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햇수로 22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최장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면서 지상파 3사의 공개 코미디가 모두 사라졌다. 여기에 <개콘> 폐지와 함께 신설됐던 jtbc의 <장르만 코미디>마저 4개월 만에 21회 방송을 끝으로 시즌1을 마감했다. MBC와 SBS의 뉴스 및 KBS의 주말드라마와 시간대가 겹친 <장르만 코미디>는 방송 내내 한 번도 시청률 2%를 넘긴 적이 없어 시즌2 재개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제 현존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코미디 빅리그>가 유일하다. <개콘>과 <웃찾사>,<개그야> 등 지상파 3사에서 활동하던 개그맨들이 <코빅>으로 몰리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는 실정이라 개그맨들은 자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신선한 개그로 많은 구독자를 모으는 채널도 있지만 경쟁이 심해진 유튜브도 더 이상 개그맨들에게 '블루오션'이 아니다.

따라서 출연하던 프로그램이 폐지된 개그맨들에게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보장하는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꿈의 무대'나 다름 없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 개그맨들에게 출연 기회를 준 김태호PD는 이들을 일회성으로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놀면 뭐하니?>에서는 '예능투자자 카놀라유' 특집을 통해 소개한 개그맨들을 이어진 '수사반장 유반장' 특집과 '2021 동거동락' 특집에 출연시키며 '애프터 서비스'까지 확실히 해줬다.

<놀면 뭐하니?> 통해 기회 얻은 개그 원석들
 
 5명의 개그 원석들은 <놀면 뭐하니?>를 통해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5명의 개그 원석들은 <놀면 뭐하니?>를 통해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 MBC 화면 캡처

 
유재석은 작년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후 수상소감에서 <개콘>의 폐지를 언급하며 후배 개그맨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리고 이에 '성공한 유재석 덕후' 김태호PD가 응답했다. <놀면 뭐하니?>에서는 새해 들어 곧바로 '예능투자자 카놀라유' 특집을 기획하면서 예능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원석'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자리를 통해 예능 활동이 뜸했던 다양한 분야의 원석들이 소개됐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렸고 김종민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배우 조병규와 유재석이 예능감을 보장한 배우 김소연, 예능인보다 더 웃긴 영화감독 장항준, 공개코미디에서는 베테랑이지만 버라이어티에서는 초보인 개그맨 이진호, 모든 노래를 R&B로 소화할 수 있는 그렉, 고등래퍼3 우승자 영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능인 탁재훈 등이었다.

그리고 지난 1월30일 방송에서는 나대자라는 부캐로 예능원석을 소개하기 위해 개그맨 홍현희가 출연했다. 홍현희는 이미 <전지적 참견시점>과 <구해줘!홈즈>,<아내의 맛> 등 여러 고정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성공한 예능인이다. 홍현희는 <놀면 뭐하니?>에서 자신이 아끼는 동료 개그맨들이라며 김승혜와 이은지,하준수,김해준,신규진까지 예능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은 5명의 개그맨들을 데리고 나왔다.

이들은 유재석이라는 대선배와 <놀면 뭐하니?>라는 큰 예능 출연에 상기된 표정으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유재석은 자신의 신인시절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줬고 이들도 점점 편안하게 자신의 장점들을 보여줬다. 특히 홍현희의 SBS 공채 동기이자 유재석의 KBS 후배인 김승혜는 조세호와의 재미있는 인연을 소개하며 방송 후 실검 1위를 차지했다.

김해준은 자신의 유튜브 컨텐츠인 부캐 최준으로 빙의해 뻔뻔한 연기를 선보였고 댄스스포츠 선수 출신의 이은지는 이국주와 홍현희의 시그니처 댄스를 모사하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림에 재능이 있는 하준수는 초스피드로 출연자들의 캐리커처를 그리며 재주를 뽐냈다. 김태호PD는 개그 원석 5인에게 35분이 넘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주며 이들이 각자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김승혜-하준수 '2021 동거동락' 특집까지 출연
 
 김승혜(오른쪽)은 현아의 신곡을 어설프게 커버하며 많은 웃음을 안겨줬다.

김승혜(오른쪽)은 현아의 신곡을 어설프게 커버하며 많은 웃음을 안겨줬다. ⓒ MBC 화면 캡처

 
<무한도전>이나 <놀면 뭐하니?> 같이 화제성이 높은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단 한 번의 출연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후 예능인으로 잘 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방송은 물론 행사도 크게 줄어들면서 한 번의 출연으로는 얼굴을 알리기가 부족할 수 있다. 이에 김태호PD는 자신이 연출하는 방송을 통해 소개했던 개그 원석들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줬다.

지난 6일에 방송된 '수사반장 유반장' 특집에서는 김승혜와 신규진,이은지,하준수가 사건의 재연배우로 출연했다. 물론 '수사반장' 특집은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중심이었기 때문에 사건을 재구성한 개그맨들이 돋보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어쩌면 이들이 그 전주에 나왔던 개그 원석들인지조차 알아보지 못한 시청자도 있었겠지만 이들에게 <놀면 뭐하니?> 2주 연속 출연은 꽤 의미 있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김태호PD의 '애프터 서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승혜는 13일 방송된 '2021 동거동락' 특집에서 쟁쟁한 예능인 및 가수, 배우들과 함께 출연자 중 한 명으로 등장했다. 과거 재미 있는 인연이 있었던 조세호와의 재회(?)도 인상적이었고 댄스신고식에서는 현아의 <I'm Not Cool>을 어설프게 따라 하면서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김승혜는 이어진 20일 방송분에서도 다른 멤버들과 어울리며 각종 게임들을 자연스럽게 즐겼다.

사실 20일 방송의 '신스틸러'는 하준수였다. 하준수는 동거동락의 백미인 방석퀴즈의 그림퀴즈를 출제하는 작가로 출연했다. 빨간색 화가모자를 쓰고 다리를 꼰 채 장인의 기운을 담아 그림을 그린 하준수는 제시와 김범수, 홍현희,김숙,이광수,박명수 등의 특징을 정확히 잡아내 재미 있는 캐리커처로 완성하며 출연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제작진은 전시회장에 하준수의 작품이 걸려 있는 합성화면을 만들어 하준수의 활약을 다시 한 번 치하했다.

작년 <놀면 뭐하니?>의 방구석 콘서트와 싹쓰리 특집에 출연했던 힙합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는 <놀면 뭐하니?> 출연 후 자동차 CF에 출연하는 등 대중들에게 얼굴을 널리 알렸다(물론 그 전에도 힙합 프로듀서로 유명했지만). 이번에 김태호PD에게 A/S까지 받으며 얼굴을 알릴 좋은 기회를 얻었던 개그 원석들은 시간이 지난 후 대중들에게 지금보다 얼마나 익숙한 얼굴로 기억될지 궁금해진다.
 
 하준수는 뛰어난 그림실력과 재치로 유재석과 출연자들에게 '개그계의 피카소라는 극찬을 받았다.

하준수는 뛰어난 그림실력과 재치로 유재석과 출연자들에게 '개그계의 피카소라는 극찬을 받았다. ⓒ M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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