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포스터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로맨스 영화의 단골 소재 중 하나가 시간이다. <사랑의 은하수>, <사랑의 블랙홀>, <어바웃 타임> 등 시간을 소재로 한 수많은 명작 로맨스 영화들이 등장했음에도 여전히 시간 속에서 사랑을 꿈꾸는 남녀의 모습은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는 기욤 뮈소의 소설 같은 느낌을 지닌 중화권판 <이프 온리>라 할 수 있다.

제니퍼 러브 휴잇 주연의 2004년 작 <이프 온리>는 눈앞에서 사랑하는 연인 사만다를 잃은 이안이 사랑하는 여인을 다시 만나지만,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더 늦기 전에 진정한 사랑을 전하기로 마음먹은 이야기를 다룬다. 사랑의 유한성을 보여주면서 그 어떤 감정보다 벅차오르고 희생마저 결심하게 만드는 감정이 사랑임을 보여준다.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는 비극적인 운명과 시간을 돌린다는 점, 사랑의 소중함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스틸컷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어린 시절, 린거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고통에 빠져있던 중 치우젠이란 소녀를 만난다. 춤추는 걸 좋아하는 소녀의 모습은 린거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허나 치우젠이 전학을 가면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시간이 흐른 후, 고등학생이 된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한다. 학교에서 유명인인 치우첸은 어린 시절 린거가 보았던 모습처럼, 여전히 춤을 추는 걸 좋아한다. 그런 치우첸에게 린거는 마음을 고백하고자 한다.

자신의 생일 날, 마음을 고백하려던 린거는 교통사고로 죽은 치우첸을 보게 된다. 절망에 빠진 그는 어린 시절 치우첸과 함께 땅속에서 발견했던 독특한 모양의 시계를 잡고 치우첸을 살려달라며 울부짖는다. 놀랍게도 그 시계는 시간을 돌리는 마법의 도구였다. 린거의 시간은 치우첸이 죽기 이전으로 돌아간다. 허나, 린거의 시간은 변해있다. 청년의 모습이 되어버린 그는 친구들과 아버지는 물론, 치우첸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작품이 보여주는 시간의 공식은 간단하다. 기브 앤 테이크다. 시계는 시간을 돌려준다. 대신 상대의 시간과 기억을 받는다. 상대는 자신의 시간을 주고, 세상에서 자신을 지우게 된다. 작품은 세 번에 걸쳐 린거와 치우첸의 만남을 다루며 사랑이 지닌 '희생'의 의미를 조명한다. 이 과정을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두 가지 플롯을 동시에 진행한다. 첫 번째는 린거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스틸컷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린거는 치우첸에 대한 동경을 지니고 있으며, 어머니를 잃은 순간 무너진 마음을 채워준 존재인 만큼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 각별히 여긴다. 그런 치우첸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얼마든지 줄 수 있는 건 물론, 멀리서 치우첸이 성공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린거의 시점에서 가장 슬픈 장면은 중년이 된 린거가 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이다. 아버지와 같은 또래가 된 그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일 때는 싸우기만 했는데 지금은 진실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하는 린거의 모습은 멀어지고 나서야 피어나는 소중함과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어머니와의 시간이, 치우첸과의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끝나버린 것처럼, 아버지보다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슬픔을 자아낸다.

두 번째는 치우첸의 시점에서의 진행이다. 치우첸은 노년이 된 린거의 집에서 소설인지 일기인지 알 수 없는 글이 적힌 한 권의 공책을 발견한다. 그 공책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치우첸'이다. 치우첸은 자신과 린거라는 남자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그 이야기가 자신의 기억 어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린거라는 소설 속 주인공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 그녀의 마음에는 윤회에서 주장하는 잊히지 않는 이전의 삶에서의 기억이 있음을 보여준다.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스틸컷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이런 전개는 <사랑의 은하수>에서 결말부에 이르러 애틋함을 자아낸다는 오프닝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작품의 오프닝은 노파가 한 청년에게 '저를 기억해 주세요'라며 말을 거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노파는 청년이 시간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여성으로, 뒤늦게 시간여행을 통해 여성을 만나게 된 청년은 그때 노파를 무시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와, 현재로 돌아온 뒤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한다.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는 도입부와 결말부에 이중으로 여운을 남긴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결말부에서 울컥이는 심정으로 깊은 여운을 받는다면, 다시 볼 때는 도입부부터 여운을 느끼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기욤 뮈소의 로맨스 소설처럼 사랑이 지닌 위대하면서도 헌신적인 힘을 담아내면서, 그 서정적인 문체와도 같은 로맨틱한 감성을 선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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