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9일 임명된 영진위 김정석 사무국장

지난 2월 9일 임명된 영진위 김정석 사무국장 ⓒ 영진위

 
지난 8일 임명된 영화진흥위원회 김정석 신임 사무국장이 예전 공적자금 운영과 관련 문제를 일으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1년도 채 안 되는 임기로 영진위를 이끌고 있는 김영진 위원장 체제가 초반부터 난기류를 만난 모습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정석 사무국장은 지난 2005년 당시 전북독립영화협회(전북독협)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1억 8천만원 정도의 국비 사업을 진행했다. 당시 문체부가 해외에 한국을 알리는 목적으로 추진한 아시아문화동반자 사업의 일환이었다.
 
처음에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동남아 영화학도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의 영화학교 운영을 계획하던 것이 전북독협으로 넘어왔다고 한다. 당시 동남아 학생들을 전북대 어학원에 등록시키고 영화수업을 별도로 진행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예산을 유흥업소나 대형마트 등에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정석 사무국장은 물러나게 됐다. 당시 유용한 예산은 35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정을 아는 전북지역 영화관계자들은 이를 공금 횡령으로 주장하고 있다. 국비 사업에서 부당하게 유용한 것이니 횡령이라는 것이다. 당시 전북독협은 사업을 완수하기 위해 유용된 자금을 회수하고 김정석 국장을 물러나게 하는 선에서 정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사업에 직접 관여한 전북지역의 한 영화관계자는 "횡령이라고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예산사용이 불투명한 것이었고, 증빙서류가 미비된 문제가 있었던 것인데, 억측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진위 김정석 사무국장은 "당시 일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횡령은 아니었고 법인카드 사용에서 문제가 생겨 해결한 후 일단락해 정리한 사안"이라며 "당시 문제를 거론하는 분들은 실제적인 내용과 해결하는 과정에 대해 세세하게 알지 못하는 분들이다 보니 억측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오래된 일이라 명확하지는 않지만 당시 단란주점은 간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대형마트에 사무 비품 등을 구입하기 위해 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또한 "어떤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주변의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협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오판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사무국장 관련 익명의 제보 메일 받아
 
이와 같은 김 사무국장의 '공금 횡령' 내용은 지난 2월 4일 열린 영진위 임시회의 직전 영진위원들에게 투서 형태의 메일로 전달됐다. 
 
이날 회의에서 영진위 감사는 "이게 무슨 일인지, 팩트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필요하면 약간 시간을 두고 이것을 검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영진 영진위원장은 "이게 비공식적으로 온 일종의 투서 성격의 메일이라 공식화시키기는 어렵고, 본인에게 서면으로 소명을 받아서 위원님들이 열람하실 수 있도록 한 번 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어 "익명의 메일에서 좀 과장된 것이 있다고 본다"며 "엄청난 도덕적 흠결이었다고 생각했으면 제가 함께 일할 파트너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영진위는 소명서를 받은 후 8일 서면회의를 통해 김정석 사무국장 임명 건을 의결했다.
 
한편, 영진위는 논란이 일자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무국장 후보는 전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으로 재직 시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 활동비를 과다하게 지출한 바 있으나, 잘못을 인정하고 금전적인 책임도 다하였다는 내용의 소명서를 위원회에 제출했다"며 "위원들은 이를 검토한 후, 2021년 2월 8일 제4차 위원회 회의에서 사무국장 임명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임명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명과 관련된 제반사항을 점검하고 더욱 보완하여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진 영진위원장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사무국장 선임 논란과 관련해 "도덕적으로 지탄 받을 만한 일을 저질렀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영화산업이 침체기에 빠져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영화 정책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그가 적역"이었다고 말했다.

"영화산업 침체 해결할 적임자 없겠냐"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 영진위

 
하지만 영화인들은 오래전 일이라고는 해도 문제를 일으킨 인사가 영진위 사무국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것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영화감독은 "도덕적으로 지탄 받을 만한 일을 저지른 사람 말고는, 영화산업 침체를 해결할 적임자가 없겠냐"면서 영진위원장의 태도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비전을 갖고 영화인들에 봉사해야 하는 영진위가 무슨 이권단체가 되는 것 같다"면서 "지난해도 심사 공정성 논란을 일으켜 놓고 사과나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었는데, 영진위원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정석 사무국장의 임명에 반대 의견을 밝혔던 한 영진위원은 "논란이 있으니 조금 더 세밀하게 검증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전북지역 영화 관계자들은 "당시 전북독협에서 큰 논란이 되었던 사건으로 이후 전북독협의 어려움이 많았다"며 공적인 위치에 있기는 부적합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일부 독립영화계 관계자들은 "깊은 속은 알지 못하지만 영화와 독립영화계에 애정을 넘어선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김 사무국장을 평했다. 이어 "그간 같은 일이 되풀이된 것도 아니고 해결되고 정리된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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