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빛과 철>의 주연배우 염혜란. 요즘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는 한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연으로서의 존재감을 이 영화에서 십분 드러낸다. 
 
지방의 한 도로에서 난 자동차 충돌사고의 피해로 의식불명에 빠진 남편을 돌보는 영남을 연기한 염혜란은 그날의 교통사고에 관한 숨겨진 비밀이 고개를 들 때마다 변하는 인물의 심리를 뛰어나게 그려낸다.  

지난 10일 오후 열린 <빛과 철> 염혜란 배우와의 화상 인터뷰를 전한다. 

여자 셋이 이끌어가는 묵직한 영화
 
 영화 <빛과 철>의 염혜란 배우

영화 <빛과 철>의 염혜란 배우 ⓒ 찬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자 배우들이 이렇게 진지하고 풍부하게 인물을 그릴 수 있는 영화가 얼마나 될까. <빛과 철>은 여자와 여자가 만나서 긴장감을 가지고 풍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단 점에서 매력적인 시나리오였다." 

교통사고의 가해자 남성의 아내 희주 역을 연기한 김시은, 그리고 영남의 딸이며 비밀의 상자를 여는 은영 역할을 맡은 박지후. 이 두 배우와 염혜란은 <빛과 철>을 밀도 높게 이끌어나간다. 세 배우 사이에서 오가는 팽팽한 긴장감이 관객 마음을 흔든다. 
   
염혜란은 비극에 빠진 인물 영남에 대해 "큰 일이 일어나기 직전 같은, 마치 태풍의 눈 한가운데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느낌이 좋았다"며 캐릭터를 연기한 감정을 밝혔다. 이어 "영남은 감정의 진폭이 크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드러내는 성격은 아니다"라며 "마음을 감추는 가운데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표현하는 게 어려웠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남의 행동 중엔 처음엔 이해하기 힘든 것도 있었다. 그는 "희주가 누군지 알면서도 영남이 사람 좋은 척 하면서 다가가는 게 처음에는 음흉해보였다"며 "하지만 영남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신도 일을 계속 해야 하지 않겠느냐, 살아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빛과 철>의 인물 사이에는 호의 아니면 적대감이라는 명확한 관계성이 성립하지 않는다. 서로를 원망하면서도 연민하는 세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공감 속에서 뭔지 모를 위로를 받는다. 
 
염혜란은 <빛과 철>이란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 질문에 자신도 감독님께 물어봤다며 다음처럼 답했다. "교통사고에서 그런 이미지를 느끼셨다고 감독님은 말씀하던데, 빛과 철이 만난다고 생각하니 처음에 저는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빛과 철이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보면 철이 좀 따뜻해지기도 하잖나. 서로 너무 다른 존재인데 만나지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며 그는 극중 인물들의 관계에 빛과 철의 관계성을 대입했다.

<동백꽃 필 무렵> 덕분에 자존감 높아져
 
 영화 <빛과 철>의 염혜란 배우

영화 <빛과 철>의 염혜란 배우 ⓒ 찬란

 
"저는 바보 같아서 타인의 평가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남들이 아무리 내 연기가 좋다고 해도 이 정도의 노력이나 과정으로 그런 말을 듣는 게 맞는지 반성하곤 한다. 자존감 낮은 역할을 한다고 해서 염혜란 너의 자존감도 낮아져선 안 된다고 선배들이 많이 말했는데, 연극을 하면서 소외된 사람들, 외로운 영혼들을 워낙 많이 연기하다보니 자존감이 낮아졌고 염혜란에 대해 스스로 한계를 지어놓은 느낌이었다."

이런 생각으로 자존감 높고, 고학력자에, 다른 사람을 부리는 그런 역할을 자신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염혜란. 그는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털어놓았다. 이 드라마를 통해 자존감 높은 인물을 무사히 연기하고 나선 '나도 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고, 그 역할을 못할 것 같아서 두려웠던 처음의 생각은 자신이 정한 한계였을 뿐이란 걸 깨달았다.

자존감이 높아진 덕분일까. 얼마 전 종영한, 염혜란이 주연을 맡은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그를 더욱 높은 위치로 올려놓았다. 이 작품으로 처음 주연을 맡은 소감을 묻자 그는 "덕분에 10대 팬들이 많아졌다"며 행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경이로운 소문> 시즌2 확정 소식을 전하며 "정확한 방송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프랑스의 배우 줄리엣 비노쉬를 좋아한다는 염혜란은 "나무토막을 보고서도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 게 배우다"라는 비노쉬의 말이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문희 선생님으로부터 "혜란아, 나는 카메라를 사람으로 보는 훈련을 많이 해"라는 말을 듣고도 큰 배움을 얻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듯 더 나은 연기를 위해 배움과 연구를 쉬지 않는 염혜란에게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에 관해 질문했다.

"내 안에 너무 많은 다른 내가 있는데 그걸 찾는 게 연기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내 안에 내가 12개쯤 되나? 했는데 알고 보면 수천, 수만 가지의 나를 발견하는 게 되더라. 그게 연기여서 아마도 스펙트럼은 어마어마해지지 않을까."
 
 영화 <빛과 철>의 염혜란 배우

영화 <빛과 철>의 염혜란 배우 ⓒ 찬란

빛과철 염혜란 박지후 인터뷰 김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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