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리호> 장면

영화 <승리호> 장면 ⓒ 넷플릭스


우리가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자연환경일 것이다.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산, 강, 바다와 같은 자연환경은 우리가 굳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그것이 자본주의 논리와 만나면 그것을 모두가 누리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환경적인 것조차 구입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면, 계급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영화 <승리호>는 그런 환경으로부터 유발된 빈부격차를 바탕에 깔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 속 지구 환경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두꺼운 호흡기기를 필수적으로 착용하고 지구에 살아가고 여건이 되는 이들은 우주에 만든 기지에서 산다.

이주 기지는 UTS라는 기업이 개발한 것으로 이 기업은 궁극적으로 화성 이주를 추진중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이주 기지는 시민과 비시민을 정확하게 가른다. 그리고 시민에도, 비시민에도 끼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주인공들의 직업인 우주 청소부가 그들이다. 
 
태호(송중기), 장선장(김태리), 타이거 박(진선규), 업동이(유해진)가 같이 생활하고 일하는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우주선이다. 그들은 승리호를 이용해 지구 주변의 우주 쓰레기를 팔아 생활을 이어나간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지구에도, 이주 도시에도 그들이 머물 공간은 없다.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태호다. 태호는 전직 UTS 기동대의 장교였다. 아마도 등장인물 중 가장 질 좋은 삶을 누릴 수 있었던 인물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순간의 선택으로 UTS 기동대 자리를 잃고 자신이 키우던 딸아이와 노숙 생활을 한다. 태호는 그 방황기를 꽤 오랜 시간 동안 보냈고, 그 사이에 자신의 딸을 잃는다. 그리고 딸을 찾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려 한다. 

 
 영화 <승리호> 장면

영화 <승리호> 장면 ⓒ 넷플릭스

 
사실 태호에게 UTS의 사업은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다른 승리호 선원들도 표면상으론 UTS 사업에는 관심이 없는, 개인적 목적을 추구하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그렇게 아무 데도 속하지 않고 개인의 삶만을 위해 살던 이들은 꽃님이(도로시, 박예린)를 만나게 되면서 이슈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간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의도하지 않게 이들을 사회 문제의 중심으로 끌어들이지만, 그들은 관심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그들은 의도치 않게 영웅의 길을 걷게 되고 평등 사회를 이루는 데 기여하게 된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꽃님이를 보호함으로써 자연을 살리는 길을 인류에게 선사하게 된 것. 즉, 어디에도 끼지 못한 주인공들은 UTS가 나눈 시민과 비시민의 구분을 없앰으로써 인류가 평등을 추구하는 세상으로 갈 기회를 준 것이다.

그들에게 영향을 준 꽃님이는 사실 권력에게 자신의 능력을 착취당하던 존재다. UTS라는 기업이 한 아이의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사업적으로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선함은 승리호 선원들에게 전달되어 그들에게 아이의 아픔과 외로움을 공감하게 만든다. 결국 그런 공감의 힘이 인류의 희망이 되고, 온 지구에 그 선함을 전달함으로써 다시 생명의 씨앗을 싹트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들이 착취당하던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그로 인한 반발력이 비평등의 구조를 깬다는 데 있다. 어쩌면 인류를 둘러싸고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온갖 계급과 계층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민과 비시민의 계급을 깨뜨리는 승리호  
 
 영화 <승리호> 장면

영화 <승리호> 장면 ⓒ 넷플릭스

 
영화에 등장하는 UTS의 운영자 설리반(리차드 아미티지)은 전형적인 기업 중심적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다. 임의로 만든 자연환경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궁극적으로는 화성 이주 프로젝트로 전 인류의 생명줄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 한다. 어찌 보면 그는 지구의 재앙을 이용해 일부러 사회 구조적 계급을 만들어낸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만들어낸 그 계급 구조에 속하지 않는 승리호의 인물들과 그가 마지막에 대립하게 되는 건 이야기의 흐름상 필연적일 것이다. 결국 <승리호>는 세상을 구분하려는 측과 그 구분을 부수려는 측의 대립이 끝까지 이어간다. 

영화 <승리호>는 이렇게 잘 만들어진 구조 안에서 주인공들이 우연히 엮여 겪게 되는 일들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높은 우주에서 이주 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영화 <엘리시움>이나 <알리타: 배틀엔젤>이 떠오르기도 한다. 결국 양분화된 계급적 구조 사이에 우주 청소부라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들을 넣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익숙하지만 조금은 다른 세계를 만들어냈다.

완전히 새롭게 창조한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기시감은 들지만 오락영화로서 우주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어색함이 없다. 또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를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매력은 갖추고 있다. 

사실 태호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장선장이나 타이거 박의 과거 이야기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아쉽다. 아무래도 다른 인물들의 서사까지 구체적으로 넣게되면, 산만해질 수 있기 때문에 태호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해 나가는 것 같다. 영화는 후반부에 이야기의 작은 구멍들을 꽃님이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간단히 대처한다. 
 
또한 영화의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설리반은 너무 전형적인 형태의 악당이어서 클라이맥스의 전투에서도 크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의 의도는 명확하지만 인간미가 없어 그저 로봇처럼 보인다. 강력한 악당으로서 영화 속에서 기능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그에 따라오는 특별한 매력은 없다.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악당에 대한 기억은 별로 남지 않고 다른 캐릭터들만 떠오른다. 

조성희 감독은 전작 <늑대소년>이나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에서 이미 독특한 설정의 세계관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리고 그의 영화 안에는 늘 순수한 아이들이 등장해 그 특유의 세계 안에서 희망을 보여줬다. <승리호>에선 우주로 세계관을 확대시켰고, 순수한 아이 역시 인류의 희망으로 등장한다.

그의 영화는 늘 다음 편이 궁금해지는 결말을 맺는데, 이번 <승리호>도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특히나 영화 속에 담긴 계급격차나 그것에 속하지 않는 승리호 멤버들의 구도는 꽤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고 그 격차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도 신선하다. 

2시간여의 러닝타임에는 다 담지 못한 장선장의 이야기나, 타이거 박의 이야기 등을 볼 수 있게 영화나 드라마가 이어진다면 더 많은 관심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영화의 여러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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