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다큐음악쇼 <아카이브K>

SBS 다큐음악쇼 <아카이브K> ⓒ SBS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아래 <아카이브K>)는 예능 범주에 속하지만 킬링타임을 위한 가벼운 시청에는 어울리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꽤 진지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아카이빙하여 기록한다는 취지만 봐도 예능 이상의 무게가 감지된다.

그렇다고 흥과 웃음이 부족한 건 아니다. 전설의 가수들과 후배들이 펼치는 라이브 무대와 영상, 토크가 어우러져 '다큐음악쇼'를 펼치는데, 편히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이문세부터 방탄소년단(BTS)까지, 또한 발라드부터 댄스음악까지 총 7개의 주제를 10회에 걸쳐 담아낸 <아카이브K>의 김영욱 CP를 지난 20일 오전 유선으로 인터뷰했다.

"팩트체크에 가장 스트레스 받아"
 
 SBS 다큐음악쇼 <아카이브K>

SBS 다큐음악쇼 <아카이브K> ⓒ SBS


한국 대중가요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위해 약 2년간 205명의 대중음악인을 대상으로 총 1만5천 분 분량의 인터뷰를 한 김영욱 CP. 서울의 한 유명 음악라이브러리에 갔다가 그렇게 넓은 공간에 한국 대중가요 아카이브는 딱 한 줄뿐인 걸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1년 반이란 긴 시간동안 가요사를 정리한 기사나 책, 논문 등 남아 있는 문헌들을 거의 다 뒤져보며 공부했고, 그 안에서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가 알고 음악을 들으면 더 맛있게 들릴 것 같다' 싶은 헤드라인 7개를 선정했다. 그렇게 <아카이브K>가 탄생했다.

"기록으로 남긴다는 걸 겉으로 표명했기 때문에 팩트체크하는 데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다. 현존하는 아카이브 자체가 탄탄하지 않아서 자꾸 틀리는 게 나온다. 그러면 해당 가수나 관계자가 직접 연락을 해 와서 '1994년이 아니라 1995년입니다'라는 식으로 바로잡아주기도 한다. 매 순간 팩트체크를 하는 게 사실 보통 일이 아니다."

김 CP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태도가 꽤 진심이라는 것이다. "기록으로 남긴다고 하셨으니 그럼 팩트를 바로 잡아주세요"하고 요청하는 걸 보면 일종의 책임감을 제작진뿐이 아니라 시청자, 가요관계자들이 모두 갖고 있단 걸 알 수 있는 것. 

이들은 가요 역사를 담은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시청자를 찾는 일도 함께 하고 있는데 "자료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 모든 것이 온라인상에서 아카이빙 되고 있는데 프로그램이 끝나더라도 지속적으로 자료를 받을 것이며 아카이브를 키워나갈 예정이다. 그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기에 조바심을 내면 안 될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쌓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수와 작곡가 등의 인터뷰가 방송에 짧게 짧게 나오는데, 실은 한 사람당 2시간 30분 정도 인터뷰를 한다고 귀띔해주기도 했다. 인터뷰이에게 엄청난 양의 세세한 질문을 하고 그것을 다 아카이빙하고 있는데, 나중엔 시청자들도 열람할 수 있도록 정리해서 일부를 올릴 예정이라고 한다. 

이영훈과 유재하... 헨델과 바흐 같은 존재
  
 SBS 다큐음악쇼 <아카이브K>

SBS 다큐음악쇼 <아카이브K> ⓒ SBS


<아카이브K>에서 다루는 가수는 그럼 어떤 기준으로 선정한 걸까. 이 질문에 김CP는 "앞서 언급했듯 대중가요 역사에서 꼭 짚어야 하는 인물을 꼽았다"며 "가령, 한국인들의 발라드 DNA를 살피는 데 꼭 다뤄야 하는 인물이 바로 이영훈과 유재하였다. 그들은 우리나라 발라드에서 헨델과 바흐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시청자 게시판에 '이승철은 왜 안 나오느냐' 등등 항의글이 많은데, 이번에 방송으로 꾸린 건 한국형 발라드 편이었다. 만약 시즌2가 제작된다면 그땐 록발라드를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승철뿐 아니라 김경호, 박완규 등 중요한 인물들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담론이 다르다."

만일 시즌2가 제작된다면 새롭게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을까. 이 물음에 김CP는 트로트, 힙합 등의 장르와 디바의 계보에 관한 관심을 표했다. 이어 "한국사람이 생각하는, 가창력이 뛰어난 사람의 기준이 시대별로 바뀌는데, 가령 이선희와 아이유의 가창패턴은 다르잖나. 우리 인식이 왜 바뀌는지 그것도 다뤄보면 재밌을 것 같다"며 품고 있던 아이디어를 풀어놓았다.

프로그램의 연출자 입장을 떠나 한 명의 음악팬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무엇이었을까. 이 물음에 그는 "아직 방송이 나가지는 않았는데 대학로 소극장 학전 편에서 양희은 선생님이 마지막 무대를 해주셨다"며 "데뷔 때 불러보고 40년 만에 처음 불러본다고 하시며 노래한 게 있는데 그게 가장 뭉클했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말
 
 SBS 다큐음악쇼 <아카이브K>

SBS 다큐음악쇼 <아카이브K> ⓒ SBS


수많은 대중가요 산증인들을 인터뷰한 그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발언을 물었다. 이에 김CP는 신철 인터뷰 중에 방송에 못 담은 것이 있다며 "곡을 다 완성시키고 최종 믹스를 할 때 가수, 작곡가, 작사가, 연주 세션 등 관련자들이 쭉 앉아 있으면 그중 가장 귀가 정확한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고 묻더라. '가수 아니에요?' 했더니 '돈을 쓴 사람'이라고 답하더라. 그걸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의 귀가 가장 프로페셔널하고 정확하단다. 그 인터뷰는 정말 깜짝 놀랐다"고 답변했다. 

"돈을 쓴 사람이 가장 갈급한 거다. 그런 절실함들이 대중음악 발전을 조금씩 이룬 것이다. 위대한 역사에 내가 족적을 남기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가지고 한 게 아니라, 사실은 생업과 자기의 직업으로서 먹고 살려고 열심히 했을 뿐인 거잖나. 그 결과의 끝에 이뤄진 것들을 시간이 흐르고 나서 달아보면 그 안에 가치 있는 것들이 역사로 남는 거더라.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한 사람이 변곡점을 만들었단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한 번 더 고민하고, 트렌드를 읽어내려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 사람들이 결국 그런 변화들을 만들어냈다."


그는 그런 예로써, 현진영을 인터뷰한 후에 그에게 "대단하시네요"라고 말했더니 현진영이 "어, 몰랐는데 정말 그랬네요, 제가 헛살지는 않았네요 하고 그제서야 인지하시더라"고 전했다. 이 말은 <아카이브K>가 대중뿐 아니라 가수들 본인조차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던 대중음악의 흐름과 대단함을 꽤나 진지하게 바라보게끔 하고 있단 의미일 테다. 
 
 SBS 다큐음악쇼 <아카이브K>

SBS 다큐음악쇼 <아카이브K>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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