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피겨 한국선수권에서 차준환 선수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26일 피겨 한국선수권에서 차준환 선수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 박장식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인해 만 1년 만에 피겨 대회가 열렸다. 제75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의정부빙상경기장에서 개최되었다. 

세계선수권 티켓이 걸린 이번 선수권에서는 뜻밖의 결과도 나왔다. 여자부 쇼트에서 1위를 달렸던 유영이 프리에서 세 번의 실수 끝에 4위로 떨어졌고, 김예림과 이해인이 사상 첫 세계선수권 진출의 쾌거를 거뒀다. 남자부에서는 차준환이 큰 이변 없이 대표팀에 승선했다.

한편 15살 윤아선은 프리 스케이팅에서 1위, 도합 2위로 시니어 무대 첫 포디움에 올랐다. 나이 제한 탓에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는 못하는 데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역시 취소되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호각세 속 경기... 긴 공백 탓에 실수도

25일 열린 여자 시니어 쇼트 프로그램 순위에서는 유영(수리고)이 1위를 가져간 데 이어, 이해인(한강중), 김예림(수리고)과 임은수(신현고) 등이 뒤따랐다. 윤아선(광동중)은 5위, 위서영(도장중)은 6위에 올랐다.

유영은 쇼트 프로그램에서 69.87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해인과 김예림은 트리플 플립 등에 어텐션을 받으며 각각 69.22점, 68.87점을 받았다. 임은수는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히 수행해내지 못하며 67.25점에 그쳤고, 윤아선은 66.29점, 위서영은 65.86점으로 쇼트를 마쳤다.

26일 열린 프리 프로그램에서는 순위가 요동쳤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점수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던 탓에 실수 한 번, 어텐션과 쿼터 한 번에 순위가 뒤바뀌는 일이 잦았다. 특히 코로나19 탓에 공식 경기가 없었음은 물론 연습 기회도 줄어 선수들이 실수를 연발하는 등,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던 상황도 많았다.
 
 26일 열린 피겨 한국선수권에서 이해인 선수가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26일 열린 피겨 한국선수권에서 이해인 선수가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 박장식

 
김예림은 트리플 플립에서 어텐션을 받았지만,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며 130.44점, 프리 2위에 이어 총합 199.31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해인은 큰 실수는 없었지만 자잘한 착지 실수, 언더와 쿼터 등이 눈에 띄었다. 이해인 선수는 126.18점의 성적으로 프리 4위, 도합하여 195.40점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눈에 띄는 것은 '07년생' 윤아선의 선전이었다. 그는 큰 실수 없이 프리 프로그램을 마쳤다. 첫 기술이었던 트리플 럿츠+트리플 토룹을 클린으로 성공시켰고, 일부 동작에서만 어텐션을 받는 등 실수도 적었다. 윤아선은 프리에서 131.70점, 총점 197.99점을 챙기며 프리 1위까지 거머쥐며 도합 2위에 올랐다.

가장 큰 아쉬움을 삼키 선수는 유영이었다. 유영은 트리플 악셀을 뛰던 도중 엉덩방아를 찧은 데 이어, 콤비네이션 점프에서의 트리플 토룹 동작을 하다 넘어지기도 했다. 결국 연발한 실수 탓에 프리 프로그램은 총점 124.94점에 6위, 쇼트와 프리를 합쳐 194.82점으로 최종 4위에 머물러 세계선수권 출전을 다음으로 기약하게 되었다.

남자부에서는 차준환(고려대)이 5연패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차준환 역시 오랜 공백기간 탓에 프리에서 쿼드러플 플립을 트리플에 그치고, 트리플 룹을 쿼터로 처리하는 등 완벽한 연기를 펼치지는 못했으나, 쇼트 90.36점, 프리 166.76점을 기록하며 총점 257.12점으로 넉넉하게 세계선수권 티켓을 따냈다.

뒤이어선 총점 227.63점의 이시형(고려대), 총점 193.44점을 기록한 차영현(화정고)이 차준환과 함께 포디움에 올랐다.

윤아선 "얼떨떨해", 차준환 "자잘한 실수 없도록"
 
 피겨스케이팅 김예림 선수가 26일 한국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김예림 선수가 26일 한국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박장식

 
이날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김예림 선수는 "종합선수권에서 세계선수권 출전 선수를 선발한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욕심을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라며 "원래 예정되었던 12월 대회가 연기되어 힘든 점이 있었다. 다행히 이번 종합선수권 대회 일정이 잡혀 열심히 임했다"라고 말했다.

김예림 선수는 지난해 첫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해 캐나다까지 향했지만, 대회가 취소되면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김 선수는 "경기를 완벽히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는데, 결과가 좋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하루하루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에 집중해서 보완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윤아선 선수는 소감을 묻자 "얼떨떨하고 기분이 좋다"라며 웃었다.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나이 탓에 세계선수권에 출전 못하는 것이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는 "물론 아쉽지만, 긴장 없이 했기에 더욱 잘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부 1위를 거머쥔 차준환 선수는 "오래만에 치른 경기였는데, 실수가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 마무리한 것 같아 다행이다"라면서도 "실수가 있었던 점이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선수권 때까지 연습량을 끌어올려 오늘의 자잘한 실수가 없도록 발전시키고 싶고, 새로운 쇼트 프로그램의 완성도도 높이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회의 결과로 김예림, 이해인 선수가 생애 첫 세계선수권 출전에 나선다. 차준환 선수는 두 번째 세계선수권에 나서 베이징 티켓을 노린다. 피겨 세계선수권대회는 3월 22일부터 28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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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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