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이하 'NC')의 야심작 '유니버스(Universe)'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달 28일 NC가 내놓은 모바일 기반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는 출시 전부터 아이돌 팬 등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정식 서비스 돌입 이후 서비스 내용뿐만 아니라 정상 접속이 쉽지 않을 만큼 느린 구동 속도 등으로 인해 가입자들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국내 굴지의 게임업체 NC의 신규 서비스라는 점뿐만 아니라 기존 네이버의 '브이라이브(Vlive)',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운영중인 '위버스(Weverse)'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만했다.

"아티스트와 팬이 만나는 새로운 우주의 시작"이라는 구호가 말해주듯 모바일 기반으로 이들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수단이 될 거라는 기대감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결과물은 실망 그 자체였다.

​경쟁사 앱 대비 느린 구동 속도, 빈번한 장애
 
 NC의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

NC의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 ⓒ NC소프트

 
'유니버스'의 초기 불만 중 하나는 위버스, 브이라이브에 비해 지나치게 느리고 각종 버그도 많은 앱에 있었다. 경쟁사 어플은 초기 설치 용량이 20~30MB 이하에 불과한 반면 유니버스는 무려 1.7GB라는 대용량을 자랑(?)한다. A.I 관련 각종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내용을 반영한 결과물인데 저사양 휴대폰은 안드로이드 OS 최신 버전이 적용되더라도 '유니버스' 설치를 아예 지원하지 않는다(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이렇다 보니 보급형 기종을 사용하는 어린 청소년들은 '유니버스' 사용 기회를 아예 갖지 못하는 셈이다. 일반 PC로도 이용가능하거나 보급형 휴대폰에서도 별 무리 없이 작동하는 무료 기반 개인방송(브이라이브), 커뮤니티 활동(위버스) 등 타 업체 서비스를 겪어본 팬들로선 '유니버스'의 이러한 구성에 의아함을 가질 만하다.  

그나마 설치된 휴대폰에서도 '유니버스' 실행 속도는 느림보 거북이를 연상케 할 만큼 사용자를 답답하게 만든다. 유료 결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며칠이 지나도 프라이빗 콜, 메시지를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다는 불만 리뷰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유니버스의 사용자 평점은 2.9에 불과하다. 개시 초반 각종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다반사인 모바일 서비스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브이라이브 4.3, 위버스 4.7과 비교하면 유니버스의 출발은 썩 매끄럽지 못한 편이다.

야심차게 마련한 A.I 기반 유료 서비스, 팬심은 싸늘
 
 NC의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

NC의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 ⓒ NC소프트

 
​'유니버스'가 기존 경쟁 서비스 대비 우위라고 자부하고 내민 서비스는 아이돌의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한 A.I음성으로 원하는 시간에 전화를 하는 '프라이빗 콜', '프라이빗 메시지' 등이다. 월 7900원부터 시작하는 유료 이용권을 구매하면 해당 서비스들을 제공받게 되는데 실제 이용한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사용자 리뷰는 온통 불만의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A.I의 목소리가 기괴하다는 점이다. 팬들이 생각하는 아이돌은 내가 친근하게 여기는 대상이지만 '유니버스'에선 어디까지나 기계가 재현하는 '감정 제로 음성'이다보니 이에 따른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미리 녹음된 목소리가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인 데다 "왜 내 전화 안 받아?" 식의 딱딱한 어투로 인해 마치 가상의 인물 혹은 로봇을 상대하는 것 같다는 체험기도 등장했다. 

​기존 온라인 게임과 동일한 '아바타 캐릭터 꾸미기'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유니버스에서 화폐처럼 사용되는 수단은 '러브'다. 이것을 사용해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등장하는 나만의 뮤직비디오도 만들 수 있다곤 하지만 마치 기존 리니지M 같은 게임 마냥 '현질'(현금 사용)을 유도하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소위 '아이돌 덕질'에 많은 돈을 쓰는 게 요즘 세태라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어린 친구들 입장에선 없는 주머니마저 탈탈 털어가려는 것 같아 불쾌하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아이돌 팬심과 온라인 게임 이용자의 성향이 같을리 만무한데도 기존 게임 사업 때와 같은 관점에서 '유니버스'를 시작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들게 만든다. 팬들이 원하는 건 인간 차은우이지 팬과의 일체감이라곤 1도 없는 A.I 차은우가 아니라는 간단한 사실 조차 간과한 건 아닐까? 일방 통행식 기계 음성 전화보다 단 몇분이나마 이뤄지는 실시간 생방송에 열광하는 팬심을 전혀 읽지 못했다는 건 NC '유니버스'의 크나큰 오판이란 생각이다.

한편, 엔씨 측은 유니버스 출시 후 발생한 여러 오류와 관련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대한 빠르게 안정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유니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의견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의견을 수렴해 지속 보완하면서 팬과 아티스트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유니버스 리뷰.  대부분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불만글로 가득차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유니버스 리뷰. 대부분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불만글로 가득차있다 ⓒ Google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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