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실링의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 투표 탈락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커트 실링의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 투표 탈락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커트 실링이 또다시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했다.

실링은 27일(한국시각)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발표한 2021년 명예의 전당 헌액 투표에서 71.1%(285표)를 득표하며 헌액 기준인 75%에 불과 16표가 모자라 헌액자가 되는 데 실패했다.

이로써 2013년부터 명예의 전당 헌액 투표에서 9년 연속 탈락한 실링은 규정상 내년에도 실패하면 더 이상 헌액의 기회가 사라진다.

명예의 전당, 실력만 갖고는 안 된다?

이날 탈락이 확정되자 실링은 성명을 내고 "내년에는 BBWAA 투표에서 나를 제외해달라"라며 요청했다. 그는 "원로위원회의 평가를 받고 싶다"라며 "이들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려면 BBWAA와 원로위원회의 투표를 거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보통은 BBWAA의 투표를 더 가치 있게 여기지만, 10년째인 내년에도 탈락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는 실링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1998년 데뷔한 실링은 20년간 569경기 등판해 216승 146패 평균자책점 3.46를 기록했다. 명예의 전당 입성 자격으로 불리는 200승-3000탈삼진을 훌쩍 넘겼고,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도 3차례나 들어 올리는 등 메이저리그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2004년에는 발목 부상을 안고도 마운드에 올라 보스턴 레드삭스를 86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당시 피로 빨갛게 물든 그의 양말은 오래도록 메이저리그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이처럼 기록과 스토리를 모두 갖춘 실링은 누가봐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자격이 충분했다. 그러나 은퇴 후 언행이 발목을 잡았다.

이슬람·성 소수자 혐오하고 '의회 난입 사태' 지지
 
 선수 은퇴 후 CNN 방송에 출연해 앵커와 정치적 논쟁을 벌이던 커트 실링

선수 은퇴 후 CNN 방송에 출연해 앵커와 정치적 논쟁을 벌이던 커트 실링 ⓒ CNN

 
선수 시절부터 자신이 보수주의자이고 공화당 지지자라는 것을 스스럼없이 밝히던 그는 은퇴하자 극우 성향까지 드러냈다. 방송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슬람, 성 소수자 등을 겨냥해 혐오 발언을 하며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더구나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막기 위해 미 의회에 난입했던 초유의 폭력 사태를 "자유를 원하는 보수 시민의 권리"라며 "애국자들의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의회 난입 사태를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언론인의 목을 나무에 매달아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BBWAA의 한 회원은 "명예의 전당 헌액 투표는 해당 선수의 기록, 활약, 팀 공헌도, 성실성, 스포츠맨십, 인성 등 다양한 점을 고려하도록 한다"라며 실링이 연거푸 탈락한 이유를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한편, 실링과 함께 후보에 오른 로저 클레멘스와 배리 본즈는 금지약물 복용 경력 탓에 또다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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