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인디씬이 자유롭다 하여도 과연 얼마나 자유로웠나 의문이 든다. 홍대 인근을 거점으로 성장한 한국의 인디씬이 유난히 그렇다. 다양한 음악, 색다른 문화, 경계 없는 시도들이 활기찬 시너지 효과를 낼 것만 같던 이곳은 이미 여러 차례 '수단'이 되어 귀속됐다.

1990년대 초 홍대 인디씬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소위 '날라리'들의 집합 장소이자 강한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반(反)문화의 성지라 폄하 받더니만 어느 순간 진짜 음악인이 되기 위해 한 번쯤 거치는 장소로 추앙받았다. 이는 홍대 앞 상가들이 묵은 떼를 씻고 예쁜 카페로 탈바꿈하던 2000년대 초중반과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다.

매스컴은 인디씬을 다시 그려나갔다. 그즈음 맹인기를 끈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흥은 이 같은 흐름에 불을 붙였다. 기타와 보컬 혹은 밴드로 이뤄진 음악가들이 주목받았고 몇몇 그룹의 특징이 그대로 인디씬 음악의 트렌드가 됐다. 거리를 수놓던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움트던 활기가 저물었다.

그 틈새를 높고 커다란 명품 매장이 채웠다. 인디씬의 무늬만 끌어온 주목에 2호선 홍대입구역은 늘 만원 관광객으로 가득 찼지만 알 사람들은 다 알았다. 호시절은 떠났다. 인디씬은 과거의 활기를 잃었다. '라떼는... 라떼는 말이야' 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꼰대스럽게만 느껴지지도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는 인디씬의 희망을 한 차례 더 꺼트렸다. 정확한 날짜도 알 수 없는 몇 달 전 '퀸라이브홀'이 문을 닫았다. 이대역과 신촌 기차역 사이에 놓인, 늘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안고 있던 공연장이다. 수없이 많은 날을 그 클럽에서 보냈다. 생전 처음 본 사람들과 몸을 부딪치고 노래를 부르며 나는 어디서도 만져보지 못한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가졌다. 이때의 기억들 덕에 지금까지 음악 일을 하며 적지만 밥벌이를 하고 있음을 단연코 확신한다. 그런데 그 클럽이 사라졌다니. 이를 뒤늦게 어떤 기사 속 인용된 한 줄로 만났다.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다행인 걸까, 혹은 관심 있게 챙기지 못한 내 탓인 걸까. 어느 쪽이 됐든 시원'섭섭'함을 감출 도리가 없다.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캠페인의 포스터. 내달 3월8일부터 14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캠페인의 포스터. 내달 3월8일부터 14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 사단법인 코드

 
사라진 건 이곳뿐만이 아니다. 작년 11월, 사실상 9월부터 문을 닫고 있던 브이홀이 폐업을 선언했다. 인근 라이브 클럽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500~6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널찍한 공간과 탄탄한 사운드로 사랑받던 인디씬의 대표 공연장이다. 이외에도 무브홀, 에반스 라운지, 살롱 노마드 등 홍대 인근 공연장 10여 곳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한국레이블산업협회와 라이브클럽 협동조합에 따르면 코로나 19가 확산된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취소된 공연만 432개, 예상 피해액은 전국 기준 약 1650억이다.  

그럼에도 해시태그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운동을 필두로 인디씬이 다시 도움닫기를 시도 중이다. 늘 그랬듯 자신들의 공간을 스스로 지키려 발 벗고 모였다. 3월 8일부터 일주일간 <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란 이름의 온라인 페스티벌 공연을 기획했다. 라이브클럽 롤링홀을 중심으로 5개의 크고 작은 공연장이 무료로 장소를 제공했다. 또한 노브레인, 크라잉넛, 갤럭시익스프레스 등 70여 개의 밴드가 출연을 확정지었다. 코로나 19로 생태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인디씬을 되살려보자는 취지다.

이유 있는 단합이며 근거 있는 진통이다. 뮤지컬, 연극, 영화관 등이 '일반관리시설'로 지정되어 비교적 공연이 자유로운 데 반해 스탠딩을 하는 라이브 클럽은 '중점관리시설'이어서 공연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년 간 정부 지침을 따르다 얼마 전 홍대 라이브 공연장 대표들이 모여 '한국대중음악공연장협회'를 조직했다. 집객 기준을 완화하고 스탠딩 공연장 기준을 삭제하기 등을 중요 의제로 내세웠다. 쓸데없이 온라인 공연이 가능한 공연장을 만들고 관련 정책에 290억 원을 지원할 게 아니라 언택트 공연을 실행할 수 있는 장비를 지원해달라는 보다 실효성 높은 의견들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이들의 존재가 제대로 주목받기를 원한다. 정확히 형태를 보고 확실한 처방을 하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눈앞에서 몇 번이고 인디씬이 입맛에 맞춰 취급되는 것을 보아왔다. 인디씬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 다양성은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소리 낼 수 있는 공연장에서 나온다. 그 안에 역사가 있고 거기에 힘이 있고 그래서 미래가 있다. 공연장을, 클럽을 지켜야 한다. 그들의 무대를 계속해서 남겨주고 넘겨주고 싶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