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이후, '대면'을 전제로 하는 라이브 공연은 큰 타격을 입었다. 2020년 한해 동안 대중음악공연의 매출은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했다. 특히 홍대앞 인디 음악신은 1990년대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먼저 무너지는 것은 공연장이었다.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2020년 한해 동안 브이홀(V-HALL), 에반스 라운지가 폐업했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을 배출한 '드럭'의 후신 DGBD, 굵직한 해외 뮤지션들도 찾았던 무브홀(MUV HALL) 역시 문을 닫았다. 어느때보다 추운 겨울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집단행동에 나선 대중음악계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지난 26일, 공연기획사, 제작사, 음악 레이블, 프로덕션, 뮤지션 등으로 구성된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비대위는 26일 발표한 대정부 호소문에서 대중음악 공연이 연극, 뮤지컬, 클래식 등 다른 장르에 비하여 차별적인 규제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관객과 집단 가창(떼창)과 함성 때문에 비말의 전파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당국의 판단 때문이었다.
 
2차 대유행 이전이었던 7월, 뮤지컬이나 클래식의 공연의 경우 수용인원을 50%로 제한하는 가운데 거리두기 좌석제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미스터 트롯' 서울 콘서트는 집합 금지 명령에 따라 개최 3일 전 전격 연기를 결정해야 했다. 역시 7월에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그룹 '태사자'의 콘서트도 광진구청의 행정 명령에 따라 취소되었다.

비대위는 대중음악계가 이미 감염 위험 요인인 '떼창'과 '함성'을 최대한 자제시켜왔으며, 팬데믹 이후 공연장 내 관객 간 감염 사례가 '0건'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들은 확실한 마스크 착용과 철저한 방역 관리를 의무화하는 전제로, 소규모 공연에 대한 거리 두기(100명 이하) 완화, 공연 시간 제한 조정, 기존 정원의 70% 이상 허용 등을 요구했다. 지금의 방침에 따라 공연을 진행한다면, 공연을 할수록 손실이 생기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내 스탠딩 공연장'과 '일반 공연장'을 구분하는 기준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지난 11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에 따르면, 예스24 라이브홀 같은 실내 스탠딩 공연장은 고위험군인 '중점관리시설'로 분류되지만, 일반 공연장은 '일반관리시설'로 분류된다. 그러나 비대위는 이 구분의 당위 자체를 지적했다. 좌석 수를 가변적으로 변동할 수 있는 공연장을 '스탠딩 공연장'으로 분류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스탠딩 공연장'이 아니라 '스탠딩 공연'을 규제하는 방향이 옳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진행된 스탠딩 공연은 없다. 이외에도 100석 안팎의 소규모 공연장과 라이브 클럽의 집객 기준 완화, 전문 공연장 외 일반 시설(체육 시설, 전시장, 야외 시설)에 대한 현실적인 객석 지침 마련 역시 요구되었다.
 
현장의 목소리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공연'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연의 대안으로 뽑았다. 기획재정부는 한류 확산을 위한 ''K+X' 예산으로 올해 6961억 원을 배정했다. 이것은 전년 대비 42.7%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온라인 K팝 공연장을 조성하는 데에 290억 원이 투입되었다. 중소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 역시 방탄소년단의 '방방콘 더 라이브'와 같은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비대면 모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은 주로 K팝에 한정되어 있다.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 역시 호소문에서 "비대면 공연은 OTT 플랫폼과 사용자의 증가에 따른 새로운 분야이지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할 수 없다. 비대면 공연의 일부 성공 사례를 앞세워 공연계의 고통을 덮어버리고 외면해선 안 될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故 김대중 대통령이 강조했던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라는 팔길이 원칙의 당위성은 유효하다. 그러나 '어디에 지원할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코로나 19로 인한 공연예술분야 긴급 지원을 위한 대관료 지원 신청을 받았다. 이 결과, 클래식과 전통음악을 제외한 '음악'과 '공연' 분야의 단체는 모두 선정에서 제외되었다. 하반기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180만 명에게 문화소비할인권을 지원했을 때도, 적용대상은 '연극, 뮤지컬, 클래식, 오페라, 무용, 국악'에 국한되었다. 대중음악 콘서트는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재난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온다. 그러나 'K팝'도, '순수 예술'도 아닌 대중음악은 지원과 관심으로부터 소외받고 있다. 지난 10월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관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예술계와의 대화'를 열었을 때, 대중음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다는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오롯이 반영한, 섬세한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근, JTBC <싱어게인>에서 가장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킨 참가자는 '30호 참가자' 이승윤이다. 창조적으로 음악을 재조합하는 그는 얼터너티브 록 인디 밴드 '알라리깡숑'의 멤버다. 그와 같은 인디 뮤지션들은 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비대면은 그 경험을 대체할 수 없다. 코로나 19가 종식한 이후, 아티스트들을 위한 사회적 자산과 기반이 사라져 있다면, 한국 대중음악에 다양성을 수혈할 수 있는 '신(scene)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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