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KBS ⓒ KBS 제공

 
포털에서 'KBS 수신료'를 검색하고 싶었다. 부지불식간에 연관 검색어가 나타났다. 제일 위에 뜬 게 'KBS 수신료 거부 방법'이요, 두 번째가 'KBS 수신료 안 내는 방법'이었다. 그 아래도 역시 수신료 인상과 관련된 'KBS 수신료 콜센터'와 'KBS 수신료 인상'이었고. 시청자들의 '민심'이 이 정도구나 새삼 놀랐다고 할까. 아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KBS 수신료 전기요금 분리징수 청원"이란 청와대 청원이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을 돌파했던 때가 2019년 가을이었다. 2021년 들어서도 "KBS의 '수신료 동결' 및 '구조 조정", "평균 연봉 1억 1천 임금 삭감'을 청원합니다"와 "KBS의 수신료 폐지를 청원 합니다"같은 청원이 수시로 등장한다.

이런 시청자들의 요구를 아는지 모르는지, 27일 논란 끝에 결국 KBS 이사회가 양승동 사장 등 경영진이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을 상정했다는 소식이다. KBS 이사회가 우선 '상정 후 논의'로 가닥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KBS가 '수신료 인상'이란 숙원 사업을 밀어붙이리란 예상이 파다하다.

파장이 만만치 않다. 먼저 같은 날,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공영방송 KBS와 EBS의 수신료를 전기 요금에서 병합 징수하는 기존 절차를 금지하는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KBS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을 감안하더라도, 여당이 과연 흉흉한 민심을 어떻게 달랠지 궁금해진다.

EBS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28일 EBS는 공식 입장을 내고 수신료 인상분 3840원 중 700원을 배분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KBS는 인상분의 5%인 190원을 EBS에 배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EBS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원활한 EBS 공적 책무 수행하기 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반발했다.

흉흉한 민심을 뒤로한 채 과연 KBS의 수신료 현실화(인상) 요구는 과연 관철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지난해 7월 열린 방송 및 언론 학회 공동심포지엄 <변화하는 미디어 지형에서의 공영방송 가치 확립>에 참석한 김경환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는 30년째 답보 상태인 수신료 인상에 대해 이런 인상적인 의견을 남긴 바 있다.

"현업 실무자들은 수신료 인상, 결합판매, 중간광고 등의 각종 규제 완화를 해주면 공영방송의 공적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가 뇌리에 각인돼 있다(...). 그러나 수신료 2500원은 공영방송의 사회적 기대와 효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너무나 큰 금액일 수도 있고, 너무도 미미한 액수일 수도 있다(...). 넷플릭스에는 1만 원씩 부담 없이 지불하는 사람들이 왜 공영방송에 2500원을 내는 것도 거부감을 느끼는지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KBS의 주장은, 수신료 인상을 포함 예산만 더 확보할 수 있다면 공적 역할과 경쟁력 확보를 이뤄낼 수 있는 주장이나 다름없어 보이다. 자,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넷플릭스 사용료 월 1만 원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KBS 수신료 인상엔 이렇게도 인색할까.

KBS의 수신료 인상 논란, 그 이면

우선 경쟁력. 어렵지 않다. 볼 프로그램이 없다. 심지어, 고정 채널로 KBS1을 시청하던 노년층까지 종편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공영방송의 종편화'를 촉구하는 것이 아니다. KBS가 그 공영성의 가치에 걸맞은, 그러면서도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얼마나 생산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눈에 띄는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타 지상파 방송에 밀리는 분위기다. 다큐멘터리는 오히려 EBS가 '맛집'으로 꼽힌다. 그러는 사이, KBS는 재난주관 방송사로서의 역할만 강조하거나 그마저도 종종 오보로 인해 질타를 받아왔다.

반복된 리포트를 거듭하는 KBS1의 뉴스 편성은 내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또 24시간 유튜브 뉴스 채널 신설에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등 헛발질을 거듭한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예능과 드라마는 두말할 나위 없다. 예능의 경우, 식상한 장수 프로그램을 떠나보내지 못한 채 종편이나 케이블의 인기 프로그램을 베끼고 또 베끼는 게 KBS의 현 주소다. 드라마는 KBS2 TV 주말극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시청률이 하락세다.

다음으로 젊은 시청 층의 이반. 이건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던 현상이다. KBS를, 아니 TV 자체를 아예 안 보는 '신인류'(?)가 출현한 지 오래다. 문제는 KBS가 그걸 얼마나, 어떻게 대비해 왔느냐가 관건일 터.

플랫폼 다변화는 이미 스마트폰의 출현과 함께 2010년대 초반부터 가속화됐고, 이후 차례차례 유튜브 돌풍과 넷플릭스의 상륙이 도래했을 뿐이다. 1020 세대의 TV 이용률이나 KBS 선호도 등을 제대로 조사해 본다면, 아마도 절망적인 수치가 제시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과연 KBS가 시청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대처했는지 의문이란 얘기다.

다음으로 공정성. 21세기 들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했던 KBS의 논조는 과연 '공정성'을 논할 만한 재개인지도 의구심이 든다. '세월호 보도 참사'를 상기해 보시기를. 이건 케케묵은 진영 논리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전 권위주의 정부와 현 정권 들어 KBS가 보여주는 논조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이미 기득권화 돼버린 KBS 내부의 일상적인 '정권 눈치보기' DNA가 고착화된 것은 아닌지, 그것이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최근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방송통신심위원회 위원장 내정설을 둘러싼 KBS 양대 노조 간의 논란을 보라.

최근 보수 성향 KBS노조는 '조중동 비판'에 몰두해왔다는 이유로 '정연주 반대'를 분명히 했고, 언론노조 KBS본부는 "세월호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에서 KBS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의 눈을 가리고 제 목소리를 못 낼 때, 덩달아 정파적으로 침묵하다가 소수노조로 몰락한 구노조는 역사에 무지한 것인가? 염치가 없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와 관련,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시즌 종영은 꽤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경제지들로부터 '정파적'이라고 비판을 받아 온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석연치 않은 종영은 사내 비정규직 논란을 공론화시키는 방향으로, 필요하지만 예상치 못한 공방으로 마무리돼 버렸다. 어찌 됐건, 과연 KBS가 가늠하는 정파성과 균형이 무엇인지, 공영성을 담보하고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정'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공영방송 KBS의 미래

마지막으로 뼈를 깎는 자성. 지난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KBS 내 연봉 1억 원 이상 고액연봉자가 전체 60%를 웃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KBS 자료에 따르면, KBS의 광고 수익은 크게 감소한 반면 KBS 전체 직원 중 연봉이 1억이 넘는 직원 비율은 매년 증가했다고 한다. 2016년 58.2%, 2017년 60.3%, 2018년 60.8%였다.

논란이 커지자, KBS는 60%가 아니라 50%를 넘는 수준이고, 점차 감소 추세며, 향후 5년 간 고액 연봉자 중 1000명 이상이 퇴직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2018년 당시 KBS의 정규직 전체 직원은 4506명이었고, 이중 2740명이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았다고 한다.

소위 지상파의 위기다. KBS만의 위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KBS가 권력의 눈치를 볼 때 그 연봉 1억 이상 직원들은 이미 예고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왔느냐고. 이들이 해마다 고액 연봉을 챙길 때 떠나가던 시청자들이 보이지 않았느냐고. 그렇다면 왜 KBS의 적자를 시청자들의 수신료로 메우려고 하느냐고.

약 3679억 원. KBS가 밝힌 올해부터 2025년까지 예상되는 5년 간 누적 적자액이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밝힌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액이 3천억가량이다. 올해는 더 많이 투자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크지 않은 액수일 수 있다. 수신료만 인상한다면 말이다.

KBS는 적자 문제 해결 및 새 공익사업 추진을 위해 연평균 4365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을 내놨다. 수신료 인상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기존 인상안의 경우, 전체 예산의 약 53% 이상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KBS가 밝힌 2021년 예산은 1조 4970억 원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넷플릭스 한국 사용자는 약 758만 명, 결제 금액은 5173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시청자들이 KBS 수신료 인상엔 얼마나 동의할까.

이대로라면, 전 세계를 휘어잡는 OTT(Over the Top) 공룡이 KBS란 과거의 토종 공룡을 집어 삼킨다고 해도 요지부동으로 관망하고 있지 않을까. 유튜브를 있고, 여타 OTT를, 다른 종편, 케이블 콘텐츠를 찾으면 그만일 테니. 참고로, 넷플릭스의 국내 연령별 이용자 중 2040 세대는 전체 81% 달했다. 
KBS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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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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