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방송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의 한 장면 ⓒ JTBC

 
화제를 모았던 JTBC 오디션프로그램 <싱어게인>이 '30호 가수' 이승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숨어 있는 고수들을 시청자와 함께 발굴해 낸다는 서사는 <슈퍼스타K>나 < K팝스타 >와 유사했지만, <싱어게인>엔 이제까지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
 
<슈퍼스타K>가 재능 있는 아마추어들의 경연장이었고, < K팝스타 >가 예비 아이돌들의 경연장이었다면, <싱어게인>은 실패와 좌절을 맛본, 한때는 찬란한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내 깊은 절망의 늪에 빠져본 이들에게 다시 한 번 '무대'라는 것을 제공해준 기회였다.
 
중년의 로커와 이승윤의 눈물
 
화제를 몰고온 장면이 너무 많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팀 대항전에서 짝을 이룬 이승윤과 이무진이 이제는 중년이 된 가수 10호(김준휘)와 정통 헤비메탈 가수 29호(정홍일)를 이긴 후, 이승윤이 눈물을 쏟아내던 모습이다.
 
중년의 그들은 아마도 매우 이른 나이에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로 들어서면서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숱하게 음악을 포기하고 싶은, 어쩌면 포기하라는 주위의 압력에 시달려 왔을 것이다. 초기에는 열광도 함성도, 생활고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자부심과 멋짐도 있었겠지만,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달라졌을 것이다.
 
여전히 자신들에게 응원과 함성을 보내주는 소수의 마니아만을 상대하면서 생계 문제에 부딪히고, 그러면서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엄청난 고민에 빠지고, 이제는 다른 일을 해볼까 하는 갈등도 해봤다가,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을 것이다.
 
출연자 중 가장 재기 넘치고 몇 번의 예선을 거치며 많은 인기도 얻은 돌풍 같은 두 가수를 상대편으로 두면서, 아마도 자신들의 패배는 안타까움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차분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이 정도로 만족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무대를 떠나는 모습을 보고, 이승윤은 아마도 미래의 자기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
 
이제 서른 세 살이 된 그의 나이는 아주 젊은 시절의 자신감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음악이란 걸 처음 시작할 때의 꿈과 포부가 이제는 '실현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조금씩 파고들 때다. 그의 눈물은 단지 이겨서 미안한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걸 평생 하고 싶지만 그것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이 시대에,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저 나이가 되도록 지켜온 중년의 두 로커가 어쩌면 자신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서러움이 복받친 것일지도 모른다.
 
패배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의 아주 드문 기회
 
 8일 방송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의 한 장면 ⓒ JTBC

 
이승윤은 기어코 우승을 했지만, 사실 그것은 그의 재능에 대한 필연적 결과가 아니었다. 한때는 촉망받는 가수였지만 여전히 무명인 이들을 모아보자는 우연한 기획의 산물이었을 뿐이다. 만일 이 기획이 10년 뒤에 나왔다면 두 로커의 자리에 그가 서서 재능 넘치는 젊은 친구들의 공연에 자신의 패배를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때는 노래 실력만큼은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예전의 성량이 나오지 않고 올드하게만 느껴지는 음색을 어쩔 수 없는 어느 여가수를 지켜보는 감정 또한 복잡했다. 그의 모습에서 젊은 날의 재능과 명석함이 점차 무뎌지고, 그로 인해 열정과 자신감마저 사라지고 있는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 비쳐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싱어게인>은 능력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의 아주 드문 예외적 기회였지만, 모든 좌절한 자, 패배한 자, 과거의 영광을 철저히 뒤로 한 자에 대한 강력한 공감과 위로였다.
 
우리 곳곳에 숨어 있는 고집불통에게 위로를

8명의 심사위원들도 이런 위로에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심사평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싱어게인>에 그들이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어렵게 얻었지만 코로나19로 청중 하나 없이 진행되는 무대에, 음정과 박자 따위를 까칠하게 따지지 않고 공감부터 먼저 던져주는, 냉철한 평가보다 같이 웃고 같이 느끼고 같이 감탄해 주는 그들이 우리 대신 그 자리에 있었기에, 그나마 그들이 조금이라도 더 큰 용기와 위로를 얻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패하고 좌절하고 앞이 보이지 않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것은, 처음에는 숫자로 불리워진 그들만이 아니다. <싱어게인>과 같은 우연한 기회를 구경도 못한 채 숱한 유혹과 갈등의 갈림길에서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옳다고 믿는 신념을 지켜오면서 수많은 좌절과 절망을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기어코 이름하나 알리지 못한 채, 숫자로만 불리우는 이들은 셀 수 없이 많은 분야에 이미 존재한다. 그들에게 <싱어게인>과 같은 위로와 공감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다. 그렇다면 우리가 분명 응원보다 질타를 더 많이 받았을 그 완고한 고집 앞에, 오늘만이라도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싱어게인>이 우리 사회에 던져 준 진정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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