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구단 중 3위까지 봄 배구에 진출하는 여자부와 달리 7개 구단이 경쟁하는 남자부는 3위 팀과 4위 팀 간의 승점 차이가 3점 이하일 경우에 한해 단판 승부로 준플레이오프가 열린다. 하지만 2010-2011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준플레이오프는 단 3번 밖에 열리지 않았다. 3위와 4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준플레이오프가 열리지 않은 시즌이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팀 별로 각각 적게는 8경기, 많게는 9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이번 시즌엔 남자부의 준플레이오프가 열릴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2위 OK금융그룹 읏맨(47점)부터 5위 한국전력 빅스톰(42점) 사이의 승점 차이가 단 5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상위권 팀들은 서로의 전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시즌 막판까지 서로 물고 물리는 순위경쟁이 이어질 경우 준플레이오프가 열릴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모든 팀이 봄 배구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유독 불안에 떨고 있는 팀이 있다. 경기당 평균 34.2득점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득점 1위(890점)를 달리던 외국인 선수 노우모리 케이타가 허벅지 부상으로 빠져 있는 3위 KB손해보험 스타즈다. KB손해보험은 케이타 이탈 후 열린 2경기에서 대한항공 점보스와 한국전력을 상대로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따내지 못하고 연패를 당했다.

최근 10년 간 봄 배구와 인연 없던 KB손해보험
 
 이경수의 뒤를 이은 KB의 간판스타 김요한은 잦은 부상으로 가지고 있는 기량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했다.

이경수의 뒤를 이은 KB의 간판스타 김요한은 잦은 부상으로 가지고 있는 기량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했다. ⓒ 한국배구연맹

 
우리카드 위비가 지난 2018-2019 시즌 창단 10시즌 만에 처음으로 봄 배구에 진출하면서 KB손해보험은 V리그 남녀부 13개팀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한 팀이 됐다. 실제로 KB손해보험은 준플레이오프 제도가 처음 생겼던 2010-2011 시즌 정규리그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후 한 번도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참고로 2010-2011 시즌은 은퇴한 가빈 슈미트가 삼성화재 블루팡스에서 전성기를 보내던 시절이다.

그 시절 LIG손해보험은 '토종쌍포' 이경수(KB손해보험 코치)와 김요한(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을 비롯해 밀란 페피치, 오레올 까메호, 토마스 패트릭 에드가, 네맥 마틴 등으로 이어지는 좋은 외국인 선수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LIG손해보험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강한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매 시즌 세터 부재에 시달리며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LIG손해보험의 팀 명이 KB손해보험으로 바뀐 지 두 번째 해가 되던 2016년, KB손해보험은 드디어 오랜 숙원이었던 세터 고민을 해결할 선수가 입단했다. 성균관대 시절부터 한선수(대한항공)를 이을 남자배구 차세대 세터로 주목 받았던 황택의 세터가 그 주인공이었다. 대학 2학년 과정을 채 마치지 않고 프로에 도전한 황택의는 전체 1순위로 KB손해보험의 지명을 받으면서 V리그 역대 최연소 1순위 지명 선수가 됐다.

하지만 황택의가 입단했을 당시 팀의 2000년대를 이끌었던 프랜차이즈 스타 이경수는 이미 현역생활을 마감했고 김요한마저 황택의가 루키 시즌을 보낸 후 트레이드를 통해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으로 이적했다. 황택의가 KB손해보험의 주전으로 자리 잡은 2017-2018시즌 KB손해보험에는 황두연이나 손현종(대한항공) 같은 신예들과 강영준처럼 전성기가 지난 노장 선수가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게 KB손해보험은 최근 6시즌 동안 6위만 5번을 기록했다. V리그 원년부터 참가한 4개의 프로팀(한국전력은 프로출범 당시 아마추어 초청팀이었다) 중에서 챔프전 진출 경험이 없는 팀은 KB손해보험 뿐이다. 워낙 오랜 기간 동안 하위권을 전전했기에 작년 4월 실업배구 시절 럭키금성의 거포였던 이상렬 감독이 부임했을 때도 KB손해보험의 반등을 기대하는 배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국내 선수로 나선 2경기 승점 획득 실패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던 케이타가 없는 KB손해보험은 다른 팀의 승점 자판기나 다름 없었다.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던 케이타가 없는 KB손해보험은 다른 팀의 승점 자판기나 다름 없었다. ⓒ 한국배구연맹

 
9시즌 연속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하며 V리그를 대표하는 약체구단으로 낙인 찍힌 KB손해보험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내는 행운을 얻었다. 역대 최초로 공개 트라이아웃 없이 '비대면'으로 진행된 작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KB손해보험은 V리그 경력이 있는 검증된 선수를 선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만19세의 말리 출신 공격수 케이타를 지명했다.

케이타는 입국 후 하루 만에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으며 주위를 걱정시켰지만 보름 만에 음성 판정을 받고 팀 훈련에 복귀했다. V리그 데뷔전부터 40득점을 기록하며 KB손해보험의 새로운 주포로 떠오른 케이타는 작년 11월 3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혼자 54득점을 폭발시키며 KB손해보험의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케이타는 이번 시즌 무려 52.32%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KB손해보험의 공격을 홀로 이끌고 있다.

하지만 2001년생의 어린 케이타에게는 6개월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정규리그 36경기를 소화하는 장기레이스를 치러 본 '경험'이 부족했다. 시즌이 후반으로 접어들 때까지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던 케이타는 허벅지 근육이 부분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며 3일 대한항공전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KB손해보험으로서는 전력의 절반 이상이 날아갔고 팀의 에이스가 빠지면서 받는 심리적인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KB손해보험은 3일 대한항공전에서 세 세트 합쳐 고작 50점 밖에 올리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0-3으로 완패했다. 이상렬 감독은 "오늘처럼 배구할 거면 다 그만둬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선수단을 질책했다. 심기일전한 KB손해보험은 7일 한국전력을 상대로 한 세트를 따냈지만 박철우가 21득점, 카일 러셀과 신영석이 나란히 16득점을 기록한 한국전력의 벽을 넘지 못했다.

최소 2주, 최대 3주 이상의 재활과 안정이 필요한 케이타는 오는 10일 삼성화재전까지는 출전이 힘들다. 만약 17일 우리카드전을 통해 복귀한다 해도 부상 전의 점유율과 성공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KB손해보험이 5라운드 남은 2경기에서도 승점을 추가하지 못하면 3위 자리를 지키기는 힘들어진다. 10년 만에 봄 배구 진출을 노리는 KB손해보험이 외국인 선수의 부상이라는 변수 앞에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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