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프트 펑크(Daft Punk)는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Epilogue' 영상을 통해 팀의 해체 소식을 알렸다.

다프트 펑크(Daft Punk)는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Epilogue' 영상을 통해 팀의 해체 소식을 알렸다. ⓒ 유튜브 채널 'Daft Punk'


 
프랑스의 전설적인 일렉트로니카 듀오 다프트 펑크(Daft Punk/ 토마스 방갈테르,기마누엘 드 오멩 크리스토)가 22일, 해체를 선언했다. 1993년 결성 이후 28년 만이다. 이들은 8분 분량의 'Epilogue' 영상과 함께, 음악 팬들에 대한 작별을 고했다. 이들은 해체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예상할 수 없었던, 그러나 품격있는 작별

다프트 펑크가 유튜브 계정에 새로운 영상을 게시했을 때, 팬들은 신보에 대한 소식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Epilogue'라는 제목의 영상에 담긴 것은, 다프트 펑크 멤버들이 직접 출연했던 영화 < 일렉트로마 >(2006)의 한 장면이었다.
 
평원을 걷고 있는 다프트 펑크의 두 멤버들은 잠시 멈춰 선 뒤 서로를 마주 본다. 그리고 은색 헬멧을 쓴 멤버(토마 방갈테르)가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난다. 그리고 '1993~2021'이라는 숫자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다프트 펑크가 결성된 해(1993년)부터 이들이 역사를 마무리한 해(2021년)까지의 숫자다. 다프트 펑크의 종언이다.

그리고 금색 헬멧을 쓴 기마누엘 드 오멩 크리스토는 수평선을 향해 홀로 유유히 걸어간다. 그렇게 'Epilogue'는 마무리된다. 이 장면에서 다프트 펑크의 'Touch'(2013)가 삽입되는데, 아련한 여운을 남기는 선곡이다.

"Hold on If love is the answer you hold you're home"
(기다려봐. 너의 답이 사랑이라면, 너는 이미 도달했는걸.)
- 'Touch' 중

 
 다프트 펑크는 정규 4집 <Random Access Memories>로 제 56회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다.

다프트 펑크는 정규 4집 로 제 56회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다. ⓒ Sony Music

 
다프트 펑크는 28년 동안 < Homework >(1997)부터 < Random Access Memories >(2013)에 이르기까지,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공연 역시 많이 하지 않았다. 이들은 커리어 동안 단 두번의 월드 투어를 진행했을 뿐이다. 'Daftendirektour(1997)'과 'Alive'(2006 ~ 2007)가 그것이다.

활동 기간에 비해 얼굴을 내비친 빈도가 낮은 편이지만, 이들이 전자 음악계에서 행사한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프렌치 하우스에 기반한 이들의 음악은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One More Time'과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는 대체할 수 없는 전자 음악의 송가다.
 
다프트 펑크는 독특한 콘셉트로도 기억된다. 2집 < Discovery >부터 헬멧을 쓰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 멤버는 각각 인간의 뇌를 가진 로봇, 그리고 인간의 심장을 가진 로봇을 자처했다. 이들은 특유의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그래미 시상식 무대에 올랐을 때도 수상소감을 말하지 않았다. 다프트펑크는 전자 음악의 전설로 존경받는 뮤지션이지만, 이들은 전자 음악이라는 테두리에 자신들을 한정짓지 않았다. 실제로 이들은 다프트 펑크 이전에 피닉스의 기타리스트 로랑 브랑코위츠와 함께 밴드를 결성했던 바 있다.
 
다프트 펑크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된 < Random Access Memories >(2013)는 '감성을 갖춘 로봇'의 결정판이다. 샘플링의 사용이 최소화되고, 아날로그 연주에 더 많은 힘이 실려 있다. 다프트 펑크는 이 앨범에서 20세기의 펑크, 디스코에 대한 헌사를 보냈고, 나일 로저스(Nile Rodgers), 네이선 이스트(Nathan East) 같은 전설의 연주자들을 초빙했다. 그들의 레트로에 대한 탐닉은 'Get Lucky'의 대흥행, 그리고 제 56회 그래미 시상식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상 등의 쾌거로 이어졌다.
 
스웨덴의 뮤지션 고 아비치(Avicii)는 과거 팬들과의 인터뷰에서, "하우스 음악이 무엇인지도 모를 때, 다프트 펑크의 음악을 열심히 듣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아비치 뿐 아니라, 다프트 펑크는 수많은 이들을 전자 음악의 세계로 인도한 선구자였다. 그리고 'Something About Us'의 감미로운 선율, 칸예 웨스트와 퍼렐, 위켄드와의 협업이 보여주듯, 팝 음악과 전자 음악을 매개하는 중개인이기도 했다.
 
다프트 펑크는 내가 처음으로 인지한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칸예 웨스트가 2008 그래미 어워드에서 다프트 펑크와 'Stronger'를 공연하는 영상을 우연히 인터넷에서 접했다. 피라미드 모양의 조형물 속에서 런치 패드를 두드리는 두 로봇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다프트 펑크는 그 당시의 과묵하고, 미래적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로봇을 자처했던 두 남자는 자신들이 만든 시대를 뒤로 등진 채, 품격있는 이별을 선택했다. 그들은 끝까지 헬멧을 벗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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