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 TV조선


 
실제 이혼한 (연예인) 부부가 출연하며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가 지난 15일 시즌1을 마무리했다. 제작진은 13회에 걸쳐 다양한 세대의 '이혼'을 조명했다. 이영하-선우은숙, 유깻잎-최고기가 포문을 열었고, 이어서 박재훈-박혜영, 박유선-이하늘, 김유민-박세혁이 가세했다. 이 다섯 커플은 저마다의 굴곡진 사연을 꺼내 놓으며, 자신들의 이혼을 공유했다. 

<우리 이혼했어요>에 출연한 커플들은 '이혼은 인생의 실패'라는 부정적인 시선에 맞서 '이혼 후 새로운 관계의 모색'에 나섰다. 그들의 리얼한 이야기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도 했고,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불편함을 야기하기도 했으며, 분노를 끌어내기도 했다. 명(明)과 암(暗)이 공존했다. 굳이 따지자면 어느 쪽이 더 진했을까. 아무래도 후자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 도발적인 프로그램의 가장 큰 공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금기와도 같았던 이혼에 대해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둘만의 공간에서 재회한 이혼 부부가 결혼 생활에서 겪었던 갈등과 어려움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입장 차이를 설명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관점에서 이혼이라는 문제를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 

이혼에 대한 달라진 관점
 
무엇보다 그들은 이혼은 실패가 아니라고, 이혼이 관계의 단절이 아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도 이혼을 선택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선우은숙은 이영하를 전 남편이라 부르는 대신 여전히 '자기'라는 호칭으로 불렀고, 이영하의 마지막을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 사람은 이혼 후에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박재훈-박혜영은 비록 부부로서 잘 맞지 않아 이혼을 결정했지만,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재훈은 자녀에게 존경받는 아빠가 되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고, 박혜영은 그 모습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이하늘-박유선은 '0'이 이혼이고 '1'이 재결합이라면 자신들은 그 중간인 '0.5'에 있는 거라며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난 관계를 지향했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 TV조선

    
또, <우리 이혼했어요>는 젊은 세대의 결혼과 이혼을 다루며 사유의 폭을 넓혔다. 유깻잎-최고기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집안 어른들 간의 갈등이 얼마나 큰 상처와 후유증을 남기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그건 김유민-박세혁도 마찬가지였다. 집안이 결부되는 결혼은 오로지 두 사람만 생각할 수 있었던 연애와 확연히 달랐다. 그 간극을 견디지 못하면 이혼은 훨씬 빠르게 다가왔다. 

그러나 문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야기가 돌고 돌아 결국 '재혼'으로 귀결됐다는 건 뚜렷한 한계였다. 애초에 프로그램이 내세운 취지는 이혼 후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었지만, 신동엽과 김원희 등 MC들은 시종일관 재결합을 응원하며 보수적인 가족관을 끝없이 투영했다. 이혼한 부부들을 이해하기에 신동엽과 김원희의 경험과 인식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물론 마지막 회에서 반성을 하긴 했다).

또, <우리 이혼했어요>는 출연자들을 로맨스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묘사하는 데 열중했다. MC들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했다. 출연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부족했고, 이혼이라는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도 부족했다. 가령, 최고기의 재결합 시도에서 유깻잎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분은 실망스러웠다. 유깻잎에게 쏟아진 악플의 상당한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다. 

그런가 하면 화제성을 쫓아 지나치게 자극적인 편집을 했던 건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었다. 선우은숙-이영하의 과거 사건의 경우, 선우은숙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다뤄진 측면이 있다. 최고기-유깻잎의 경우 아이를 볼모삼아 이야기가 전개됐던 점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또, 진작 끝났어야 할 이야기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됐다는 점은 지루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논란의 김동성을 출연시키며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스스로 훼손시켰던 것이다. 제작진은 비판에 몸을 사리고 있다가 막판에 와서 김동성을 재혼을 목표로 여자친구와 함께 등장시켰다. 양육비를 둘러싼 논란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동성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들려줘 갈등을 유발했고, 여자친구의 입장에서 김동성의 서사를 강조해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도발적이고 참신했던 <우리 결혼했어요>는 점차 초심을 잃어버렸다. 진정성이 생명과도 같았지만, 조금씩 갓길로 빠져 버렸다. 올해 가을 시즌2로 돌아올 <우리 이혼했어요>는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사람이 바뀐다고 모든 게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좀더 많은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다. 어찌됐든 소재나 형식 면에서 관찰 예능의 최전선에 있는 게 분명하니 말이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 TV조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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