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스틸 컷

영화 <나이브스 아웃> 스틸 컷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이런 조합이 좋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 끼리의 조화. 오합지졸의 하모니로 결국 우리를 머쓱하게 만드는 능력. 라이언 존슨의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스토리로 따지자면 구식과 신선함의 조화고, 장르면에서 보자면 추리와 드라마의 조화다.

이 작품은 범죄 추리영화다. 간단히 말하면 하나의 장르로 규정되지만 그 안엔 선의를 가장한 욕망덩어리 인물들과 그럼에도 진짜 선의를 보여주려 한 인물이 나온다. 영화의 큰 줄기는 추리물이고 행간을 파고 들면 인물들의 감정으로 밀당하는 주제의식이 강한 추리영화다.

큰 줄기는 85세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 할란의 사망 사건에서 시작된다. 경찰은 그가 자살한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하지만 익명의 누군가에게 사건을 의뢰를 받은 탐정 블랑은 그의 사망이 타살일 가능성도 있단 의심을 품는다. 명망 있는 재력가였던 그의 슬하에는 자녀와 손주들이 다수 있다. 그들은 모두 사망한 할란에게 기생하며 살아왔다. 탐정 블랑은 자녀 모두를 용의 선상에 두었고, 할란이 사망하기 전 자녀들 중 누구와 불화가 있었는지를 추적한다. 모든 자녀들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그들의 진술과 달리 모두 다 할란과 약간의 불화를 겪었고 그것은 모두 '돈'과 관련된 것이었다. 

블랑은 자녀들 모두 가해자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알리바이가 철저해 가장 먼저 수사망을 벗어난 인물이 있었다. 할란의 간병인 마르타였는데, 그녀는 할란의 가족은 아니었지만 할란이 가장 믿고 의지하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지만 어머니가 불법체류자라는 게 한 가지 흠인 사람이다. 마르타는 선하고 반듯한 심성으로 할란의 신임을 받았고, 할란의 다른 가족들에게도 항상 따뜻한 태도를 유지하던 여자였다.

마르타를 중심으로 아직 용의선상에 있는 다른 가족들의 알리바이가 줄줄이 이어지는데, 사실 진짜 중요했던 장면은 마르타와 할란이 꾸민 연출이었다. 마르타는 할란이 죽기 전 그에게 늘상 놓던 주사를 놓는데, 실수로 두 약의 라벨이 바뀐 것을 모른 채 투여량을 뒤바꿔서 할란에게 주사한다. 주사를 놓은 뒤 바로 약이 뒤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챈 마르타는 곧바로 앰뷸런스를 부르려 했지만, 할란은 자신을 음해하려는 자식들 중 누군가의 소행일 것이라며 마르타를 만류한다. 할란은 본인은 어차피 곧 죽을 목숨이니 앰뷸런스를 부를 필요가 없다면서 마르타에게 수사망에서 빠져나가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할란과 마르타의 계획은 이것이었고, 할란은 곧바로 목을 그어 자살처럼 위장한 뒤 죽게된다. 평소 추리소설 작가였던 할란은 본인의 소설 내용처럼 마르타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해 줄 시나리오를 말해주고 마르타는 할란의 말대로 알리바이를 만든다.

할란이 죽었기에 그의 유언장을 공개할 시간이 됐다. 유언장엔 할란의 모든 재산과 집을 간병인 '마르타'에게 증여하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할란의 자녀들은 황당함을 감출 길이 없었고, 평소 마르타를 가족처럼 대하던 인물들마저 마르타에게 악다구니를 퍼붓는다. 유산 상속을 포기하고 할란의 자녀인 자신들에게 양도하라고.
 
 영화 <나이브스 아웃> 스틸 컷

영화 <나이브스 아웃> 스틸 컷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약병을 뒤바꾼 진범이 누구였든 남은 가족들 전부 할란에겐 진범과 다름없는 구성원들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생전에도 할란에게 기생하며 살던 사람들이 그가 죽은 뒤에도 그의 재산만을 노리는 하이에나로 바뀌어있었으니.

재밌었던 건 마르타에겐 괴상한 습관이 하나 있었는데, 거짓말을 하면 구토를 하는 증상이었다. 평소 심성이 여리고 착해 거짓말을 뱉는 순간 구토를 하는 것이 몸에 밴 것이었다. 블랑은 그래서 마르타를 믿고 가족들에 대한 취조를 그녀에게 묻기도 했다. 그녀가 토를 하는 순간 그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조금씩 수사망을 좁혀간 것이다.

이후 사건이 어떻게 풀리는지에 대해서는 영화를 볼 것을 추천한다.

영화의 큰 줄기 이면에는 사실 이런 주제의식을 담고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인간은 단지 어떤 구성원에 묶인 존재로만 봐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그 굴레가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인간에겐 그것을 뛰어넘는 욕망이 내재할 수 있음을. 더불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마르타라는 인물을 내세움으로써 인간에게도 일말의 희망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더 역설적이었던 건 마르타는 할란의 가족도, 나머지 가족들의 또 다른 가족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마치 가족인 것처럼 가식을 떨며 마르타를 대했지만 사실 은연중에 불법체류자의 딸인 그녀를 무시하고 있었고, 자신들과 동급이 될 수 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 마르타를 중심에 두고 감독은 나머지 가족들의 부조리를 드러낸다. 할란은 애초부터 마르타의 심성을 알고 있었고, 그런 성실함과 따뜻함으로 살아온 사람만이 어떤 '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걸 말해주려는 것 같았다. 아마 감독의 시선을 할란의 시선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나이브스 아웃>은 역설적이지만 이런 역설들이 모두 균형을 맞춘 보기드문 영화였다. 또한 뿌려 놓은 복선을 전부 회수한 이 영화는 굉장히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 추리 영화였다. 

끝으로,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knives out이란 의미는 칼로 찌르다 즉, 누군가를 공격한다는 의미를 담은 문구다. 자신의 목을 스스로 그은 할란에게 칼은, 남겨진 자녀들의 인격적 성숙을 바라던 그의 욕망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마르타가 진범을 칼로 찌르는 장면에서 칼은, 마르타에게, 그릇된 욕망을 끊어내고자 했던 고결한 심성이 아니었을까. 욕망덩어리 인물이 여럿이었기에 knife가 아니라 knives인 것일 수도. 영화는 그들 모두를 칼로 베어버린다. 제목마저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알게 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였다고 봐도 될까.

결국 마르타의 승리로 영화는 끝나지만, 가족이 무엇인지, 돈은 무엇이고, 정직함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 했던 추리영화 <나이브스 아웃>. 단지 누군가의 승리와 패배로만 나누어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는 것이 이 작품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장치였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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