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케어> 포스터

영화 <퍼펙트 케어> 포스터 ⓒ TCO(주)더콘텐츠온 , (주)제이앤씨미디어그

 
은퇴 후 안락한 삶을 사는 노년층을 상대하는 말라(로자먼드 파이크)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건강과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케어 회사의 CEO다. 영리한 두뇌,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외모, 강인한 카리스마, 거짓말과 임기응변에 능한 연기력을 갖춘 자타 공인 블루오션의 신흥 개척자다. 하지만 내 집 같은 분위기의 요양 시설에 모신다는 명목, 완벽한 자산관리의 이면에는 오랫동안 탈탈 털어먹을 수 있는 돈 많고 수명 긴 노인을 선호하는 이중성이 도사리고 있었다.
 
말라와 완벽한 팀워크를 이루는 프랜(에이사 곤살레스)은 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에서 노인들의 재산을 야금야금 강탈하는 일에 죽이 잘 맞았고,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병원 의사 캐런(다이앤 위스트)과 요양원 원장 샘(데미안 영)과도 한패였다. 승승장구하며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법꾸라지 기업은 최근 VIP 병동에 공석이 생겨 새로운 타깃을 물색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거물 호구가 물망에 오르자 지체 없이 작업에 들어갔다. 이름은 제니퍼 피터슨(다이앤 위스트). 자식 없는 미혼의 완벽한 은퇴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기에 놓칠 수 없는 먹잇감이었다.
  
 영화 <퍼펙트 케어> 스틸컷

영화 <퍼펙트 케어>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 (주)제이앤씨미디어그

 
졸지에 제니퍼의 기분 좋은 오전을 망친 불청객 말라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돌보는 게 내 일이라 소개하며 동행할 것을 요구한다. 이에 제니퍼는 잘못 알고 왔다며 반발하자 법원이 내린 긴급 결정이라며 합법임을 강조한다. 제니퍼는 저항했지만 순식간에 좁아진 포위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허울좋은 법적 보호자 제도를 이용해 제니퍼를 요양원에 입원시키고 다음 단계를 밟아나갔다.
 
하지만 뭐든지 적당히 했어야 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상대를 잘못 고른 줄도 모르고 쉬운 먹잇감이라 생각한 착오는 일파만파 커져 말라 일행을 위협한다. 알고 보니 제니퍼는 마피아 보스 로만(피터 딘클리지)이 사력을 다해 찾고 있는 중이었다. 과연 말라는 이대로 무너지는 걸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결말을 앞둔 5분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영화는 결코 물러설 줄 모르는 악인과 악인의 팽팽한 승부를 끝까지 지켜보게 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퍼펙트 케어>는 원톱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을 탈피하며 탄탄한 시나리오의 힘을 보여준다.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를 갱신하는 매력적인 '말라'는 케이퍼 무비의 역사를 다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공들인 탓에 러닝타임을 내내 심상이 쫄깃하다. 여성이라 무시하던 남성에게도 받은 수모 만큼 되갚음해 준다. 마피아라고 해도 맞짱 뜰 준비가 된 막무가내 정신은 그 어디서도 접하지 못한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말라는 고객은 양(사냥감), 자신은 암사자(포식자)에 비유하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즐겨 쓰는 선글라스를 쓴 세상과 쓰지 않은 세상, 빼앗는 자와 빼기는 자, 지배자와 피지배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추구해야 할 것은 내가 남보다 더 좋은 것을 차지하는 것뿐이라 생각한다. 전형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위험한 인물이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일 뿐 남이야 어떻게 되든 일말의 죄책감,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성을 보이기도 한다. 칼만 안 들었지 합법적인 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퍼펙트 케어> 스틸컷

영화 <퍼펙트 케어>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 (주)제이앤씨미디어그

 
말라의 세상에서 '계급'은 사라지지 않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모습을 바꿔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세상에 돈 없이 좋은 사람은 없고, 정정당당은 가난한 이가 기어오르지 못하게 만드는 부자의 술수일 뿐이라고 외친다. 그래서 권위자의 권력에 대부분 복종한다는 '밀그램 실험'을 따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설득력 있는 상황이 생기면 이성적인 사람도 얼마든지 윤리적인 도덕 규칙을 무시하고 잔혹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실험이다. 이 실험을 통해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증명되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도 특별한 상황에서 괴물이 될 수 있음을 넌지시 제시한다.
 
영화는 우리 사회가 공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해부하며 능력주의의 치명적 결함도 살펴본다. 만인이 평등하다고 떠들지만 실상은 능력도 돈과 지위가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계급 사회인 것이다. 능력이 곧 정의인 시대. 결국 법도 가난한 사람의 편이 아니라는 뼈 때리는 현실이 내내 씁쓸하게 만든다.
 
한편, 이 영화로 로자먼드 파이크는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마치 실존 인물일 것 같은 말라의 캐릭터는 선한 얼굴을 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또 다른 악인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일까. 관람 내내 주인공을 응원하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선량하고 연약한 노인을 등처 먹는 얄미운 캐릭터가 어디까지 잘 될지 두고 보자는 심정으로 함께 했다. 미국의 상황과 비슷한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악용되지 않으리라 보장이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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