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더 레이서> 영화 포스터

▲ <더 레이서> 영화 포스터 ⓒ (주)모쿠슈라픽쳐스


1998년 '투르 드 프랑스' 아일랜드 대회에 참가한 사이클리스트 돔 샤볼(루이스 탈페 분). 경력 20년 차 관록의 선수지만, 페이스메이커이기 때문에 그동안 우승을 넘볼 수 없었다. 그는 주전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맞닥뜨리자 기량을 올리기 위해 약물 복용의 유혹을 느낀다. 심리적 불안과 위기감 속에서 돔 샤볼은 이제 팀의 승리가 아니라 선수로서의 생존을 위해 미친 질주를 시작한다.

'투르 드 프랑스'는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도로 사이클 대회로 매년 프랑스와 그 주변국을 무대로 약 3500km의 거리를 3주 동안 질주하며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의 경주다. 영화 <더 레이서>는 118년에 달하는 투르 드 프랑스 역사 가운데 프랑스 월드컵이 한창이던 1998년에 주목한다. 1998년 투르 드 프랑스 대회는 처음 세 구간을 아일랜드에서 개최했는데 도핑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며 사상 최악의 대회로 얼룩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더 레이서>는 도핑 스캔들을 다룬 실화는 아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시아린 캐시디가 쓴 단편 영화 대본을 장편으로 확장한 허구의 이야기다. 영화는 유력 우승 후보팀의 관록 있는 페이스메이커 돔 샤볼이 1998년 투르 드 프랑스 대회 아일랜드 구간에서 겪는 허구의 3일을 통해 화려한 사이클 경주 뒤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선수들의 이야기와 만성적인 문제였던 금지약물 복용의 세계를 그린다. 

연출은 첫 장편 영화 <브랜단 앤 트루디>(2000)로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을 받고 이후 영국을 대표하는 명가인 BBC와 워킹타이틀에서 다수의 작품을 제작하며 감독과 프로듀서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키에론 J. 월쉬가 맡았다. 그는 "누구에게나 있는 삶의 딜레마를 스포츠 드라마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더 레이서> 영화의 한 장면

▲ <더 레이서> 영화의 한 장면 ⓒ (주)모쿠슈라픽쳐스


대부분 스포츠, 또는 선수를 소재로 삼은 영화들은 승리에 이르는 과정을 묘사한다. 반면에 <더 레이서>는 이기면 안 되는 선수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주전 선수 앞에서 속도를 조율하거나 바람을 막으며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임무를 수행하는 페이스메이커인 선수가 '금지약물 복용'을 선택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더 레이서>는 금지 약물 복용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이카루스>(2017)나 극영화 형식으로 다룬 <챔피언 프로그램>(2015)과 결을 달리한다. 도핑을 비판적 관점으로 접근하기 보단 벼랑에 몰린 39세 노장 선수의 삶을 보여줄 따름이다. 돔 샤볼의 선택에 대한 판단은 관객 각자에게 맡긴다.

돔 샤볼이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과정에 여자친구 린(타라 리 분)과 트레이너 소니(이아인 글렌 분)는 큰 영향을 미친다. 린은 약물이 반칙의 문제를 떠나 생명에 영향을 준다며 만류한다. 린이 도덕적인 잣대이라면 소니는 선수로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다. 

선수 시절 우승을 하지 못한 소니는 돔 샤볼이 원치 않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좌절감과 불안함에 휩싸여 약물에 의존한 채 속도를 늦추지 않는 돔 샤볼을 보노라면 <더 레이서>가 실패한 프로 레슬러에 대한 동정 어린 초상화 <더 레슬러>(2008)의 '사이클 선수 버전'처럼 느껴진다.
 
<더 레이서> 영화의 한 장면

▲ <더 레이서> 영화의 한 장면 ⓒ (주)모쿠슈라픽쳐스


<레이서>는 선수만큼이나 경기 장면을 사실적으로 담아 해외 매체로부터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 한가운데로 파고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경기를 실제로 TV 화면을 통해 본다는 듯한 연출로 향수를 자극하는가 하면 선수 바로 옆에서 함께 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듯한 구도와 움직임으로 현장감을 높였다. 실내 장면과 레이싱 장면은 모두 세트가 아닌 룩셈부르크와 아일랜드를 오가는 실제 로케이션으로 찍었다. 

특히 아일랜드 중심가인 조지아 더블린을 배경으로 수백 명의 엑스트라와 수백 대의 라이더들을 동원해 드론 촬영까지 동반하며 투르 드 프랑스의 경주 장면을 만들었다. 경기 중인 선수가 사이클 위에서 소변을 보거나 구토를 하는 장면 같은 여타 사이클 소재 영화에서 보기 힘든 뒷모습도 넣어 극의 재미를 더한다. 제11회 룩셈부르크 영국&아일랜드 영화제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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