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건' 김동현의 체급이었던 웰터급은 수준 높은 강자들이 난립한 '지옥의 체급'으로 UFC 내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던 체급이었다. 하지만 웰터급이 격투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웰터급 타이틀을 무려 9번이나 방어했던 '슈퍼스타' 조르주 생피에르(GSP)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캐나다 몬트리올 퀘백 출신의 GSP는 캐나다 격투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며 UFC 최고의 흥행카드로 군림했다.

하지만 GSP가 조니 핸드릭스와의 9차 방어전 이후 장기공백을 가졌던 틈을 타 웰터급은 '악동' 코너 맥그리거가 활개를 친 페더급과 라이트급에 밀려 최고 인기체급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실제로 페더급과 라이트급은 맥그리거를 중심으로 조제 알도,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저스틴 게이치, 더스틴 포이리에 같은 스타들이 차례로 등장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반면에 웰터급은 GSP의 뒤를 이을 만한 슈퍼스타가 나타나지 않았다.

GSP 이후 핸드릭스와 로비 라울러, 타이론 우들리가 나눠 가진 웰터급 타이틀은 현재 '나이지리아의 악몽' 카마루 우스만이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UFC 진출 후 파죽의 12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는 우스만은 오는 1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의 UFC APEX에서 열리는 UFC258 메인이벤트를 통해 웰터급 역대 최다연승(13연승)에 도전한다. 상대는 과거 우스만과 같은 체육관 소속이었던 웰터급 1위 길버트 번즈다.
 
 우스만(왼쪽)이 번즈를 꺾고 3차 방어에 성공하면 UFC 역대 최다연승(13연승)주인공이 된다.

우스만(왼쪽)이 번즈를 꺾고 3차 방어에 성공하면 UFC 역대 최다연승(13연승)주인공이 된다. ⓒ UFC.com

 미대학레슬링 올스타 우들리를 레슬링으로 압도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8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우스만은 고교 시절 레슬링을 시작해 대학시절 NCAA 디비전2의 전국챔피언에 올랐다. 우스만은 올림픽 출전을 노렸지만 부상으로 도전이 좌절되면서 종합격투기로 눈을 돌렸다. 2012년 11월 프로 격투기 선수로 데뷔한 우스만은 레거시 FC를 비롯한 중소단체에서 5승 1패 5KO를 기록한 후 UFC의 신인육성 프로그램 TUF의 21번째 시즌에 참가했다. 

UFC를 대표하는 명문체육관 아메리칸 탑팀과 블랙질리언의 대결로 열린 TUF21에서 우스만은 블랙질리언의 선수로 출전해 결승에서 헤이더 핫산을 2라운드 서브미션으로 꺾고 UFC와 계약을 따냈다. 우스만은 UFC와 계약 후 옥타곤에서 파죽의 7연승을 달렸지만 랭킹 상위권의 강자들과 상대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격투팬들에게 실력이 과소평가됐다(우스만은 한 때 랭킹 6위 김동현과의 대결을 희망하기도 했다).

우스만은 2018년 5월 산티아고 폰지니비오와의 경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폰지니비오의 부상으로 상대가 데미안 마이아로 바뀌면서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우스만은 랭킹 5위인 마이아를 상대로 만장일치 판정승을 따냈지만 기대했던 화끈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우스만은 그 해 12월 라이트급 전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를 압도적인 기량으로 제압하며 챔피언에 도전할 만한 실력을 인정 받았다.

마이아와 안요스를 차례로 꺾은 우스만은 웰터급의 강력한 차기 도전자 후보로 떠올랐고 잠정 챔피언이던 콜비 코빙턴을 제치고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우스만은 2019년 3월 우들리와의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우들리를 만장일치 판정으로 꺾으며 UFC 웰터급의 12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우스만은 NCAA 디비전1 올 아메리칸(올스타) 출신의 우들리를 레슬링으로 압도하며 격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우스만의 1차 방어전 상대는 잠정 챔피언 벨트를 따내고도 대런 틸과 우스만에게 두 번이나 타이틀 도전 기회를 빼앗겼던 코빙턴이었다. 실제로 우스만과 코빙턴은 단순히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한 대립관계를 넘어 음식점에서 실제로 주먹다짐을 벌일 만큼 감정이 크게 상했다. 특히 우스만은 매니저와 2:1로 코빙턴을 공격하는 비겁한 행동으로 격투팬들의 많은 질타를 받았다.

자신의 습관 잘 아는 옛 동료와 타이틀전 격돌

2019년 12월 UFC245대회에서 맞붙은 우스만과 코빙턴의 경기는 서로의 감정이 섞이면서 다소 어수선하게 진행됐다. 코빙턴의 바디킥이 로블로로 인정되면서 한동안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고 코빙턴이 우스만에게 턱에 정타를 허용하고도 심판에게 써밍(눈찌르기)이라고 어필하기도 했다. 결국 우스만은 치열한 난타전 끝에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진 코빙턴을 5라운드 KO로 제압하며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우스만은 2015년에 한 차례 맞붙었던 리온 에드워즈를 상대로 2차 방어전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에드워즈가 코로나19로 인한 출국금지로 발이 묶였고 대체선수 번즈마저 코로나19 양성반응으로 대회를 일주일 남기고 호르헤 마스비달이 타이틀전에 투입됐다. 마스비달은 경기 초반 날카로운 타격으로 우스만을 당황시켰지만 2라운드부터 감량 후유증이 나타났고 결과는 이번에도 레슬링에서 앞선 우스만의 판정승이었다.

우스만은 2년 가까이 웰터급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루한 경기 스타일로 인해 GSP나 로비 라울러 만큼 인기 있는 챔피언으로 군림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시대가 끝나고 전 챔피언 우들리처럼 관중들에게 야유 받는 챔피언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번즈와의 3차 방어전에서 반드시 인상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특히 3차 방어전은 UFC 모든 체급에서 고비로 불리기 때문에 '롱런'을 위해서라도 옛 동료 번즈를 확실히 꺾을 필요가 있다.

블랙질리언 시절 우스만과 200번 이상의 스파링을 치른 번즈는 웰터급으로 체급을 올린 후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특히 우스만도 KO까지 가지 못했던 마이아를 2009년 이후 약 11년 만에 KO로 제압하며 기세를 올렸고 전 챔피언 우들리 역시 KO 직전까지 몰아 붙였다. 랭킹 1위라는 위치를 차치하더라도 현재 번즈가 우스만에게 가장 위협적인 도전자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스만이 번즈를 제압하고 3차 방어에 성공하면 13연승으로 GSP의 12연승을 제치고 UFC 웰터급 역대 최다연승 신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아메리칸드림'에 성공한 나이지리아 청년이 챔피언을 넘어 세계 최고의 격투단체 UFC에서 '웰터급의 전설'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스만이 진정한 '웰터급의 전설'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과거 수백 번씩 몸을 섞으며 서로의 특징과 버릇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옛 동료 번즈의 벽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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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C258 카마루 우스만 길버트 번즈 웰터급 타이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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