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브레이브걸스

브레이브걸스 ⓒ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4년 전 발표된 곡이 최근 주요 음원차트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Rollin')'이다. 지난 2017년 발매된 네번째 미니 음반 타이틀곡인 '롤린'은 당시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브레이브걸스는 지난 2011년 데뷔했지만 10년여 활동하는 동안 사람들의 관심 밖에 놓여 있었다. 여러 번의 멤버 교체를 단행하는 등 활로를 찾아보려 애썼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인기 작곡가 용감한 형제가 만든 그룹이라는 것 외엔 거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브레이브걸스는 지난 2월 마지막 주부터 갑자기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2014년 EXID의 '위아래'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아이돌 그룹의 역주행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유튜버 재편집 영상 인기 급등...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
 
 어느 유튜버가 재편집한 브레이브걸스 '롤린' 국방TV 출연 장면.

어느 유튜버가 재편집한 브레이브걸스 '롤린' 국방TV 출연 장면. ⓒ 국방TV

 
​'롤린' 인기의 발단은 한 유튜버가 재편집한 동영상이었다. '​비디터'라는 이름의 이 유튜브 채널은 '롤린' 영상에 달린, '주접 댓글'이라고 불리는 유튜브 속 누리꾼들의 재치 넘치는 댓글을 영상 곳곳에 삽입해 2차 가공했다.

이러한 '2차 저작물'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채널들은 '비디터' 이외에도 많은데 슈퍼주니어, 2PM 등의 재편집물은 무려 300만회 이상 재생되었을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창작 영상물이 아닌 관계로 구독자 수는 대체로 적지만 조회수만 놓고 보면 유명 유튜버 못지않은 실적을 기록한다. 이러한 댓글을 가공한 영상들은 점차 유튜브 이용자들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기자 주: 저작권자 보호를 위한 유튜브 정책상 2차 저작권 가공 영상물로 얻어지는 광고수입은 원 저작권자, 음반사 및 기획사에게 지불되고 채널 운영자에겐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다).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수보다 유튜브 재편집본이 더 많은 시청자들을 확보하면서 '롤린'의 역주행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2월 26일 음원사이트 벅스를 시작으로 지니뮤직 순위 상위권에 '롤린'이 등장했고 이젠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도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유튜브 이용자 및 채널 운영자들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선택했다'고 분석한다. 우연찮은 기회에 유튜브 특정 동영상이 많은 사용자들에게 노출되고 접속이 늘어나면서 인기를 얻는 현상이 이번 '롤린'의 인기 요인이라는 것이다.

떼창까지 가능한 20대 장병, 예비군들의 지지
 
 어느 유튜버가 재편집한 브레이브걸스 '롤린' 엠카운트다운 출연 장면

어느 유튜버가 재편집한 브레이브걸스 '롤린' 엠카운트다운 출연 장면 ⓒ CJ ENM

 
그런데 드는 의문 하나. 왜 유독 '롤린'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을까? 이에 관해 예비군 및 현역 장병들의 절대적 지지를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실 일반 대중에겐 생소한 곡이지만 2017년 즈음 군 입대하거나 그 이후 군 복무한 이들에겐 아주 친숙한 노래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일명 '밀보드'(밀리터리 + 빌보드의 속어) 차트 1위곡이라는 별칭이 수년 전부터 부여되곤 했다.  

안타깝게도 브레이브걸스는 해외 시장은 고사하고 국내 시장에서도 입지가 탄탄하지 못하다 보니 유명 팀들은 잘 찾지 않는 국방TV <위문열차> 등 마이너한 방송 환경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EDM 기반의 경쾌한 팝 사운드로 만들어진 '롤린'의 구성은, 해외 팬들을 겨냥해 기승전결이 불분명하게끔 이뤄진 요즘 케이팝 그룹들의 악곡과는 다르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군 생활의 활력이 되었던 노래, 힘이 되어주는 느낌. 말로는 뭔가 설명 못하는 뭔가가 있다" 등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들은 '롤린'이 지닌 매력을 잘 설명하고 있다. 

네티즌 주접 댓글문화도 한 몫
 
 제국의 아이들 등 소위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 유행 뿐만 아니라 '시즌비시즌' 같은 웹예능에선 주접댓글 활용이 인기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제국의 아이들 등 소위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 유행 뿐만 아니라 '시즌비시즌' 같은 웹예능에선 주접댓글 활용이 인기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 KBS, 스튜디오룰루랄라


재미있는 댓글을 적극 활용하는 채널들이 최근 주목 받는 이유로는 유튜브 환경 변화를 꼽을 수 있다. 한동안 K팝 음악계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직캠'은 지난 1년 사이 코로나 여파로 인해 공연이 취소되면서 사실상 소멸되었다. 유명 아이돌들이 음악방송, 온라인 공연 등 비대면 활동으로 선회하다보니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은 다른 방향에서 아쉬움을 채우기 시작했다.  

​네이버 V라이브, 인스타그램 라이브 등 개인 방송에 효과나 자막을 넣어 축약본을 올리거나, 음악 프로그램 영상을 재가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접 댓글'은 시청자들의 재미를 배가 시키는 양념 노릇을 톡톡히 담당해준다. 이른바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 유행 역시 이러한 유튜브 속 놀이 문화와 맞물려 등장했고 이제는 <시즌비시즌>, <워크맨>, <네고왕> 등 유명 웹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필수적인 요소로 정착되고 있다. 

누리꾼이 만든 영상물 하나가 기폭제가 되면서 다수가 외면했던 노래를 다시 주목하게 만들었고, 자칫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수 있던 팀에겐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했다. 어느 직캠이 이룬 EXID의 역주행과는 닮은 듯 다른 브레이브걸스 '롤린'의 인기는 그래서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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