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적시장을 통하여 변화를 시도했던 한국인 유럽파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누군가는 소속팀을 탈출하여 새로운 둥지를 찾는데 성공했고, 누군가는 잔류하여 다시 한번 치열한 주전경쟁에 몸을 던졌다. 여전히 이적설이 계속되고 있는 선수도 있다.

'코리안 메시' 이승우는 최근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세 SC로 임대 이적했다. 원소속팀인 벨기에 프로축구 신트트라위던 구단은 8일 이승우의 포르티모넨세행을 공식 발표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소년 출신의 이승우는 이탈리아(베로나)를 거쳐 2019년 8월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에 둥지를 틀었으나 30경기에서 2골을 넣는데 그쳤고, 지난 12월 피터 마에스 감독이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로는 최근 9경기 연속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됐다.

이승우는 1월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행선지를 물색했고 한때 K리그행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최종 결정은 유럽 잔류였다. 포르투갈은 스페인-이탈리아-벨기에에 이어 이승우가 경험하는 4번째 유럽리그다. 포르투갈 1부리그(프리메이라리가)는 유럽축구연맹(UEFA) 랭킹 6위로 이른바 5대 빅리그(스페인-잉글랜드-독일-이탈리아-프랑스) 다음가는 위상을 지니고 있는 중상위권 리그이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한국인 선수로는 석현준-황문기-김병석-김정민 등이 활약한 바 있다.

이승우가 뛰게된 포르티모넨세는 현재 포르투갈 리그에서 15위에 올라있는 팀이다. 리그 17경기에서 단 14득점에 불과해 공격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본 출신의 나카무라 코스케, 안자이 코키 등 같은 아시아 선수들이 소속된 팀이기도 하다.

스페인에서 유소년 생활을 보낸 이승우는 비슷한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포르투갈이 적응 면에서 좀더 유리할 수 있지만 리그 수준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동안 여러 리그와 팀을 거치면서도 성인무대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고 훈련 태도와 매너 등에서 수없이 구설수에 휘말렸던 이승우로서는 이번에야말로 달라져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잉글랜드 웨스트햄 임대 이적이 거론되던 '국산 황소' 황희찬은 원소속팀 RB 라이프치히에 잔류하게 됐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여름 라이프치히 유니폼을 입은 황희찬은 2020~2021시즌 전반기까지 단 9경기(선발2경기) 출전에 그치며 평균 출장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엔 축구 국가대표팀의 오스트리아 원정에 참여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두 달 가까이 이탈하기도 했다.

황희찬은 겨울이적시장에서 출전 기회를 확보하기 위하여 임대 이적을 추진했다. 실제로 분데스리가 마인츠05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황희찬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황희찬의 임대를 반대했다. 올 시즌 황희찬의 기량을 제대로 확인할 기회가 부족했으며, 마땅한 대체 자원이 영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황희찬도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잔류를 결정했다.

이적이 무산된 이후 그나마 조금씩 출전시간을 다시 부여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장면이다. 황희찬은 지난 4일 보훔(2부리그)과의 DFB-포칼 16강전에서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되어 45분을 소화하여 비록 공격포인트를 챙기지는 못했으나 활발한 활약으로 팀의 4-0 대승에 기여했다. 6일 샬케04와의 원정경기에서도 2-0으로 앞선 후반 38분 교체투입되어 후반 41분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멋진 헤딩슈팅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시즌 컵대회에서만 1골1도움을 기록중인 황희찬은 아직 정규리그 득점이 없다. 경기 내용은 좋았지만 골결정력은 아쉬운 순간이 많았다. 라이프치히가 최전방 공격수들의 득점력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황희찬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좀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나겔스만 감독은 지난 2경기에서 모두 여유있게 리드를 잡으며 승기가 거의 굳어진 상황에서만 황희찬을 기용한 바 있다.

황희찬과 마찬가지로 겨울이적시장에서 소속팀 탈출에 실패한 '골든보이' 이강인(발렌시아)의 입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버린 모양새다. 이강인은 1월들어 소속팀 치른 7경기 중 24일 열린 아틀레티코마드리드전을 제외하고 모두 출전했으며 이중 5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경고누적으로 인한 일시적 변수에 가까웠고 비교적 중요성이 더 큰 경기에서는 배제되는 모양새였다.

발렌시아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공격수 패트릭 쿠트로네를 임대 영입하는 등 몇몇 포지션에서 전력을 보강했다. 2월들어 이강인은 3경기에서 한번만 교체출장했고 나머지 2경기는 결장하며 다시 주전에서 밀려나는 모양새다. 하비 그라시아 감독의 플랜에서 이강인의 비중은 그리 높지않아 보인다.

2022년 6월로 발렌시아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이강인은 구단의 재계약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하며 이적 의사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발렌시아 입장에서도 팀에서 마음이 떠난 이강인의 매각을 통하여 이적료라도 챙기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데포르테 발렌시아노' 등 스페인 현지 언론들도 이강인의 상황을 주시하며 선수에게 충분한 기회도 주지않으면서 이적에도 소극적인 그라시아 감독과 구단의 어정쩡한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이밖에도 유럽 이적설이 계속되었던 김민재(베이징)과 독일 2부리그에서도 주전경쟁에 밀린 백승호(다름슈타트)는 겨울이적시장에서 기대했던 이적 소식은 모두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김민재는 베이징과의 계약이 어차피 올해 12월로 만료된다. 이미 아시아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김민재는 유럽 여러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백승호는 최근 K리그 진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한국인 유럽파의 맏형 격인 '불사조' 지동원은 최근 원소속팀 마인츠에서 독일 분데스리가2(2부리그) 소속인 브라운슈바이크로 임대된 이후 약 2년 만에 독일 무대에서 골맛을 보기도 했다. 지동원은 브라운슈바이크 임대 이후 이재성의 소속팀 홀슈타인 킬과의 경기에서 도움을 기록했고, 하노버와의 경기에서는 득점포까지 가동하며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도르트문트-아우크스부르크-다름슈타트-마인츠 등를 거치며 유럽생활만 10년, 임대 생활만 4번째인 '짬밥에서 나오는 생존력'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 대목이다. 지금도 낯선 유럽무대에서 한국축구와 아시아 선수의 자존심을 걸고 고군분투하는 모든 한국인 유럽파들의 생존경쟁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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