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MBC의 <나>는 <사춘기>, <공룡선생>, <신세대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에 이어 청소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청소년 드라마다. 특히 <나>에 학생 역할로 출연한 배우들은 당시 또래 학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특이하게도 <나>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학생 역할 배우들 중에서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는 거의 없다(1기 기준, 2기 중에서는 안재모와 김래원 등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이시한 매력으로 남녀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던 송은영은 2000년대 중반까지 활동하다가 최근 <불타는 청춘>에 출연할 때까지 약 15년 정도의 긴 공백이 있었다. 귀여운 공주병 소녀 역의 허영란 역시 <야인시대>와 <서동요> 이후 인상적인 출연작이 없다. <나> 출연 당시 여학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던 김수근은 이듬해 앨범을 발표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현재는 연예계에서 은퇴하고 바리스타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고 <나> 1기에 출연했던 학생 역할의 배우들이 모두 연기 활동을 접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가 방영됐을 당시 학생배우들 중 '맏언니'뻘이었던 배우 최강희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큰 공백 없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4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동안배우' 최강희는 17일 첫 방송되는 KBS의 새 수목드라마 <안녕?나야!>에서 짠내 폭발하는 37세 계약직 반하니 역을 맡아 이레와 2인 1역을 연기한다.
 
 최강희의 능청스런 연기가 돋보였던 <달콤,살벌한 연인>은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강희의 능청스런 연기가 돋보였던 <달콤,살벌한 연인>은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싸이더스 FNH

 
동명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5년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 데뷔한 최강희는 이듬해 MBC의 청소년 드라마 <나>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최강희가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맡았던 배역 이름도 세연, <나>에서 맡은 배역 이름도 홍세연이라 당시 시청자들은 최강희라는 이름보다 세연이란 이름이 더 익숙했다.

최강희는 1998년 김규리, 박진희, 윤지혜, 신이 등 또래 배우들과 함께 출연한 영화 <여고괴담>에서 9년 동안 이름만 바꾸고 계속 학교를 다닌 귀신 역으로 많은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최강희가 <여고괴담>에서 보여준 일명 '바운스 귀신' 장면은 훗날 수 많은 영화와 예능에서 패러디됐다. 1999년에는 청소년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학교>에서 영화동아리를 이끌어가는 이민재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유의 동안 외모 때문에 대학생 역할을 맡아도 어색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최강희가 성인배우로 자리 잡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은 2004년 박광현과의 커플연기가 돋보였던 <단팥빵>이었다. 최강희는 <단팥빵>에서 20대 후반의 초등학교 교사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면서 동안배우 이미지를 씻어냈다(참고로 <단팥빵>에서 최강희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배우는 훗날 백상예술대상과 일본 아카데미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쓰는 배우 심은경이었다).

<단팥빵>을 통해 쿨하고 유쾌한 이미지를 갖게 된 최강희는 드라마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와 <달콤한 나의 도시>,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도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2007년에는 <이별자세>를 연출했던 이재동 PD와의 인연으로 드라마 <고맙습니다>에 특별출연했다. 서신애에게 에이즈에 걸린 혈액을 수혈하는 의료사고를 저지르고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장혁의 옛 애인 역할이었다.

2009년 고 김영애와 함께 영화 <애자>, 2010년에는 이선균과 영화 <째째한 로맨스>에 출연한 최강희는 2011년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아닌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노은설을 연기했다. <보스를 지켜라>는 동갑내기 배우 지성과 최강희의 뛰어난 연기호흡과 독특하고 신선한 유머코드로 <공주의 남자>라는 히트작과 맞붙었음에도 1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20년 전의 나와 만나는 제과회사 계약직 직원
 
 최강희는 <굿캐스팅>에서 국정원 블랙요원 역을 통해 유쾌한 코믹연기와 화끈한 액션연기를 동시에 선보였다.

최강희는 <굿캐스팅>에서 국정원 블랙요원 역을 통해 유쾌한 코믹연기와 화끈한 액션연기를 동시에 선보였다. ⓒ SBS 화면 캡처

 
최강희는 2004년 그녀에게 '강짱'이라는 별명을 안겨준 KBS 라디오 <볼륨을 높여요>를 2년 간 진행했고 20011년엔 나르샤의 후임으로 10개월, 2017년에도 보름 동안 잠시 마이크를 잡으며 라디오 DJ로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최강희는 2013년 김하늘, 강지환 주연의 동명영화를 드라마화한 < 7급 공무원 >에 출연해 배우 주원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2015년 50부작 드라마 <화려한 유혹>에 출연한 최강희는 2017년과 2018년 두 시즌에 걸쳐 방송된 <추리의 여왕1,2>을 통해 권상우와 좋은 호흡을 과시했다. 최강희는 작년 4월 '대한민국 슈퍼우먼의 스파이 대작전'을 표방한 <굿 캐스팅>에 출연했다. <굿캐스팅>에서 위장잠입을 전문으로 하는 전설의 블랙요원 백찬미를 연기한 최강희는 현란한 액션연기와 뻔뻔스런 코믹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재미를 선사했다.

작년 SBS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캐릭터상을 수상하며 2011년 이후 9년 만에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최강희는 판타지 성장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안녕? 나야!>를 2021년의 첫 작품으로 정했다. 최강희는 <안녕? 나야!>에서 꿈도, 목표도, 희망도 없이 '태어난 김에 사는' 제과회사 계약직 직원 반하니를 연기한다. 무기력하던 반하니가 20년 전의 자신을 만나 어떻게 삶이 달라지는지 지켜 보는 것이 <안녕? 나야!>의 재미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녕? 나야!>에서는 모델에서 배우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김영광이 반하니가 다니는 제과회사 회장의 외동 아들인 철 없는 금수저 한유현 역을 맡았다. 영화 <소원>, <반도> 등으로 얼굴을 알린 이레는 20년 전의 반하니를 연기한다. <열혈사제>, <편의점 샛별이>에서 코믹연기를 선보인 음문석은 한 때 톱스타였던 대한민국 최고의 갑질 연예인 안소니 역을 맡았다. 이 밖에 김용림, 김유미, 지승현, 윤주상, 고우리 등이 <안녕? 나야!>를 빛낼 예정이다.

최강희는 30회 이상 헌혈을 하며 헌혈유공장 은상을 수상했고 연예인 최초로 백혈병 어린이를 위해 골수를 기증한 대표적인 '선행 연예인'이기도 하다. 올해로 어느덧 데뷔 27년 차, '중견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경력과 나이가 됐지만 최강희는 언제나 재미를 보장하는 드라마에 출연하는 '믿고 보는 배우'다.
 
 연예계 대표 동안배우 최강희(왼쪽)는 <안녕?나야!>에서도 10살 연하의 김영광과 연기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연예계 대표 동안배우 최강희(왼쪽)는 <안녕?나야!>에서도 10살 연하의 김영광과 연기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 <안녕?나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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