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역대 두 번째 여성감독도 끝내 성공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BNK 썸 구단은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팀의 창단 감독이었던 유영주 감독이 2020-2021 시즌 종료 직후 사의를 표명했고 구단도 유영주 감독의 뜻을 존중해 이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12년 KDB생명 위너스를 이끌었던 이옥자 감독에 이어 여자프로농구 역대 두 번째 여성 사령탑이었던 유영주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 등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지난 2019년 KDB생명을 인수한 BNK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된 유영주 감독은 부임 직후 코칭스태프를 전원 여성으로 구성하며 농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가져왔다. 하지만 BNK는 지나치게 젊은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의 경험부족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BNK는 2019-2020 시즌 5위에 이어 이번 시즌 9연패를 포함해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유영주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정했다.
 
 WKBK 역대 두 번째 여성사령탑 유영주 감독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WKBK 역대 두 번째 여성사령탑 유영주 감독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 BNK 썸

 
한 시대를 풍미한 여자농구 최고의 파워포워드

인성여고 시절부터 남자를 연상케 하는 힘과 세련된 기술을 겸비한 '괴물 포워드'로 명성이 자자했던 유영주 감독은 1990년 당시로선 파격적인 2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실업팀 SKC에 입단했다. 입단 첫 시즌부터 인성여고 동기 정은순과 함께 농구대잔치에서 공동신인왕을 수상한 유영주 감독은 여자농구에 흔치 않았던 파워포워드라는 개념을 심어주면서 최고의 선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유영주를 품은 SKC는 유영주를 능가하는 재능을 가졌다는 '농구여제' 정선민과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는 '탱크가드' 김지윤이 차례로 가세하면서 1994-1995 시즌 삼성생명을 꺾고 농구대잔치 우승을 차지했다. SKC는 1995-1996 시즌 백투백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농구의 명문팀으로 자리를 굳혔고 유영주 감독은 SK증권으로 팀명이 바뀐 후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한 1997-1998 시즌 드디어 생애 첫 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1997년 대한민국을 뒤덮은 IMF 외환위기로 인해 SK그룹은 우승을 차지한 다음날 SK증권 여자농구단 해체 결정을 내렸다. 졸지에 팀을 잃은 유영주 감독은 방황 끝에 여자프로농구 출범 후 삼성생명으로 이적했다. 정은순, 박정은, 이미선, 변연하, 왕수진에 유영주까지 가세한 삼성생명은 국가대표로만 라인업을 짤 수 있는 '드림팀'이었고 프로출범 후 6번의 시즌 동안 4번의 우승을 독식했다.

유영주 감독은 고질적인 무릎부상 속에서도 팀의 고참 선수로 제 역할을 다하며 삼성생명에게 많은 우승컵을 안겨줬지만 2001년 결혼과 함께 서른살이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유영주 감독보다 두 살 어린 정선민이 2012년까지 현역생활을 이어가며 WKBL에서 무려 7번의 MVP를 독식했기 때문에 유영주 감독의 이른 은퇴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농구팬도 적지 않다.

유영주 감독은 은퇴 직후였던 2002년 국민은행 세이버스(현 KB스타즈)의 감독대행을 역임하며 WKBL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감독에 선임됐다(물론 정식 감독으로 인정되진 않았다). 2006년부터 2019년까지 WKBL-TV와 SBS 스포츠에서 여자농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며 꾸준히 후배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유영주 감독은 2019년 BNK 금융지주가 OK저축은행 읏샷 농구단을 인수하면서 BNK의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우먼파워' 앞세웠지만 현실의 벽 높았다

BNK의 전신이었던 KDB생명은 이미 지난 2012년 WKBL 최초로 여성 감독을 선임한 바 있다. 1972년과 1974년 한국을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 금메달로 이끌었던 이옥자 감독이었다. 하지만 신정자의 원맨팀이었던 그 시절의 KDB생명은 35경기에서 13승을 따내는 데 그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렇게 WKBL 최초의 여성 사령탑이었던 이옥자 감독은 한 시즌 만에 초라하게 물러났다.

따라서 6년 만에 다시 WKBL 구단을 지휘하게 된 유영주 감독에 대한 농구팬들의 기대와 관심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유영주 감독은 팀에 부임하자마자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우리은행 위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윤아와 양지희를 코치로 선임하면서 감독 및 코칭스태프를 전원 여성들로만 구성했다. 작년에는 변연하 코치까지 합류하면서 국가대표 출신들로 이뤄진 '올스타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

하지만 유영주 감독은 BNK를 자신이 현역시절에 활약했던 팀들처럼 강하게 만들진 못했다.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한채진(신한은행 에스버드)이 팀을 떠나며 지나치게 젊은 선수들로만 로스터를 채운 BNK는 한 시즌에 30경기 이상을 치르는 장기레이스를 버텨낼 '경험'이 부족했다. 결국 지난 시즌 27경기에서 간신히 10승을 채운 BNK는 이번 시즌 30경기에서 5승을 따내는데 그쳤고 이는 끝내 유영주 감독의 사퇴로 이어졌다.

물론 창단 후 두 시즌 연속 하위권을 전전했던 BNK의 부진을 전적으로 유영주 감독의 책임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BNK는 유영주 감독 부임 당시부터 외곽슈터와 진안의 뒤를 받칠 빅맨에서 뚜렷한 약점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구단에서는 별다른 보강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유영주 감독이 현역시절 아무리 힘과 기술을 겸비한 최고의 포워드였다 해도 하루 아침에 자신과 같은 선수를 키워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V리그에서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박미희 감독이 2018-2019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이도희 감독도 지난 시즌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반면에 농구에서는 아직 성공한 여성지도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대표팀도 여성감독(전주원)이 이끌게 된 여자농구에서 여성 지도자가 프로팀을 이끄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날은 언제쯤 찾아올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