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대한항공이 1, 2위 맞대결에서 OK금융그룹을 제압했다.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 점보스는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OK금융그룹 읏맨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1, 25-19, 26-24)으로 승리했다. 1,2위 간의 맞대결에서 승점 3점을 따낸 대한항공은 2위 OK금융그룹과의 승점 차이를 5점으로 벌리며 선두를 질주했다(승점47점).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블로킹 3개와 서브득점 1개를 포함해 11득점을 올렸고 곽승석도 81.82%의 공격성공률로 11득점을 올리는 활약을 펼쳤다. 이날 산틸리 감독은 기존의 정지석, 곽승석, 임동혁 외에도 또 한 명의 새로운 공격수를 경기 중반에 투입해 컨디션을 점검했다. 대한항공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OK금융그룹과의 경기를 통해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치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였다.

이미 배구팬들에게 익숙한 V리그 경험자
 
 요스바니는 OK저축은행 시절 득점 3위에 오르며 맹활약했지만 팀을 봄 배구로 이끌진 못했다.

요스바니는 OK저축은행 시절 득점 3위에 오르며 맹활약했지만 팀을 봄 배구로 이끌진 못했다. ⓒ 한국배구연맹

 
프로배구에서도 외국인 선수 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시즌마다 여러 팀을 오가며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OK금융그룹의 펠리페 알톤 반데로인데, 그는 2017-2018 시즌부터 한국전력 빅스톰, KB손해보험 스타즈, 우리카드 위비, OK금융그룹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재미 있는 사실은 한국전력 시절을 제외하면 모두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땅을 밟았다는 점이다.

쿠바 출신으로 OK금융그룹의 전설적인 외국인 선수 로버트 랜디 시몬과 친분이 있는 요스바니는 2018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OK저축은행에 지명됐다. 당시 요스바니는 사전평가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시몬이 그를 김세진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에게 추천했고, OK저축은행은 201cm의 신장을 가진 윙스파이커 요스바니를 선택했다.

OK저축은행은 서브리시브가 가능한 요스바니를 송명근과 함께 왼쪽에 배치하고 왼손잡이 공격수 조재성을 라이트 주전으로 활용했다. 2018-2019 시즌 33경기에 출전한 요스바니는 54.54%의 공격성공률로 크리스티안 파다르, 펠리페, 미차 가르파리니 같은 쟁쟁한 공격수들을 제치고 득점 3위(835점)에 올랐다. 경기당 평균 25.3점으로 공격력으로는 전혀 나무랄 데가 없는 활약이었다.

하지만 요스바니는 OK저축은행의 '구세주'가 되진 못했다. 33.04%에 불과한 리시브 효율이 윙스파이커로서 낙제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결국 OK저축은행은 요스바니가 맹활약한 2018-2019 시즌 5위에 그치며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고 OK저축은행은 요스바니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하지만 요스바니의 득점력을 눈 여겨 보고 있던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최태웅 감독은 2019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요스바니를 7순위로 지명했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에서 시작했던 요스바니의 V리그 두 번째 시즌은 단 2경기 만에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요스바니는 2019-2020 시즌 개막 2번째 경기 만에 왼쪽 발목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하며 수술을 받았고 이 때문에 현대캐피탈에서 조기 퇴출됐다. 그렇게 V리그와의 두 번째 인연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요스바니가 다시 V리그 무대를 누비게 될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V리그 복귀전서 5득점, 주로 라이트로 활약할 듯
 
 대한항공은 요스바니라는 새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통산 2번째 챔프전 우승을 노린다.

대한항공은 요스바니라는 새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통산 2번째 챔프전 우승을 노린다. ⓒ 한국배구연맹

 
이번 시즌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과 드래프트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이 때문에 여러 구단들이 다우디 오켈로(현대캐피탈), 안드레스 비예나(대한항공), 펠리페, 알렉산드리 페헤이라(우리카드) 등 이미 V리그에서 검증된 외국인 선수를 선택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 퇴단 후 터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던 요스바니는 끝내 V리그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득점왕이었던 대한항공의 비예나가 무릎부상으로 시즌 초반부터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더니 좀처럼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비예나는 작년 12월 20일 대한항공과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삼성화재 블루팡스가 대체 외국인 선수로 'V리그 경력자' 마테우스 크라우척을 선택한 것처럼 대한항공 역시 V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요스바니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지난 3일 한국에 입국한 요스바니는 2주 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친 후 18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했다. 4일 동안 새로운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 요스바니는 22일 2018-2019 시즌에 몸 담았던 '친정' OK금융그룹을 상대로 V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아직 컨디션이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아 주전이 아닌 교체 선수로 출전한 요스바니는 66.67%의 공격성공률(4/6)과 함께 한 개의 블로킹으로 5득점을 올리며 경쾌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새 외국인 선수는 새로운 동료들, 특히 세터와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한항공에 한선수와 유광우라는 '경험치 만랩'의 노련한 세터가 있다는 사실은 요스바니와 대한항공에겐 아주 큰 행운이다. 지난 십 수 년 간 다양한 유형의 외국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한선수와 유광우는 요스바니가 좋아하는 구질과 높이를 금방 파악해 요스바니의 입맛에 딱 맞는 토스를 올려줄 것이다.

요스바니는 윙스파이커와 아포짓 스파이커가 모두 가능하지만 정지석과 곽승석을 보유한 대한항공에서 요스바니에게 굳이 부담스러운 서브 리시브를 전담시킬 필요는 없다. 따라서 요스바니는 오른쪽에서 공격에 집중할 확률이 높은데 요스바니가 붙박이 라이트가 된다면 이번 시즌 득점 8위(399점)를 달리며 잠재력이 폭발한 임동혁은 다시 벤치로 물러나야 한다. 두 공격수의 능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산틸리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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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대한항공 점보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 대체 외국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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