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워 그랜파> 스틸컷

<위 워 그랜파>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출연 배우 이름만 보면, <워 위드 그랜파>는 무시무시한 영화일 것만 같다. <대부>, <좋은 친구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갱스터 영화의 대표작들에서 주연을 맡은 로버트 드 니로와 여성복수극의 대표작 <킬 빌>의 우마 서먼이 부녀(父女) 관계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왕년의 갱스터 두 배우가 뭉친 이 작품은 방을 둘러싼 할아버지와 손자의 좌충우돌 대결을 그린 요절복통 코미디다.
 
올해 중학교에 진학한 피터는 선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이런 그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 건 자신의 방을 빼앗기게 됐다는 사실이다. 건축가로 일하던 할아버지 에드는 은퇴 후 혼자 살던 중 식료품점에서 난동을 일으킨다. 이 일로 보호가 필요하다 느낀 딸 샐리는 에드를 집으로 데려온다. 누나와 여동생의 방을 줄 수 없기에, 자신의 방을 할아버지에게 내주고 다락방으로 가게 된 피터. 그는 자신의 공간을 빼앗겼단 분노에 할아버지를 협박하고자 한다.
   
보통의 할아버지라면 방을 내놓으라는 손자의 요구에 굴복했을 것이다. 더구나 그 손자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보통이 아니다. 한밤중에 미니카로 할아버지 방에서 음악 틀기, 구슬을 모아둔 병에 접착제 붙여두기 등을 당하자 반격에 나선다. 피터의 숙제를 요상하게 바꿔놔 학교에서 웃음거리로 만든 것. 이에 분노한 피터는 본격적으로 방을 되찾기 위해 나선다.
 
에드와 피터는 둘 다 샐리의 입장에서 볼 때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다. 그런 두 사람이 펼치는 전쟁은 예기치 못한 웃음을 자아낸다. 신체 에너지가 떨어졌을 것이라 여겨지는 노인들은 쌩쌩하게 아이들과 대적한다. 에드는 제리를 비롯해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 피터의 친구들과 대결을 펼친다. 하이라이트는 트램폴린에서 펼쳐지는 피구 대결이다. 몸을 통통 튀기며 서로를 맞추기 위해 분투하는 철없는 모습은 순수한 웃음을 자아낸다.

 
 <위 워 그랜파> 스틸컷

<위 워 그랜파>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점점 치졸하게 복수를 가하는 할아버지와 손자는 그걸 토대로 우정을 키운다. 에드는 손자를 어르고 달래다 보니 함께 추억을 쌓게 되고, 피터는 자신도 모르게 에드의 삶 깊숙이 들어간다. 아내를 향한 에드의 그리움과 자부심이라 여겼던 일에서 물러난 순간 느낀 정체성의 상실을 어린 손자는 공감하게 된다. 에드 역시 피터가 학교에서 겪는 고난을 알고 악독한 학교 선배를 혼내주는 등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쉴 틈 없이 터지는 웃음이다. 우선 할아버지와 손자가 싸운다는 설정부터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발상이다. 철없는 할아버지 캐릭터는 있을 수 있어도, 손자의 공격에 반격을 가하는 할아버지는 보기 힘들다. 이 가족의 문제에 피터와 에드의 친구들이 가세하며 판이 커진다는 점도 포인트다. 10대보다 쌩쌩한 노인들과 윗물에 대항하는 아랫물의 모습이 코미디의 포인트로 작용한다.
 
후반부 감동을 주는 과정 또한 자연스러워 신파로 빠지지 않는다. 대다수 코미디 영화는 그 완성도를 위해 후반부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B급 감성의 화장실 코미디가 아니고서야 시작부터 끝까지 웃음만 추구하는 작품은 드물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억지 감동을 쥐어 짜내려다 신파로 빠지곤 한다.
 
에드가 피터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낚시터로 향하는 장면이나, 피터의 동생 미아의 생일에 휴전을 제안하는 장면은 결국 한 가족이기에 서로에 대한 사랑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손자와 할아버지의 전쟁을 일종의 놀이로 보이게 하며 후반부를 신파가 아닌 감정의 강화로 이끌어 간다. 동시에 노인과 아이가 하나가 되는 과정을 부드럽게 담아낸다.
 
전설적인 갱스터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새로운 강적인 손자를 상대하는 내용을 다룬 이 작품은 미국의 매운맛 코미디라 할 수 있다. 노련하게 손자를 상대하다 예기치 못한 기습에 당하는 그의 모습은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여기에 샐리 역의 우마 서먼 역시 딸의 로맨스에 반기를 드는 어머니 역을 통해 부전여전(父傳女傳)의 매력을 선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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