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서 정은 역을 맡은 배우 유다인.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서 정은 역을 맡은 배우 유다인. ⓒ 프레인TPC

 
주연 배우 입장에서 자신이 출연한 작품 대부분이 소중하고 특별하겠지만, 유다인의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좀 다른 의미로 본인에게 특별해 보인다. 그간 TV 드라마와 독립영화 등을 거치며 말 그대로 다양한 역을 소화한 그가 이번 작품처럼 현실에 맞닿은 이야기를 온 몸으로 표현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노동영화로 규정할 수 있을지는 보는 이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배우 유다인 스스로는 "분기점이 된 작품"이라 정의했다. 극중 정은 역을 맡은 유다인은 권고사직 위기에 몰린 캐릭터로 분했다. 지방의 한 현장 사무소로 발령 난 정은은 소장과 동료들의 무시를 온몸으로 견디며 결국 함께 송전탑 작업까지 해내는 인물이다.
 
이야기 구성은 단순한 편이다. 극적 사건을 겪는 게 아닌 정은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변 시선과 자신의 내면과 싸우는 내용이 중심이다. 노사 갈등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는 한 여성 노동자를 드러냄으로써 노동과 삶의 이면, 억압받는 노동자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우연히 접했던 해고 노동자 뉴스
 
"우연히 시나리오를 받았을 무렵 ktx 해고 노동자 뉴스를 보게 됐다. 이어서 그분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도 봤다. 해고에서 복직까지 그 과정에서의 상처들, 특히 승무원분들의 눈빛이 기억에 남았다. 이 작품을 통해 그 눈빛을 표현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정은이가 되게 차갑게 묘사됐다고 했는데 전 그렇게 보진 않았다. 절박함이 크게 와닿았다.
 
그간 제가 어떤 것에 끌려서 작품을 하게 되는지 생각해봤는데 인물에 매료돼서 주로 결정하는 것 같더라. <혜화, 동> 때도 유기견을 구하러 다니는 여성 분 얘길 듣고 사람들이 그분의 마음을 몰라주는 속상함에 대한 걸 표현해보고 싶었다. 이번에도 다큐를 보며 승무원분들의 답답함과 절박함을 느꼈다. 단순히 시나리오상 이야기가 아니라 그분들을 제가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관련 이미지.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출연도 출연이지만 설정상 정은은 남성 노동자들 틈에서 기죽지 않기 위해 송전탑 보수 작업을 해내려 하는 인물이다. 실제로 유다인과 오정세는 한 교육 센터에서 교육을 같이 받았고, 대역 없이 송전탑에 오르는 연기를 직접 해냈다.
 
"처음에 겁은 났다(웃음). 근데 먼저 올라간 배우분들이 꽤 높이 올라갔고, 무섭다는 내색도 없더라. 제가 내색할 순 없었다. 연습하는 기간이 하루밖에 없어서 좀 더 과감했던 것 같다. 공포심을 느끼기보단 최대한 안 다쳐야지 생각하고 했던 거 같다. 영화 제목처럼 아무리 주변에서 다 무시하고 업무에서 배제하려 해도 내가 날 놓으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연기하려 했다.
 
마지막 장면에선 줄에 오래 매달려 있는 거였는데 그때 허리를 좀 삐끗해서 치료받긴 했다. 그 직전에 식중독에 걸려서 스태프들 모두가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그날은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아픈 상태였다(웃음). 현장에선 아무래도 감독님 보단 오정세 배우님을 더 의지한 것 같다. 같이 한 게 벌써 세 번째 작품이거든. 현장에서 좀 문제가 된다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상의하곤 했다."
 

힘 빼고 연기하는 배우 될 것
 
유다인은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이후로 우리 사회에 노동 문제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됐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본인이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애초에 정은처럼 하청업체로 가지도 못했을 것이고, 소신대로 살지도 못했을 것"이라 말하면서도 그는 "영화 제목 자체가 제게도 하고 싶은 말이다. 소신대로 해도 나의 가치는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 본 뉴스 중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이야기가 있었다. 유가족분들 주장대로 법이 통과되진 않았잖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내 아들을 다시 살려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남의 아들이 다신 죽지 않게 법을 만들어 달라는 건데...' 하시며 울먹이는 그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 만약 제가 이 작품을 하지 않았다면 그 모습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것 같다."
 
15년 경력을 쌓아오며 유다인은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아가는 중이었다. "제가 표현이 다양한 배우는 아니잖나"라며 그는 "하지만 디테일한 표현은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시나리오를 볼 때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참여하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서 정은 역을 맡은 배우 유다인.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서 정은 역을 맡은 배우 유다인. ⓒ 프레인TPC

 
최근엔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보인의 일상을 팬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그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라며 유다인은 "너무 거창하지 않게 주어진 일에 차근차근 최선을 다하며 올해를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예전엔 제가 어떤 일마다 의미를 계속 부여하려 했는데 이젠 그러진 않는다. 이번 작품도 어떤 의미나 계기보단 해당 인물에 공감할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몸에 힘을 주고 뭔가 열심히만 하려는 게 다 좋은 건 아니더라. 당장 뭔가를 이루려고 하기 보단 길게 가고 싶다. 힘을 빼고 가야지(웃음). 연기를 오래 하신 선생님들께서 항상 하시는 말이다. 그리고 일도 중요하겠지만 제 옆에 있는 사람들도 중요하다. 그들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 절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절 괜찮다고 하니 요즘 행복감 느낀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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