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밤빛> 관련 이미지.

영화 <밤빛> 관련 이미지. ⓒ 보이드스페이스

 
이 영화엔 어떤 급박한 사건이나 사고가 없다. 험한 산 중턱을 배경으로 약초를 캐거나 밥을 해 먹는 사람의 일상으로 채워져 있을 뿐이다. 영화 <밤빛>은 제목 그대로 밤과 그 밤의 틈을 비추는 빛이 가득한 작품이었다.

영화는 아내와 이별한 뒤 산으로 홀로 들어간 한 남자를 다루고 있다. 거친 기침을 내뱉다 각혈까지 하는 희태(송재룡)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다. 속세와 인연을 끊듯 거친 산속에 자리 잡은 쓰러져 가는 구옥에서 밥을 해먹고 잠을 자는 게 그의 일상이 된다. 그러던 그에게 편지 한 통과 함께 나선 사내 아이가 다가온다. 아내가 보낸 편지였다. 생전 본적이 없던 아들의 등장에 당황하면서도 이내 이웃집 아이를 대하듯 희태는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다.

두 캐릭터의 갈등이나 반목, 심지어 어떤 감정적 고저마저 없다. 해가 뜨면 희태는 유일한 생계수단인 읍내 약방으로 향할 뿐이고, 간간이 아들 민상(지대한)의 끼니를 챙기거나 간식을 챙겨줄 뿐이다. 자신을 아저씨라 부르는 민상 앞에 희태는 매번 어찌할 바를 몰라 주춤거리게 되지만 동시에 툭툭 말을 내뱉는다. 

2박3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어떤 유대감이 생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혈육임을 알고 있는 희태, 혈육임을 직감한 민상은 그 시간 안에서 서로에 대한 묘한 이끌림과 정서적 교감을 경험한다. 두 번의 밤이 찾아오고 세 번째 아침의 순간, 결국 이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두 사람의 눈빛이 깊어져 있다.

<밤빛>은 이처럼 상업영화의 문법이 아닌 느린 호흡의, 그것도 빛과 산이라는 정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이야기 자체의 힘보단 캐릭터가 품고 있는 정서와 환경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한다. 마치 예능 프로 <삼시세끼>처럼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먹고 치우는 과정 자체가 이 영화에선 중요한 지분을 차지한다. 
 
 영화 <밤빛>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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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밤빛> 관련 이미지.

영화 <밤빛> 관련 이미지. ⓒ 보이드스페이스

 
오지 마을을 찾은 도시 소년과 할머니의 관계를 다룬 <집으로...>와는 또한 많이 다르다. 엄마의 엄마인 할머니가 차지하는 정서적 안정감이 <밤빛>엔 없다. 죽음을 앞둔 아빠, 영문도 모른 채 3일을 함께 지내야 했던 아들 사이엔 튈듯 말듯한 이질감과 불안함이 느껴지니 말이다. 특히 민상의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다문화 가정이 떠오른다. 영화엔 직접 드러나진 않지만 민상이 일상에서 겪었을 크고 작은 차별과 그로 인한 상처가 희미하게나마 느껴진다.

평이하고 지루할 수 있는 구성임에도 두 배우가 품고 있는 에너지가 좋기에 정서적 설득까지 가는 데에 무리 없다. 다만 대중을 대상으로 한 작품인 만큼 일반 관객들에게 <밤빛>이 어떻게 소구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최근까지 화두였던 치유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극단 차이무 출신의 송재룡,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지대한의 호흡이 좋은 편이다.

한줄평: 장편 데뷔작을 내놓는 감독의 일관된 뚝심
평점: ★★★(3/5)

  
영화 <밤빛> 관련 정보

감독: 김무영
출연: 송재룡, 지대한, 정마미, 강영구
제작: 보이드 스페이스
배급: 시네소파
러닝타임: 108븐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21년 3월 4일
 
밤빛 송재룡 지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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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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