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울' 사운드트랙 음반 표지

영화 '소울' 사운드트랙 음반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지난 20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은 디즈니·픽사 작품답게 온갖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작품이다. 이른바 '태어나기 전 세상'이라는 게 존재하며 이곳에서 교육 받은 미성숙한 영혼이 지구로 보내진다는 설정 속에 죽음의 문턱에 도달한 재즈 음악인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 목소리), 지구로 가고 싶지 않은 사고뭉치 영혼 '22'(티나 페이 목소리)의 좌충우돌 버디 활극이 큰 줄기를 차지한다.  

​감독 피트 닥터의 전작 <인사이드 아웃>과 마찬가지로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녹여냈지만 결코 무겁지 않게 관객들을 사로잡은 데엔 화면 속 분위기를 지배하는 독특한 음악들이 큰 힘을 발휘한다.

'지구'와 '태어나기 전 세상'이라는 양 극단의 공간을 적절히 표현하기 위해 재즈 vs. 엠비언트 혹은 일렉트로닉 뉴에이지 성향의 전혀 다른 연주곡들을 적절히 배치해 몰입감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er)와 아티커스 로스(Atticus Ross), 그리고 존 바티스티로 나눠진 음악인들은 저마다의 장기를 살려 <소울> 사운드 트랙을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소울> 사운드트랙은 두 종류로 구분된다. 해외에서 발매된 아날로그 LP 기준으로 트렌트 레즈너와 아티커스 로스가 담당한 스코어를 수록한 한 장과 존 바티스트가 담당한 연주곡 위주로 채워진 또 다른 한 장이 그것이다(음원 사이트엔 이를 모두 합쳐 공개). 전자가 지구 밖 '태어나기 전 세상'을 표현하는데 주력했다면 후자는 뉴욕의 복잡한 일상을 자유분방한 재즈 선율에 담아낸다.     

트렌트 레즈너, '인더스트얼 록'의 대가 ​
 
 영화 '소울'의 한 장면.  극중 상상 속 공간으로 만들어진 '태어나기 전 세상'은 트렌트 레즈너 + 어커티스 로스가 음악을 담당했다.

영화 '소울'의 한 장면. 극중 상상 속 공간으로 만들어진 '태어나기 전 세상'은 트렌트 레즈너 + 어커티스 로스가 음악을 담당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트렌트 레즈너는 1990년대 '록 음악 좀 들었다'고 자부하는 마니아들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레즈너는 각종 소음과 기괴한 사운드, 그리고 샘플링 등을 적극 활용하는 인더스트리얼 록(Industrial Rock)과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단행하는 익스페리멘탈 록(Experimental Rock)의 대중화에 기여한 원맨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NIN)를 이끈 장본인이다.

결코 팔릴 것 같지 않은 성향의 음악이었지만 그 시절 NIN의 음반들은 'Happiness in Slavery', 'Closer' 등의 명곡을 앞세워 미국 지역에서만 수백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할 만큼 인기였다. 잠시 팀 이름을 거두고 솔로 활동에 주력했던 그에게 영화 음악은 제2의 인생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2010년 데이빗 핀처 감독의 걸작 <소셜 네트워크>로 영화 음악 작업을 시작한 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음악상을 모두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2000년대 이후 새로운 조력자로 등장한 영국 출신 아티커스 로스와 함께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중 산속 마왕의 궁전('In The Hall Of The Mountai King')을 재해석한 버전을 비롯해서 신시사이저 중심으로 만든 창작 연주곡들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심리를 소리로 표현하는데 제격이었다.

그들의 후속작 역시 데이빗 핀처 감독과의 협업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이었다. 여기선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명곡 'Immigrant Song'을 인더스트리얼 메탈 풍으로 재해석한 오프닝 음악만으로 관객들을 어두운 이야기 속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나를 찾아줘>(2014), 화제의 신작 <맹크> 역시 레즈너와 로스 콤비가 담당한 핀처 감독의 영화들이다.

​그런데 <소울>의 음악은 이전 그들의 선보였던, R등급 중심 영화 속 작업물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언제나 밝고 쾌활한 분위기로 대표되는 디즈니-마블이라는 브랜드는 분명 레즈너-로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만든 몽환적 분위기의 연주곡들은 지구 밖 상상 속 공간이 마치 실존할 것이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기괴함과는 거리가 먼, 평화롭고 때론 경쾌하기까지 한 뉴에이지 성향 음악은 천상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제격이었다. 단순한 선으로 형태를 취한 테리, 제리 등 '태어나기 전 세상' 속 캐릭터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활용된 고전 8비트 전자 음악 풍 'Terry's Time' , 'Lost Soul' 등은 영혼들에게 진짜 생명을 불어넣는다.

한편 <소울> 작업을 통해 레즈너와 로스는 미국 각 지역에서 거행된 영화제 음악 부문을 휩쓸면서 다가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존 바티스트, 떠오르는 신예 음악가​
 
 영화 '소울'의 한 장면.  뉴욕이라는 현실 세계 속을 표현하기 위해 존 바티스트는 재즈, 힙합, 포크 등의 음악을 적극 활용한다.

영화 '소울'의 한 장면. 뉴욕이라는 현실 세계 속을 표현하기 위해 존 바티스트는 재즈, 힙합, 포크 등의 음악을 적극 활용한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반면 지구 속 일상을 음악으로 표현해준 존 바티스트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인물이다. 그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버트> 등 TV 토크 프로그램 작업을 중심으로 할렘 국립 재즈 박물관 음악 감독직 등 R&B와 재즈를 오가며 다양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키보디스트다. 최근 국내에서도 공개된 미니 음반 < We Are >에선 성가대, 학교 합창단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풍성한 소리를 들려주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소울> OST 의 시작을 알리는 'Born To Play'에선 색소폰과 피아노가 중심이 된 고전적 4인조 재즈 그룹 형식을 빌려 극중 조 가드너의 생애 첫 영광의 순간을 신명나는 리듬으로 묘사한다. 길거리 버스킹을 하는 무명 가수의 포크송 'Parting Ways',  투박한 힙합곡 'Rapping Ced' 등 이질적인 장르도 함께 어울어지는 등 다양성이 존재하는 미국 뉴욕의 분위기를 적절히 잘 표현하고 있다. 이밖에 임프레션스, 도날드 버드 등 고전 등을 재해석한 연주곡들은 극중 재즈 클럽의 풍경을 그리면서 <소울> 속 현실 세계을 멋지게 그려낸다.

​한편, 디즈니가 제작한 작품답게 <소울>에는 해외 각국의 환경에 맞게 별도의 노래가 만들어져 삽입되었다. 한국어 더빙판에선 가수 이적과 키보디스트 윤석철이 힘을 모은 '쉼표'가 별도의 디지털 싱글로 발매되었고 일본판에선 여가수 주주의 신곡 'Kiseki Wo Nozomunara' 외에 'Rapping Ced', 'A World Full of Love' 일본어 버전이 추가로 담겨 있다. 
 
 이적+윤석철의 '쉼' 뮤직비디오.  디즈니+픽사 작품 답게 세계 각국 음악인들이 자국어로 부른 별도의 노래들을 수록하고 있다.

이적+윤석철의 '쉼' 뮤직비디오. 디즈니+픽사 작품 답게 세계 각국 음악인들이 자국어로 부른 별도의 노래들을 수록하고 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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