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타 주 탬파의 레이몬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제 55회 슈퍼볼 결승전이 열렸다. 미식축구에 이렇다 할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슈퍼볼'이라는 이름에 매우 익숙할 것이다.

이 경기의 하프타임에 펼쳐지는 축하 공연 때문이다. 초기는 대학교의 마칭 밴드로 구성되었던 하프타임 쇼의 축하 공연은 90년대 이후, 정상급 팝스타들이 펼치는 자본주의 최고의 축제로 인식이 바뀌었다. 마이클 잭슨, 프린스, 폴 매카트니, 비욘세, 레이디 가가, 케이티 페리, U2, 콜드플레이 등 수많은 슈퍼스타가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었던 바 있다.
 
제 55회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주인공은 캐나다의 알앤비 스타 위켄드(The Weeknd)다. 슈퍼볼 무대에 선 캐나다 뮤지션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단독 헤드라이너를 맡은 캐나다 뮤지션은 위켄드가 처음이다. 그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팝스타라 할 것이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듯한 피비 알앤비(PB R&B) 사운드, 마이클 잭슨처럼 가늘게 뻗너 나가는 팔세토의 목소리는 전세계를 관통했다.
 
< After Hours >(2020)는 위켄드의 커리어 최고의 순간이었다. 맥스 마틴과 함께 탄생시킨 'Blinding Lights'는 48주 이상 빌보드 탑 10 차트에 머물렀고, 2020년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노래(청취횟수 19억 건 이상)로 기록되었으며,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높은 성취를 거뒀다. 아하(A-Ha)를 연상시키는 경쾌한 신스 사운드 위에 우울과 공허감을 담아낸 이 곡은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펜데믹 시대의 송가가 되었다. 그래미 어워드의 홀대가 음악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는 것은 당연했다.
 
제 63회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션이 좌절되었을 때 위켄드는 '그래미는 부패했다'며 큰 상실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슈퍼볼에서 풀기라도 하듯 화려한 무대를 구성했다. 공연에 앞서 자신이 직접 뽑은 곡들을 모은 컴필레이션 앨범 < The Highlights >를 발표했고, 그의 유튜브 채널에는 '슈퍼볼을 앞둔 최후의 만찬'이라는 컨셉의 영상이 게시되기도 했다. 펩시와 코카콜라, 버드와이저를 제외하면 예전만큼의 기업 후원을 받지 못 한다는 점 역시 고려되었다. 위켄드는 700만 달러(한화 78억) 이상의 사비를 들여 공연의 규모를 불렸다.

'외로운 스타보이'가 떴다
 
그는 지방시의 오크 쿠튀르 작업실이 제작한 붉은 수제 수트를 입고, 슈퍼카에 몸을 실은 채 등장했다. 화려한 모습에 걸맞게, 자신의 성취를 과시하는 노래 'Starboy'를 불렀다. 위켄드가 고른 7곡은 자신의 커리어를 함축한 것이었다. 위켄드를 세상에 알린 믹스테이프 트릴로지의 'House Of Ballons'부터 2020년 최고의 히트곡인 'Blinding Lights'에 이르기까지, 그는 14분의 시간 동안 자신의 커리어를 충실히 갈무리했다.
 
< After Hours > 앨범의 활동을 상징하는 독특한 컨셉 역시 준비되었다. 위켄드는 2020년 11월 AMA(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붕대로 감싼 마스크를 쓰고 'Save Your Tears'를 불렀다. 이 마스크는 < After Hours > 앨범에서 표현된 자아의 우울함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번에는 위켄드 대신 수많은 댄서들이 그와 같은 붕대 마스크를 쓰고 흐느적거리며 춤을 췄다. 위켄드는 1인칭 시점의 카메라를 들고 그들 사이에서 'Can't Feel My Face'를 불렀다.

지금까지 슈퍼볼에서 볼 수 없는 카메라 앵글이었고, 가장 혼란스러운 분위기의 퍼포먼스였다. 이번 공연은 유관중 공연으로 치러졌다. 전체 정원의 30%인 2만 5천명만이 관중석을 채웠다. 코로나 19의 상황을 반영한 것인지, 필드 대신 관중석을 활용하여 노래를 부르던 위켄드는 마지막곡 'Blinding Lights'의 순서가 되어서야, 필드 위에 발을 디뎠다. 수백 명의 댄서들이 위켄드를 둘러쌌다.
 
지금까지 슈퍼볼 하프타임 쇼 공연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전달된 일은 적지 않다. 록밴드 U2는 9.11 테러 이후 펼쳐진 하프타임 쇼에서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을 부를 때 9.11 테러 희생자들의 이름을 화면에 띄우며 미국 국민을 위로했고, 지난 해 제니퍼 로페즈와 샤키라는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반이민정책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의 슈퍼볼 공연에서 위켄드는 개인의 서사를 무대에 녹여내는 데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가 스페셜 게스트를 일절 초대하지 않은 것도 자신의 서사를 해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슈퍼볼에서 역사를 만든 뮤지션들은 많다. 위켄드의 공연이 후대에 슈퍼볼 역사상 최고의 무대로 기록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켄드만큼 괴기하고 음울한, 마이너의 정서를 전시한 슈퍼볼 퍼포머는 없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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