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의 한 장면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의 한 장면 ⓒ SBS

 
지난 23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극본 박상규, 연출 곽정환)은 이른바 전형적인 '한국형 히어로' 활극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한 <날아라 개천용>은 국가와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 사법 피해자들의 이야기, 사학 비리, 언론과 사법시스템의 현실, 자본과 정치 권력의 유착 등을 소재로 삼아 호평을 받았다.

최종회에서 주인공들은 정·재계에 깊게 박혀 있던 악의 뿌리를 뽑아내는 권선징악에 성공했다. 이후로도 새로운 사건에서 다시 손을 잡고 또 다른 정의구현에 나설 것을 암시하는 해피엔딩으로 종영했다.

<개천용>의 주인공들은 특별한 초능력도 막강한 권력도 없는 '흙수저'들이다. 주인공 박태용(권상우)은 시골 출신에 고졸학력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인생역전을 이룬 국선변호사, 박삼수(배성우/정우성)는 지방대를 나와서 대기업 노동자를 거쳐 생계형 기자가 된 각각 특이한 이력이 돋보이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말그대로 '개천에서 난 용'이 되어 부조리한 사회구조와 기득권 엘리트 집단에 맞서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는, 바로 오늘날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간적인 서민형 영웅상'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두 개천용의 직업이 하필 각각 변호사와 기자로 설정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법조인'과 '언론인'은 현대 사회에서 대표적인 엘리트 직업군이라고 할 수 있다. 직업 특성상 다른 여러 사회 분야와도 인맥-구조 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고, 개인의 의지와 판단만으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 권력의 중심부에 가장 가까운 정치인들도 법조인-언론인 출신들이 다수다. 그리고 흙수저들에게는 말 그대로 개천용들을 배출해낼 수 있는 '사회적 신분상승'을 위한 사다리로도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극중 개천용들은 개인적 성공을 위한 편하고 쉬운 길을 굳이 마다하고, 거대한 권력에 맞서 정의구현을 이루려는 비주류 아웃사이더의 길을 선택한다. 여기에서 사법과 언론이라는 도구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강자를 위해 휘두르는 칼이 될 수도, 약자를 지키는 방패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개천용들의 존재란 왜 필요한 것인지, '법과 펜'이라는 수단이 개천용들을 위하여 어떤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바로 박태용과 박삼수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보호하고 대변해야하는 본연의 역할을 상실하고 기득권화되며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오늘날의 한국 법조계와 언론에 대한 성찰적 의미를 담아낸 캐릭터들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개천용들은 '배트맨'이나 '슈퍼맨'처럼 초월적 힘으로 악인들을 대신 응징하는 자경단과는 다르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제도권 내에서 합법적으로 거대한 강자들에 맞서 싸워야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기는 방식이란, 세상의 눈과 귀가 되어 '사람들이 스스로 진실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의 한 장면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의 한 장면 ⓒ SBS

 
마지막회에서 주인공들은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여 라이브 방송으로 사학 재단에 얽힌 비리들을 폭로하는가 하면, 미리 작성해두었던 기사들을 잇달아 공개하며 여론을 움직였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다. 부정할 수 없는 비리의 증거들이 터져 나오자, 가해자들은 그제야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 숙여 사과한다.

"시장님이 돈으로 막은 입, 저랑 박 변호사가 다 열었다. 침묵했던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고, 힘을 합치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겠다"라는 박삼수의 대사는 바로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가장 잘 함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 앞에서 묵인된 약자의 진실들은 누군가 이들을 대신하여 앞장서준 작은 용기가 나비효과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물결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두 개천용의 역할이란 사람들이 진실을 똑바로 응시할 수 있도록 눈이 되어주고, 때로는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담아내는 창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에 '법과 펜'이 존재해야만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마 <개천용>은 화끈한 권선징악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아쉽게도 드라마밖 현실까지 그렇지는 못했다. <개천용>은 방영 내내 주인공들을 둘러싼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권상우는 촬영 기간 부상을 당하며 수술대에 올라야했고, 배성우는 음주운전 위반 혐의로 입건되며 중간에 배우가 정우성으로 교체되고, 방송이 3주간이나 결방되는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를 겪어야했다.

특히 배성우 사건이 <개천용>에 더 큰 타격이 컸던 것은 사회정의 구현을 표방하는 주제의식과 캐릭터에 정작 주연배우가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배성우와 같은 소속사인 정우성과 이정재라는 톱배우들의 깜짝 출연으로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전화위복의 효과를 누린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극의 연속성과 완성도에 있어서는 피해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도 방영 막판 <개천용>의 시청률은 정우성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사이다같은 판타지를 제공했던 극중 개천용들의 활약상에 비하여, 고구마같았던 극밖의 현 주소는 시청자들에게 통쾌함보단 왠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거리감만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우리 시대에 절실한 현실적 영웅상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개천용>이기에,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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