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연애나 동거와 다른 결정적인 부분은 '집안 문제'가 결부된다는 점이다. 오로지 두 사람만 존재했던 단출했던 세계에 가족이라는 개념이 포함되면서 관계는 순식간에 복잡해진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과 사건이 벌어지고, 감당하기 어려운 풍파가 몰아닥친다. 복잡하고 미묘한 일들이 쏟아지면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오해와 불신이 싹트고, 관계는 불투명해진다. 

지난 25일 방송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에 첫 등장한 박세혁의 '연애까지 딱 좋았'다는 탄식은 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지 않을까.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식을 채비하는 과정은 사실 혼돈의 연속이다. 어떤 결정이든 결혼을 하는 당사자 두 사람만의 합의에 의해 일단락되지 않는다. 좀 더 직접적으로는 양가 부모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양측을 오가며 조율하는 과정은 진이 다 빠진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물러설 수 없는 첨예한 갈등의 요소들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사소해지는가. 결혼식장의 위치를 어디로 정하느냐, 축가를 누가 부르냐, 예물을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의 사안은 기실 결혼하는 두 사람이 부부로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과 큰 상관관계가 없다. 하지만 불필요한 수많은 절차와 관례, 집안 간의 힘겨루기가 펼쳐지면서 갈등은 증폭되고 상처는 깊어진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 TV조선

 
3개월뿐이었던 결혼생활

5호 커플 김유민(전 라니아 멤버)-박세혁(전 탑독 멤버)은 임신 6개월 차에 결혼해 출산 3개월 만에 별거에 들어갔고, 결혼 3년 만에 이혼을 했다. 따져보면 실질적인 결혼 기간은 고작 3개월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신혼을 보내지도 못한 채 이별하게 된 것이다. 그 후 박세혁은 군에 입대했고, 제대한 지 3개월째에 <우리 이혼했어요>에 출연하게 됐다. 두 사람은 2년 만에 재회했다. 

두 차례의 짤막한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것처럼 두 사람의 짧은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박세혁의 말을 빌리자면 결혼을 하기로 한 순간부터 예상치 못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었다. 김유민은 행복했던 순간이 아예 없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만큼 힘들고 괴로웠으리라.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지치게 했던 걸까. 박세혁은 양가 부모 간에 갈등이 심했다고 회상했다. 

김유민과 박세혁, 두 사람은 결혼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있어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었다. 어린 나이에 결혼했기 때문일까. 부모의 간섭이 상당히 심했던 모양이다. 심지어 아이의 이름조차 마음대로 정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싸움의 연속이었다. 박세혁은 장모의 센 성격을 언급하며 마치 독재와 같았다고 회상했다. 또 2주간의 처가살이에서 받았던 스트레스와 설움을 토로했다. 

김유민은 임신과 산후조리 과정에서 부재했던 박세혁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태교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젖몸살이 심해 예정보다 일찍 산후조리원을 나와 처가에서 지내게 됐는데, 그 기간동안 박세혁이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었다. 갈등은 생각보다 커보였다. 과연 2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처음으로 알게 된 속마음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 TV조선

 
오랜만의 대면이 어색해 데면데면했던 두 사람은 이내 장난을 치며 관계 복원에 나섰다. 예고편이나 장모가 등장한 첫 장면의 살벌함에 비하면 굉장히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집안 어른 개입 없이 오롯이 두 사람만 있기 때문일까. 비록 대화는 순탄치 않았으나 처음으로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게 된 그들은 자신들이 서 있었던 위치와 그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김유민은 산후조리 과정의 아쉬움을 언급했다. "(박세혁이) 몸조리를 도와준 게 없었"다며, 그 때문에 싸우게 된 것이지 박세혁의 말마따나 엄마 때문에 이혼한 게 아니라는 반박이었다. 박세혁은 "서로 상처받은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시에는 "뭔가 뺏긴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멀어졌다는 기분을 느꼈고, 그 때문에 연락을 하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그건 무슨 얘기일까. 

박세혁은 인터뷰에서 처가에서 지내게 되면서 설 자리를 잃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처가 식구들이 맡아 하고 있으니 아빠로서 자신의 역할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하루는 우는 아이를 달래고 있는데, 장모가 아이를 못 달래면 어떡하냐며 화를 내 무섭고 화도 났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달래려고 하는 마음은 똑같은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던 모양이다. 

"우리 둘이 결혼을 했으면 양부모님들 간섭 안 받고 우리끼리 살자고 말했잖아.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그때 이혼하자고 했는데, 넌 집에서 안 나왔잖아."

그 후 별거에 들어간 두 사람은 관계 회복을 위해 나름 노력을 기울였다. 용기를 내서 신혼집으로 돌아간 두 사람은 다시 다툰 후 헤어졌다. 결과는 이혼이었다. 박세혁은 김유민이 또다시 부모님 뒤에 숨는 걸 보고 마음을 접었다고 고백했다. 

김유민과 박세혁은 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그들의 세계는 안타깝게도 집안 어른들의 각축장이었다. 어린 나이에 결혼한 두 사람은 집안 어른들의 참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휘둘렸다. 물론 누구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대개 간섭은 부모로서의 책무와 애정이란 정당한 이름으로 다가오기 마련이고, 한국 문화 속에서 이를 거부하는 건 불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혼의 사유가 양가 부모에게만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두 사람 사이에도 무수히 많은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결과적인 책임은 김유민과 박세혁에게 있다. 그렇지만 어쩌면 둘은 그 문제들을 겪어내면서 자신들만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결혼이란 본래 그런 과정이니 말이다. 그랬다면 돌고 돌아 끝내 이혼을 했을지라도 후회가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 

제대로 한번 살아보지 못하고, 거센 조류에 휩쓸려 이혼으로 떨어진 김유민-박세혁 커플이 참 딱하기만 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갈팡질팡하는 그들이 적어도 앞으로는 두 사람의 결정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부부로 만날 일은 없어도, 아직 부모로서의 관계는 남아 있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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