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이재영-이다영 자매로부터 시작된 배구선수들의 학교폭력 스캔들은 남자부는 물론 타종목까지 번지면서 연초 스포츠계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여기에 연예계에서도 연일 '학폭 의혹'이 터지면서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부터 주목 받기 시작한 젊은 배우, 불과 얼마 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차지한 트로트 가수까지 학폭 의혹에 휩싸였다.  

학폭 의혹의 시발점이 됐던 V리그는 현재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즌 막바지 정규리그 우승과 봄 배구 진출을 위한 순위싸움이 한창이다. 물론 무관중으로 리그가 진행됐음에도 연일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며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여자부는 '쌍둥이자매 쇼크'로 분위기가 다운될 수밖에 없다. 특히 흥국생명은 5라운드에서 4연패를 당하면서 여유 있어 보이던 선두 자리마저 크게 위협 받고 있다.

흥국생명이 주춤한 사이에 2위 GS칼텍스 KIXX는 최근 6경기에서 승점 13점을 챙기며 흥국생명과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바짝 좁혔다. 한때 두 자리 수까지 승점 차이가 벌어지며 멀게만 보이면 GS칼텍스의 정규리그 우승 도전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과연 흥국생명과 GS칼텍스 중 마지막 6라운드에서 더 많은 승점을 챙기며 챔피언 결정전으로 직행할 팀은 어디일까.

'쌍둥이 쇼크' 극복하고 4연패 탈출한 분홍거미
 
 이다영이 이탈하면서 주전으로 활약하게 될 김다솔 세터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이다영이 이탈하면서 주전으로 활약하게 될 김다솔 세터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 한국배구연맹

 
'쌍둥이 사태'가 터진 후 가장 큰 피해를 본 팀은 단연 주전 2명을 잃은 흥국생명이다. 팀 내 가장 많은 공격 점유율을 기록하던 주공격수와 세트 부문 1위를 달리던 주전세터가 빠진 흥국생명은 5라운드 첫 4경기에서 모두 패했고 그 중 3경기는 세트스코어 0-3의 무기력한 완패였다. 세터가 바뀌면서 기존 선수들과의 조직력이 전혀 맞지 않았고 새 외국인 선수 브루나 모라이스도 흥국생명 합류 후 5경기에서 20득점에 그쳤을 만큼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지난 19일 KGC인삼공사와의 5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두면서 길었던 4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다운 활약을 하지 못하던 브루나가 30득점을 폭발하며 공격본능을 되찾았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었다. 브루나가 약 40%의 점유율을 책임져주니 김연경도 50%를 상회하는 성공률로 효율적인 활약을 펼치며 부진에서 탈출했다.

사실 외국인 선수만 제 역할을 해준다면 쌍둥이 자매가 빠져도 흥국생명의 전력은 결코 약하지 않다. 김연경과 브루나가 '쌍포'를 형성하며 공격을 이끌면 김미연이 팀에 부족한 근성과 파이팅을 채워준다. 백전노장 김세영과 신예 이주아, 김채연이 지키는 중앙의 높이 역시 다른 팀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각각 리시브와 디그를 책임지는 도수빈과 박상미 리베로도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괜찮은 리베로 조합이다.

따라서 흥국생명의 6라운드 운명은 이다영 대신 주전 세터로 나서게 될 김다솔 세터에게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브루나는 16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전(1득점)과 인삼공사전(30득점) 극과 극 활약을 통해 토스에 따라 공격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공격수임이 드러났다. 따라서 브루나가 최대한 편안하게 공격하도록 질 좋은 토스를 해주는 것이 김다솔 세터의 남은 시즌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흥국생명은 오는 24일과 28일에 만나는 기업은행, GS칼텍스와의 2연전이 정규리그 우승경쟁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흥국생명은 기업은행을 상대로 4라운드까지 4연속 3-0 승리를 따냈다가 5라운드에서 71분 만에 허무하게 무너진 아픈 기억이 있다. GS칼텍스 역시 중요한 순간마다 번번이 흥국생명의 덜미를 잡은 팀이기 때문에 6라운드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정규리그 우승 확률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소휘 부상복귀 후 5경기 4승, 삼각편대 완전체 구축
 
 GS칼텍스는 강소휘 복귀 후 치른 5경기에서 모두 승점을 따내고 있다.

GS칼텍스는 강소휘 복귀 후 치른 5경기에서 모두 승점을 따내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이 쌍둥이의 이탈 이후 크게 흔들렸다면 GS칼텍스는 발목 부상으로 결장했던 강소휘의 복귀 후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실제로 강소휘는 부상 복귀 후 5경기에서 93득점을 기록하며 GS칼텍스의 토종거포로 맹활약했다. 강소휘는 시즌 후반 공격에서의 맹활약과 함께 지난 시즌 30.99%에 그쳤던 리시브 효율을 이번 시즌 38.85%까지 끌어올리며 FA를 앞두고 자신의 가치를 한껏 높이고 있다. 

'캡틴' 이소영의 맹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시즌 40.77%의 공격성공률과 42.06%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소영은 공수를 겸비한 리그 최고의 윙스파이커 중 한 명이다. 이소영은 5라운드 5경기에서 47.16%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5경기에서 87득점을 올리며 2018-2019 시즌 1라운드에 이어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GS칼텍스가 비로소 메레타 러츠와 이소영, 강소휘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완성된 것이다.

GS칼텍스는 한수지의 발목수술로 인한 시즌아웃과 2년 차 권민지의 손가락 부상으로 사실상 센터진이 붕괴된 상황이다. 하지만 베테랑 김유리와 장신센터 문명화가 자신들의 특기인 속공과 블로킹에서 제 역할을 해주면서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간간이 경기에 투입되는 3년 차 문지윤 역시 넘치는 패기로 힘 있는 공격을 선보이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GS칼텍스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오는 28일 흥국생명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사실상 승점 6점의 가치가 있는 이 경기에서 GS칼텍스가 흥국생명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면 잔여 경기에서도 상당히 유리하게 승점 싸움을 할 수 있다. GS칼텍스는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 흥국생명에게 2승3패로 뒤져 있어 흥국생명을 상대로 균형을 맞춘다면 봄 배구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더욱 자신감을 갖고 상대할 수 있다.  

V리그 출범 후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GS칼텍스는 2008-2009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거둔 후 무려 11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따라서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GS칼텍스가 이번 시즌 흥국생명과의 큰 차이를 극복하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챔프전 직행'이라는 혜택 이상의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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