲ <톰과 제리>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문제는 미국 사회를 향한 우정과 협력의 가치가 1차원적인 각본으로 펼쳐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전체 관람가 등급임을 고려해도 전개는 심하리만치 뻔하다. 갈등도 쉽사리 봉합된다. 대충 넘어가는 것도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예가 벤이다. 부자인 그가 호텔 직원들을 대하는 천박한 태도는 반성은 고사하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 같은 해피엔딩으로 얼버무려진다. 카일라와 테렌스의 행동과 반성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이다 보니 메시지가 도통 와 닿질 않는다.

아이폰, 에어팟, 드론, 인스타그램, 힙합 등 동시대적인 요소를 가미한다고 현대적인 작품이 되는 건 아니다. 전개 자체가 구닥다리인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영화 <톰과 제리>는 분명 기술은 뛰어나다. 그러나 각본은 낙제점을 면치 못한다. 이렇게 만들 요량이면 단편들을 모은 장편 영화가 차라리 낫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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