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에 관심이 많다.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에 연민을 느낀다. 더 나아가 동물해방을 꿈꾼다. 이런 내게 TV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동물이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 동물의 사체(고기)가 나오는 프로그램, 동물이 나오는 프로그램.

동물이 나오는 채널에선 야생동물이나 반려동물이 나온다. 반려동물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동물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은 동물의 귀여움을 소비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항상 아쉬운 마음이었다(사실 동물에는 인간이 포함된다. 그래서 동물권 활동가들은 인간이 아닌 동물들을 이야기할 때, '비인간동물'이라 부른다-기자 말).

동물 콘텐츠에 대해 항상 아쉬웠던 찰나, 반가운 이야기가 들렸다. <류수영의 동물티비> 방영 소식이었다. 해당 프로그램 소개란엔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아닌 전혀 새로운 동물의 이야기부터 외면하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까지 폭넓게 다루는 새로운 동물 프로그램'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불편한 진실을 다루는 동물 프로그램이라니,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보통 사람 이야기를 콘텐츠화하더라도 희로애락을 다룬다. 외로움, 고통, 절망 등 어두워 보이는 감정과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것도 사람들의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은 다르다. TV 프로그램을 비롯한 인기 있는 유튜브는 동물을 유희나 오락 목적의 도구로 다룬다. 인간의 눈과 귀를 자극시키고 만족시키는 동물의 모습만을 다룬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설 연휴에 두 차례 방송된 <류수영의 동물티비>의 평균 시청률은 3.5%였다. 얼마 전 1000회를 넘은 SBS < TV 동물농장 >의 최근 10회 평균 시청률 10.3%에 비교하면 아쉽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수치다. 

< TV 동물농장 >도 간혹 '불편한 진실'을 다루지만 대부분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다. 포털 사이트 다음 메인 면의 동물 채널은 동물을 소재로 한 오락 콘텐츠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모습들은 우리가 동물을 소비하는 현실이 어떤지 말해준다. 동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인기가 없다. 그렇기에 불편한 진실을 다룬 <류수영의 동물티비> 제작진의 용감한 시도에 응원과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류수영의 동물티비>에 방영된 사연들 중 기억에 남는 세 가지 사연을 소개한다.

첫째, 시골 마을에서 고양이를 돌보는 부부의 사연

굶주리는 고양이가 불쌍해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온 동네 고양이가 집으로 몰려왔다.  부부는 사료값으로만 수입의 1/5을 지출하고 사비로 고양이들의 중성화도 진행했다고 한다. 고양이에 대한 민원은 늘어만 가고 사람들 간의 갈등은 깊어져만 가는데 정부의 별다른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을 비롯한 몇몇의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 TNR 사업을 통해 개체수 조절과 민원의 수를 줄여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여러 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길고양이 TNR: trap-neuter-return :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길고양이를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 후 원래 포획한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이다. 급식소 사업을 함께 진행할 경우, 개체수 조절뿐만 아니라 울음소리 감소와 영역 다툼의 감소 효과가 있다).
 
 KBS2 <류수영의 동물티비> 갈무리

KBS2 <류수영의 동물티비> 갈무리 ⓒ KBS2

 
둘째, 방치되고 버려진 개의 이야기 

사람들은 개가 귀엽고 예뻐서 입양한다. 그리고 버린다. 물론 각각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 사정이 동물을 버리는 이유를 합리화할 수 있을까. 버려진 들개들이 몰려다니며 사람을 위협하는 상황에 다다르면 사람들은 공포심에 휩싸인다. 들개들이 도심을 누비며 고양이를 사냥하고 사람을 위협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인간의 욕심으로 마음대로 번식시키고 마음대로 버렸기 때문 아닐까.
 
 KBS2 <류수영의 동물티비> 갈무리

KBS2 <류수영의 동물티비> 갈무리 ⓒ KBS2

 

셋째, 애견 미용실을 운영하며 강아지를 돌보는 미용사의 이야기

미용사는 안락사 직전의 강아지를 데려와 임시보호한다. 입양된 강아지를 정성껏 돌보고 미용을 시켜 입양을 보낸다. 2018년 약 21만 2000마리의 동물이 버려졌다. 그중 20.2%인 4만 3000마리가 안락사되었다.

이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버려지는 유기동물은 581마리, 안락사로 죽는 유기동물의 수는 118마리다. 미용사의 이야기를 보는 내내 존경심이 생겼다. 하지만 개인의 헌신으로는 동물들이 버려지고 안락사 당하는 이 사태를 막을 수는 없다.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KBS2 <류수영의 동물티비> 갈무리

KBS2 <류수영의 동물티비> 갈무리 ⓒ KBS2 <류수영의 동물티비> 유튜브

 
<류수영의 동물티비>는 동물해방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동물은 다양한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인간 중심 사회에서 동물은 주로 '용도'에 따라 구분한다. 반려동물, 전시동물, 실험동물, 농장동물 등과 같다.

그중 그나마 인간과 가장 친한 반려동물이나 길고양이의 삶이 TV 프로그램 콘텐츠로 주로 다뤄진다. 반려동물 유기와 학대, 길고양이 학대 사례는 꾸준히 뉴스 기사로 발행되고 있다. 지금 이 시대는 그나마 '친한 동물'마저도 무자비하게 학대하고 죽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고발하고 심도 있게 다루는 방송 콘텐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사회가 그렇듯 방송계에서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 대다수 방송들은 귀엽고 예쁜 동물을 콘텐츠화하여 시청자들의 눈과 귀만 만족시키고 있다. 나는 오락과 유희로써만 동물을 소비하는 '편한 콘텐츠'가 불편하다.

한편 <류수영의 동물티비>에서도 반려동물과 길고양이를 제외한 여타 동물은 다뤄지지 않아 아쉬웠다. 물론 한정된 시간과 편성 때문에 모든 동물의 이야기를 다룰 순 없었을 것이다. 방송계에 '다른 동물'이, 특히 농장 동물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 보인다.

그나마 간혹 야생동물 특집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곤 하는데 야생동물은 그나마 우리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인지 그들의 고통이나 죽음이 덜 불편하게 느껴진다. 덜 불편하기에 그나마 '가끔' TV 프로그램 콘텐츠로 다뤄지는 건 아닐까.

인간은 마음으로든 신체적으로든 불편함을 꺼린다. 사회가 진보해 온 이유는 그 '불편함'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 있었다. 동물과 공존하는 사회를 꿈꾸는 일도 마찬가지다. 불편함을 피하기만 한다고 동물의 고통이 사라지진 않는다. 불편함을 마주해야 한다. '불편한 콘텐츠'가 동물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거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류수영의 동물티비>는 동물해방의 신호탄이다. 앞으로 방송가에서 동물판 <그것이 알고싶다>가 제작되길, 그런 프로그램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기를 얻길 간절히 바라본다. 그러면 동물해방의 꿈도 더이상 꿈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 계정에도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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